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16세기에 집필한 『군주론』은 권력과 리더십, 그리고 정치 현실의 본질을 날카롭게 분석해 오늘날까지도 정치사상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보다 앞서 11세기 이슬람 세계의 정치가이자 재상(宰相)이었던 니잠 알 물크(Nizam al-Mulk)는 『정치의 서(書)』를 통해 통치자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정치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제국의 안정과 번영을 도모하고자 했다. 비록 서로 다른 시대와 문명권에서 탄생한 저작이지만 『정치의 서』와 『군주론』은 모두 정치적 안정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종종 비교 대상이 된다. 두 저서는 각기 상이한 역사적, 문화적 배경 속에서 통치자의 역할과 덕목을 심도 있게 탐구하면서 실용적인 통치술과 권력 유지 방안에 관한 구체적인 조언을 담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러나 그 접근 방식과 지향점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니잠 알 물크는 신앙적 가치와 도덕적 권위를 중시하면서 이슬람적 정치 질서와 이상 국가의 구현을 지향한 데 반해, 마키아벨리는 냉철한 현실 인식과 권력의 실용성을 강조하면서 정치적 안정 그 자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 책은 단순한 정치에 관한 실무 지침서를 넘어 이상적 군주상(像)에 대한 철학적 성찰과 실용적 조언을 결합한 정치철학서이자 고전적 거울 문학(Mirror of Princes) 전통에 속하는 윤리적, 정치적 교범으로 셀주크 제국 통치의 정당성과 행정 체계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정치 이론서로 평가된다. 특히 니잠 알 물크는 사산 제국의 통치 전통을 재해석해 이슬람 통치 원리와 결합함으로써 셀주크 제국 내에서 이란과 이슬람 문명의 통합 질서를 구축하려는 정치적 비전을 담아냈다.
최근 이란은 미국과의 전쟁을 통해 막대한 피해를 입음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반격에 나서며 놀라운 복원력과 대응 능력을 과시했다. 국가 최고 수뇌부가 집단적으로 붕괴된 상황 속에서도 이란이 보여준 대응은 한편으로는 치밀하게 조직된 체계적 성격을 띠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분산된 주체들의 자율적 판단과 실행이 결합된 복합적 양상이었다. 이는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이란 사회를 지탱해 온 정치적, 법적, 문화적 전통의 심층 구조를 드러낸다. 이번 전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란의 정치적 사유 전통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계승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속성과 적응의 역동성은 오늘날 이란 정치의 행위 방식과 위기 대응 능력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이상과 같은 점을 염두에 두면서 이 책이 갖는 위상을 자리매김해 본다면, 바로 이 책은 단순한 경험의 기록을 넘어 유구한 이슬람의 통치 전통과 페르시아 제국의 유산이 융합된 고전적인 정치 이론서로서, 이후 수 세기에 걸쳐 이슬람 세계의 정치사상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현재의 이란을 이해할 수 있는 핵심 텍스트 하나를 손에 쥐게 되었다.
“이 세상에서 인간에게 가장 훌륭한 벗은 지식이다. 지식은 재물보다 더욱 값지니, 재물은 사람이 지켜야 하지만 지식은 오히려 사람을 지켜 주기 때문이다.”
“가장 훌륭한 군주는 학식 있는 이들과 가까이하는 자이며, 가장 타락한 학자는 왕의 총애를 좇는 자이다.”
“한 명의 충직한 노예는 300명의 아들보다 낫다.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지만, 노예는 주인의 영광을 바라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예 분노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지혜가 완성된 경지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분노가 일어난다면, 반드시 이성이 분노를 다스려야 하며, 결코 분노가 이성을 압도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욕망이 이성을 지배하는 자는 마음이 어지러워질 때 그 격정이 지혜의 눈을 가려, 마침내 광인(狂人)과 다를 바 없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된다. 반대로 지혜가 욕망을 억누르는 자는 분노의 순간에도 이성이 그를 지배하기에, 그의 말과 행동은 지혜로운 이들의 눈에 조금도 흠잡을 데가 없고 누구도 그가 분노했음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현자(賢者)들은 말한다. 참을성은 그 자체로 훌륭한 덕목이지만 성공의 순간에 발휘될 때 더욱 값지다. 지식 또한 소중하되, 능숙함과 결합될 때 그 빛을 온전히 드러내며, 부(富) 역시 유익하나 감사와 절제 속에서 누릴 때에야 참된 가치를 지닌다. 경건한 예배는 숭고하지만, 여기에 깊은 깨달음과 경외심이 더해질 때 그 의미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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