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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은총은 삶의 질서를 다시 배우는 일

인간의 얼굴로 다가오는 신학 이야기
김금희 소설가가 론칭한 출판사 페퍼로니의 첫 책!


‘인간’에서 ‘사제’로, 다시 ‘인간’ 돌아오는 82편의 강론
햇빛이나 바람, 내리는 비와 눈송이처럼 모두에게 동일하게 허락된 은총 이야기
인간의 얼굴을 한 신학과 그 실천적 수업

정순택 서울대교구 대주교의 추천사에는 이 책이 지닌 미덕이 모두 들어 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께서는 『인간 의로움의 완성』이라는 책에서 “누군가가 (은총의 도움을 받지 않을 적마다) 이것은 정의의 문제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것을 받을 적마다 이것은 은총의 문제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라파엘 신부님 역시 이러한 그리스도교의 오랜 입장을 독자들이 받아들이기 쉽게 전달해줍니다. 은총은 나 혼자 독차지하는 상이 아니라 나에게서 시작해 사회로 흘러가게 하는 것이며 종국에는 나와 다른 이들 모두 축복받게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상’이나 ‘기적’ 같은 순간적으로 머무는 기쁨이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 나아가 사회 시스템의 변화로서의 ‘은총’. 이렇게 바라볼 때 은총은 결국 삶의 총체적 질서를 다시 세우는 일이 된다.

1장 ‘우리는 사실 그렇게 착하지 않습니다’에는 인간의 얼굴을 한 복음 속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사람들 속에 섞이지 못하고 홀로 경계를 그었던 자캐오, 느리고 더딘 이들의 총합체였던 열두 사도, 소명을 이루기 위해 기다리는 자로 살았던 예언자 한나. 특히 ‘워커 홀릭의 대명사, 마르타 성녀’에서는 평생 부엌을 지킨 한 노수녀님의 고백을 빌려, 남 눈에 하찮아 보이는 수고조차 실은 은총이 흘러가는 통로였음을 보여준다. “내가 지은 밥 세 끼 먹고 신부도 주교도 되었다”는 노수녀님의 깨달음은, “나에게서 시작해 사회로 흘러가는” 은총의 구조를 삶의 구체적 장면으로 옮겨놓는다.

2장 ‘포근한 대침묵’은 우리를 감정적으로 교란하는 나날들 속에 어떻게 중심을 잡을 것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표제작격인 ‘모든 불이 지나간 뒤’에서 예언자 엘리야는 폭군에게 쫓겨 호렙산으로 숨어든다. 그런 엘리야가 신의 음성을 듣기까지 크고 강한 바람, 지진, 불이 지나간다. 결국 혼란이 잦아든 침묵 속에 은총은 “조용하고 부드럽게, 아주 여리고 희미하게” 다가온다.

3장 ‘실천적 수업’은 저자의 신학관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여러 사회적 문제-민주주의, 노동, 산업재해, 부의 불평등- 앞에서 종교는 침묵하지 않는다.

1980년대 군사독재가 최대 악이고 공공의 적이던 시절에는 이 정권만 무너지면 정의로운 세상이 올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많은 이의 헌신과 희생이 모여 민주 정치가 제도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정의가 온전히 실현되지는 않았습니다. 정의는 여전히 미완성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3장은 저자가 사제로서 목격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정면으로 다루어진다. 가짜뉴스가 진실을 위협하는 탈진실, 시스템의 경직성, 가난한 자 위로 군림하는 부(富)의 문제는 오늘날 가톨릭 교회에서도 뼈아프게 일어난다. 25년간 가톨릭 사제로 소명을 다해온 저자는 이러한 내부의 병폐를 ‘신앙의 언어’를 통해 고백하며, 자성을 통해 ‘실천적 수업’으로 되돌아갈 것을 희망한다. 그것은 예수님이 최후의 만찬에서 행했던 하나의 수업, 심지어 자신을 배반할 제자의 발까지 씻어주며 전하려 한 사랑의 실천에 관한 것이다.  

