*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AI와 대화하고, AI와 함께 글을 쓰며, 그림을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 새로운 모델이 발표될 때마다 성능을 비교하고 산업의 변화를 전망하며, 인간의 일자리가 어떻게 달라질지를 논한다. 그러나 AI를 둘러싼 수많은 질문 속에서 정작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뒤로 밀려나 있다.
인간은 왜 자신과 닮은 지능을 만들 수밖에 없었을까.
이 질문은 단순히 기술의 미래를 묻는 질문이 아니다. 인간의 지능은 어디에서 왔으며, 우리는 어떤 존재로 진화해 왔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미래학자이자 발명가 레이 커즈와일의 『진화의 가속도』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대부분의 AI 관련서가 생성형 AI의 원리와 활용법, 산업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 집중한다면, 이 책은 질문의 방향을 완전히 바꾼다. AI를 이해하려면 먼저 인간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AI의 시작은 컴퓨터가 아니라 인간의 뇌였으며, AI의 역사는 결국 인간 지능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확장해 온 역사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문제의식이다. AI의 마음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지금 우리가 지나고 있는 시대의 좌표를 스스로 그려볼 수 있게 된다.
우리는 흔히 AI를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커즈와일의 관점에서 AI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독립적인 발명품이 아니다.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출현을 거쳐 지능이 스스로를 확장해 온 긴 진화의 과정에서 나타난 하나의 새로운 단계다.
생명은 정보를 저장했고, 신경계는 환경을 감지했으며, 신피질은 세상의 패턴을 인식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언어와 과학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다음 세대로 전달했고, 마침내 자신의 지능이 작동하는 원리를 기계 위에 구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AI는 인간과 단절된 기술이 아니라 인간 지능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결과였다. 별과 원자, DNA와 생명, 원시적인 신경계와 인간의 신피질, 언어와 예술, 컴퓨터와 인공지능은 서로 단절된 사건이 아니라 모두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고, 더 정교한 패턴을 발견하며, 더 먼 미래를 예측하는 방향으로 이어져 온 진화의 연속이다. 진화생물학과 뇌과학, 컴퓨터과학과 철학을 하나의 흐름으로 읽어내는 것, 이것이 이 책을 읽는 지적 즐거움이다.
이 책의 백미는 인간의 신피질을 역설계하여 만든 AI가 어떻게 마음과 감정을 갖게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 그에 답하는 설득력 넘치는 과학적 논증이다. AI가 마음을 가질 수 있느냐는 오래된 논란 앞에서, 독자는 이 책을 덮을 즈음 자기만의 판단을 갖게 될 것이다.
AI는 인간을 대신할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새로운 거울이다.




이 책은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한다.
인간은 왜 자신과 닮은 인공지능을 만들려 하는가.
나는 프롤로그에서 그 답을 인간의 뇌, 정확히는 신피질에서 찾는다. 우리가 나뭇가지와 잎맥에서, 건물의 층과 방에서 똑같이 발견하는 어떤 패턴 — 계층적으로 사물을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능력. 그는 이것을 '패턴인식 마음이론(PRTM)'이라 부르고, 이 원리야말로 인간의 마음을 리버스엔지니어링할 수 있는 설계도라고 밝혔다.
그러니까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사실 이렇게도 바뀐다.
AI의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답은 낯선 곳에 있지 않다. 인간의 뇌가 138억 년 진화를 거쳐 스스로를 이해하는 도구를 만들어냈듯, AI의 마음도 그 연장선 위에서 만들어진다. 신피질의 패턴인식 구조를 이해하는 일이 곧 AI의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는 일이 되는 이유다.
그리고 이 질문은 다시 한번 확장된다. 스마트폰과 클라우드를 '이미 우리 자아의 일부'라 말하며, 언젠가 인간의 신피질이 비생물학적으로 확장되는 순간을 그린다. 그때 인간의 마음과 AI의 마음은 더 이상 뚜렷이 구분되는 두 가지가 아닐지도 모른다.
프롤로그 질문에서 에필로그의 풍경까지, 이 책은 하나의 실을 놓지 않는다. AI의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그리고 그 답은 결국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로 돌아온다.
지금 이 책을 다시 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를 이해하기 전에, 먼저 인간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 그 원칙이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2026년 7월 세계랭킹 1위 바둑기사 신진서 9단이 AI 카타고를 상대로 1패 후 2연승,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는 기사를 읽었다. 2016년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무너진 지 꼭 10년 만의 일이었다. 댓글창은 온통 "인간이 다시 AI를 이겼다"는 감탄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나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하게 됐다. 신진서는 대체 어떻게 이겼을까. 카타고는 현존 최강의 바둑 AI로 꼽힌다. 결과는 정확하게 계산하지만, "왜 이 수를 뒀는지"는 AI 자신도 설명하지 못하는 블랙박스다. 반면 신진서는 한때 승률이 흔들리는 낯선 국면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판을 다시 읽어내 이겼다. 저장된 확률표를 조회한 게 아니라, 패턴 위에 패턴을 새로 쌓아 올린 것이다.