4장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에서는 타인을 어떻게 이해하고 관계 맺을까를 함께 고민한다. 저자는 강론을 준비하다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서로 사랑하여라”라는 계명에 의문을 품는다. 사랑의 당부가 주님이 아니라 계명을 듣는 이의 ‘곁’으로 흐르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내가 되돌려받기를 고집하지 않는 최선(最善)의 사랑. 상대에 대한 이해는 이렇게 수직이 아니라 넓고 대등하게 흐른다는 점을 저자는 이해시킨다.

5장 ‘기도 시간’에서는 대화의 핵심적 가치가 강조된다. 특히 하느님과의 수직적 대화인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 ‘듣고 전하는’ 수평적 관계의 원형인 ‘기도’의 가치를 다루고 있다.

6장은 인간에게 가장 날카로운 자성을 안기는 ‘용서’에 관한 내용이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을 필두로 용서를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갚음’의 문제로 바라보는 신학적 관점이 설명된다.

그럼 입술로만 고백하는 것으로 충분합니까? 그럴 리 없습니다. 갚음이 있어야 합니다. 가톨릭에서는 예전부터 '기워 갚는다'는 표현을 쓰곤 했습니다. 죄나 잘못, 혹은 부족한 부분을 보상하거나 봉합한다는 의미입니다. 제자리로 돌려놓고 원상태로 회복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영화의 문제적 장면에 대해 “<밀양>은 그리스도인이 용서의 문제를 어쩌면 너무도 쉽게 다루고 있음을 꼬집는 영화”라고 평한다. 범인이 받았다는 ‘용서’는 하느님과의 수직적 관계에서 일어난 일방적 사건일 뿐, 실제 피해자와의 화해나 ‘기워 갚음’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저자의 정의에 따르면 그런 일방의 용서는 애초에 완성된 용서라 할 수 없다.

7장 ‘하느님 사랑을 닮은 사람’은 한 인간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사제로 나아가는가에 관한 기록이다. 영신 수련 피정 중 새벽에 어머니의 부고를 받고 뛰쳐나갔던 일, 비 내리는 장례식, 그 뒤로 오래 이어진 영적 침체. 저자는 이 개인적 상실을 신자들에게 숨기지 않고 그대로 꺼내놓는다. 그뿐 아니라 “미사 중에 자주 거짓말을 하는 편입니다”라는 농담 섞인 고백과 앵무새 집사로서의 일상, 사실 많은 물건을 지니고 산다는 실토까지. 일상인으로서의 소담하고 담담한 고백이 <은총 수업>의 마지막을 이룬다.

‘인간’에서 ‘사제’로, 그러다 다시 ‘인간’으로 되돌아오는 <은총 수업>의 82편의 이야기를 통해 “햇빛이나 바람, 내리는 비와 눈송이처럼 모두에게 동일하게 허락된 은총”임을 일깨우고, ‘교적(敎籍)’의 유무를 떠나 모든 개인들이 자기 삶의 질서를 새롭게 발견하기를 당부하는 것이다.



미리 듣는 열 가지 질문, 열 가지 대답

질문 1:
우리는 그리 착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은총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하느님께 더 드리고 하느님을 더 많이 생각한 보상으로 주님이 사랑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사람의 공로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인과관계를 이룬다면 인간의 행위가 원인, 하느님의 강복이 결과가 됩니다. 하느님이 종속적으로 되어버리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죄악에 상관없이, 아니 죄악 때문에 오히려 더 아파하실 수밖에 없는 독립적인 사랑을 구현하십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닮도록 우리를 복음으로 초대하시는 것입니다.
— 「공평한 사랑」, 34~35쪽

질문 2:
저는 사람들 곁이 아니라 그 밖에 늘 서 있는 기분이에요. 여기에 머물러도 될까요?

우울하면 당연히 사람들과 함께 있지 않으려 합니다. 어쩔 수 없이 함께 있더라도 나를 보여주기는 싫습니다. 자기를 들키고 싶지 않습니다. 멀찌감치 얼굴 가리고 숨어 있는 자캐오처럼 자꾸 어두워집니다.사진을 찍을 때도 역광이면 어둡게 나옵니다. 그렇다고 카메라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삶의 자리도 빛을 등지면 어둡습니다. 반면 빛을 내 앞에 두고 바라보면 환해집니다. 빛이 어디에 있느냐가 우리를 달라지게 합니다. 그러니 어두운 데 있지 말고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입니다.“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루카 19,5) 주님의 이 말씀을 멋지게 해석해볼까요. ‘너의 삶의 자리를 바꾸어라. 나무 위 홀로인 그 자리 말고 내려와서 사람 속으로 향하거라.’ 이것이 주님의 접근 방법입니다. 나무에서 내려온 자캐오의 삶은 달라졌습니다.
— 「우울한 자캐오」, 15~17쪽

질문 3:
요즘 같은 시대에 신앙은 특별한 사람들의 것 아닌가요?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인이 되고 성품성사를 받고 사제로 살아갑니다. 저는 더 거룩한 사람, 더 괜찮은 사람, 더 의로운 사람이 되었을까요? 스스로 그렇게 장담한다면 착각일 테고 신자분들께서 그렇게 오해하신다면 아니요, 아직도 멀었습니다.
— 「실천적 수업」, 115쪽

질문 4:
화가 나는 일들이 차곡차곡 마음속에 쌓여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님은 따로 시간을 내어 기도하셨습니다. 아무도 없는 외딴 곳으로 가서 아버지 하느님과 함께 지내는 시간. 예수님은 그 시간을 통해 재충전하고 삶이 주는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신 겁니다.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한 화는 돌고 돌다 사람을 어긋나게 합니다. 예수님처럼 화를 제대로 내봅시다. 분노가 무엇 때문인지 차근히 알아내봅시다. 화내지 않는 사람이 성숙한 것이 아닙니다. 정확하게 화를 내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입니다.
— 「화를 잘 내십시오」, 59~61쪽

질문 5:
믿음에 자꾸 의문이 들어요. 이런 질문을 해도 되는 걸까요?

원리원칙에 사로잡히면 고정불변의 진리는 점차 배제와 차별의 이데올로기가 됩니다. […] 전통을 고수하고 계승하는 데는 섬세함이 필요합니다. 왜 지키는지도 모르는 완악함이 전통의 생명을 질식시키기도 합니다. ‘왜’를 상실한 전통은 그야말로 껍데기나 다름없습니다.질문이 봉쇄되면 ‘도그마’는 교조적 태도만을 남깁니다. 질문이 활성화되면 ‘도그마’는 새로운 활력을 얻습니다. 예수님은 쓸데없는 논란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다시 질문해 새로운 답과, 우리 믿음의 본래 의미를 찾으려 하셨던 것입니다.믿는 만큼 질문이 줄어들기보다 잘 믿기 위해 더 많은 질문이 허락되어야 합니다. 창의적인 대답이 넘쳐날 때 우리 신앙은 깊이와 넓이를 더욱 갖추게 됩니다. 정해진 단 하나의 답을 앵무새처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 「‘왜’라는 질문」, 169쪽

질문 6:
저를 아프게 한 사람이 하느님께는 이미 쉽게 용서받은 것 같아 화가 나요.

〈밀양〉은 그리스도인이 용서의 문제를 어쩌면 너무도 쉽게 다루고 있음을 꼬집는 영화입니다. 마태오 복음서 5장에서 예수님은 용서란 하느님과의 관계의 문제이지만 동시에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제단에 예물을 드리는 것은 화해의 제사입니다.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는 예물을 바칩니다. 그러나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당사자와의 화해입니다. 용서를 구한 다음에 예물을 바쳐야 합니다. 인간관계의 회복 없이 하느님께만 구하는 용서란 있을 수 없습니다.
— 「용서의 문제」, 224쪽

질문 7:
‘은총’이란 무엇인가요?