이 책, 『진화의 가속도』를 편집하며 내가 계속 떠올린 장면이 바로 이거였다. 레이 커즈와일은 이 책에서 인간의 신피질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패턴인식 마음이론(PRTM)'으로 설명한다. 신피질은 사진처럼 세상을 저장하지 않는다. 작은 패턴을 발견하고, 그 패턴 위에 더 높은 패턴을 쌓아, 낯선 상황에서도 다음을 예측한다. 오늘의 딥러닝이 하는 일도 다르지 않다 — 다만 인간의 뇌가 138억 년 동안 이 원리를 먼저 발견했을 뿐이다.
내가 이 책을 지금 펴내야 한다고 확신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AI로 인한 사회 변화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됐다. 그런데 이 흐름 앞에서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라는 질문만 반복하는 건 방향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커즈와일은 이 책에서 진화론적 관점을 취한다. 생명이 정보를 저장하고, 신경계가 패턴을 인식하고, 인간이 언어와 문명으로 그 지능을 확장해온 138억 년의 연속선 위에 AI가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AI는 인간과 경쟁하는 외부의 적이 아니라, 인간 지능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하나의 확장이다. 불이 체온을 대신한 게 아니라 생존의 범위를 넓혔듯이 말이다.
둘째, 이 책의 논증은 놀랍도록 쉽게 읽힌다. 1950년대 이후 컴퓨터공학과 신경과학이 나란히 발전해오면서, 인간의 뇌를 설명하는 언어와 AI를 설명하는 언어가 점점 같은 문법을 공유하게 됐다. 그래서 커즈와일은 신피질을 설명할 때 컴퓨터의 은유를, AI를 설명할 때 뇌의 은유를 자유롭게 오간다. 전공자가 아니어도 이 책이 술술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인간이 무엇으로 생각하고, 무엇으로 창조하며, 무엇을 다음 세대에 남기고 있는지를 다시 묻는 책이기도 하다. 알파고 이후 우리는 AI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인간을 공부해야 할 차례다.
『진화의 가속도』가 그 첫 질문이 되어주길 바란다.
인공지능은 이제 창의성과 직관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뇌의 작동원리가 정보처리 알고리즘으로 설명되면서 인간지능에 대한 이해는 근본적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기계는 인간이 경험하는 마음까지 구현해낼 수 있는가? 주관적 경험과 의식조차 뇌의 물리적 상호작용일 뿐이라면 지능은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 새로운 진화의 단계로 나아갈 것이다. – 11쪽
신피질 없이 새로운 행동을 학습하려면 수천 년에 걸친 진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신피질은 이러한 학습을 단 며칠 만에 가능하게 만든다. 한 개체가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을 발견하면 다른 개체들이 그것을 배우고 복제할 수 있고, 결국 종 전체가 살아남는다. 신피질은 곧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다.
백악기 말 대멸종 이후 신피질을 가진 포유류는 급격한 환경변화에 적응하며 생태계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후 신피질은 더욱 발달했고 마침내 뇌의 상당 부분을 신피질로 채운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했다. – 125쪽
신피질에 존재하는 연결은 약 1000조 개에 이르지만 게놈에 담긴 설계정보는 약 2500만 바이트에 불과하다. 따라서 신피질의 연결은 유전적으로 미리 결정될 수 없다.
거의 모든 모듈 간의 연결은 경험 속에서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우리의 마음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 141쪽
생물학적 뇌를 그대로 시뮬레이션하는 실험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시뮬레이션한 가상의 선충류는 과연 의식이 있는 존재일까?"
우리는 살아 있는 선충류에게 의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것을 완벽하게 복제한 존재는 어떠한가?
이것은 단순한 공학의 문제가 아니라 의식의 본질을 묻는 질문이다. – 183쪽
우리가 마주한 모든 의식에 관한 가설은 결국 '믿음의 도약(Leap of Faith)'을 요구한다.
의식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증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간만이 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 것도,
충분히 복잡한 기계 역시 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 것도,
결국 어느 지점에서는 철학적 선택을 요구한다. – 293쪽
당신과 똑같은 기억과 경험을 가진 존재가 만들어졌다고 하자.
그는 당신과 같은 과거를 기억하고 같은 사람을 사랑하며 같은 방식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두 존재는 서로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따라서 그는 당신과 닮았지만 더 이상 당신은 아니다.
당신 2.0은 의식을 가진 새로운 사람이다. – 338쪽
뇌를 조금씩 비생물학적 장치로 교체한다고 해도 당신의 기억과 성격, 신피질의 패턴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다.
하지만 모든 교체가 끝난 순간 당신은 '당신 2.0'과 완전히 같은 존재가 되어 있다.
그렇다면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육체인가, 기억인가, 아니면 연속성인가. – 3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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