하느님께서 함께 대화할 상대를 구하러 이 땅에 오셨다는 뜻입니다. […] 우리의 존엄성은 어디에 있습니까? 끊임없이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대화 상대자라는 사실보다 더한 품위가 있을 수 없습니다. 나에게 주시는 말씀을 듣는 자리에 서 있는지 여부가 내 존엄의 최종적 근거임을 발견한다면, 한 말씀 한 말씀에 감사가 넘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요한 1,16)
— 「은총의 대화」, 176~177쪽

질문 8:
제 믿음은 너무 작고 초라한 것 같아요. 그래도 하느님께 나아가도 될까요?

예수님을 믿으면 모든 괴로움이 사라지고 어려움이 다 극복되고 어떤 손해도 없이 결핍에서 해방된다고 누가 가르친다면,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는 하느님과 믿음을 거짓되게 전하는 것입니다.앞에서 무릎 꿇어도 좋습니다. 뒤에서 손을 뻗어 만져도 괜찮습니다. 저도 괜찮을까요? 물론 괜찮습니다. 저 같은 놈도 가능할까요? 그럼요, 가능하고 말고요. 허약하고 대책 없고 기댈 곳 없는 마음, 사랑의 상실과 실의, 미칠 듯한 답답함을 주님께 가져갈 수 있습니다.주님을 괴롭히는 일이 기도입니다. 주님께 보채는 일이 간청입니다. 주님께 푸념하는 일이 찬양입니다. 혼자서 끙끙 앓지 않고 군중 틈을 비집고 나가는 마음을 주님은 믿음이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믿음 같지 않은 믿음을, 진정 믿음이라고 받아주시는 것입니다.
— 「아주 작은 믿음이라도」, 253~255쪽

질문 9:
미운 사람이 있습니다. 이 마음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요?

요한 금구하고는 매사에 부딪쳤습니다. 인상 자체가 일단 험악했습니다. 하는 말마다 비위에 거슬렸습니다. 밉상도 그런 밉상이 없었습니다. […] 어느틈엔가 제 맘속 원수가 되었습니다. 저 인간만 아니면, 저놈만 없으면 내가 더 거룩해지고 행복해지고 기쁘게 살 터인데 내 삶의 걸림돌 같았지요.1년, 2년, 3년……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저만의 기도 경쟁은 계속됐어요. 이후 부제품을 받았고 6년이 흘렀습니다. 어느 날 서둘러 저녁기도 하러 갔는데, 그 원수가 먼저 들어와 있었습니다. […] 분심(憤心)인지 기도인지 모르도록 앞자리의 원수가 계속 어른거리는데 하느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라파엘, 요한 금구가 네 영성 지도자다.”그를 의식해 일부러라도 성당 감실 앞에, 주님 앞에 앉아 있었던 시간을 모아보니 어마어마했습니다. 내가 누구 때문에 기도했던가 돌이켜보면 바로 원수 같은 그 녀석 덕분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원수를 통해 기도하지 못하는 저를 기도하게 하신 셈입니다. 원수 덕분에 제가 주님 앞에 머무는 습관을 들였으니, 맞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 원수야말로 제 영성 지도자였습니다.그 녀석이 없었으면 이만큼이라도 되었을까요? 어림없는 일이었겠지요. 원수를 곁에 두신 이유가 다 있는 것입니다. 얼마나 고맙던지요. 고맙다 원수야! 고맙다 요한 금구!
— 「신학교 기도 경쟁」, 190~191쪽

질문 10:
종교는 사회 현실에 중립적이어야 하나요?

가짜 뉴스가 창궐하면서 거짓이 진실을 압도하는 일들을 목격합니다. […] 급기야 허위가 교묘하게 진리를 대체하니 사람들은 진리에 의구심을 품습니다. 가짜 뉴스 자체도 문제려니와 거짓을 소비하면서 우리가 진리 상실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주님은 노선을 분명히 할 것을 명하셨습니다. 당신 편에 설 것인가, 아닌가. 딱 두 선택지만 있습니다. 적당한 회색 지대는 없습니다. 당신 편에 서서 함께 사람들을 모아들이지 않는 적당주의는 불가능하다고 천명하셨습니다.지금은 진짜와 가짜를 분별하기 더 어려운 시대입니다. […] 믿음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적당히’ 믿어야지 ‘과도하게’ 믿는다고 힐난하면서 오롯한 믿음을 폄훼합니다. 그러니 주님의 말씀대로 어느 편에 설 것인가 결단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엉뚱하게 반대편에 서 있게 될 것입니다.
— 「탈진실의 세상」, 120~121쪽

추천사

『은총 수업』을 읽으며 저는 마치 여름날 나무 아래에 서있는 듯했습니다. 갑자기 만난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어느 상점의 친절한 차양 밑에 들어선 듯했습니다. 일상의 작은 한발을 딛을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얻었습니다. 특히 두 할머님들의 이야기는 아주 깊이 기억될 것 같습니다. 기우제를 치러달라는 신자들의 성원에 미사를 진행하던 중 정말 비가 쏟아집니다. 모두 놀라 흩어지는데 오직 모니카 할머니만이 유유히 우산을 펼칩니다. 믿음이란 얼마나 실천적이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이 장면을 통해 전달됩니다. 믿음은 다른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산을 준비하는 것 같은 작은 실천이라는 메시지를 소중히 받아안습니다.
한편 양로원으로 찾아가 아흔이 넘은 글라라 할머님께 듣는 그리스도교 정신은 얼마나 간명하고 아름다운가요. “예수님은 마음이 따뜻해야 오셔. 냉랭하면 안 오셔” 하는 말씀 말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온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을 위해 세상 한복판에서 기다리시는 하느님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됩니다.

―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펴낸이 한마디

지난 겨울 『은총 수업』편집을 시작하면서 체중이 6킬로그램 늘었고 지금에서야 조금씩 이전 몸무게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처음 온 원고량이 원고지로 1만 6천 장, 그것을 여러 단계를 거쳐 줄이는 동안 제 겨울과 봄 그리고 여름이 갔지요. 아직도 제 출판사의 첫 책이 이렇게 멋지게 탄생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어느 날 충동적으로 가본 동네 성당에서 라파엘 신부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강론을 듣지 않았다면 제가 뒤늦게 그리스도인이 되는 일은 없었을지 모릅니다. 여러 매체에서도 이미 말했지만 소설 취재차 찾아간 그곳에서 저는 문학 언저리의 사람들과 유머 코드가 비슷하고 솔직하며 마지막에는 늘 서늘한 깨달음을 전하는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 다음, 그 다음 주일에도 성당에 갔습니다. 다만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요. 그리고 채 알지 못할 어떤 섭리에 따라 세례를 받고 이제 출판사 페퍼로니의 첫 인사를 『은총 수업』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 이름은 제 단편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에서 따왔습니다. 말로 혹은 글로 다 전할 수 없는 한 개인의 고유한 기억을 상징했던 ‘페퍼로니’ 피자의 텅 빈 기호야말로 책의 형질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지요. 책은 쓰고 읽는 사람의 고유한 본질을 형태화한 결과이니까요.

― 김금희

지은이: 남상근 라파엘 신부

서울대학교에서 신문학을 공부한 뒤 가톨릭대학교에서 사제직을 준비한 후 2001년 사제품을 받았다. 이후 목5동, 행신1동(현 의정부 교구), 교구 성소국과 압구정1동, 양재동 본당에서 사목했고 서울대교구 대신학교에서 신학생 영성지도를 담당했다. 현재 공덕동성당 주임신부로 재임 중이다. 『은총 수업』은 그의 첫 번째 책이다.


도서 정보



도서명: <은총 수업: 세상 한복판에서 마주친 하느님>

주제 분류: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가톨릭 > 가톨릭 신앙생활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가톨릭 > 가톨릭 신학

지은이: 남상근 라파엘 신부
펴낸곳: 페퍼로니
판형: 140*205mm / 무선제본 / 320쪽
정가: 20,000원
출간일: 2026년 8월 21일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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