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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여성들은 어떤 시간을 거쳐
책이라는 이 멋지고 아름다운 세계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읽는 여성의 역사는 두 개의 커다란 물줄기가 교차해온 역사다. 글을 읽고 쓰며 세상을 이해하고 더 넓은 세계로 발을 디디는 ‘나아가는 역사’와, 여성의 독서를 금기시하고 위험하게 여긴 ‘막아서는 역사’가 그것이다. ‘책 읽는 여성은 위험하다’는 통념은 동양과 서양, 고대 로마와 계몽의 유럽, 빅토리아 시대 영국과 가부장 조선이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들은 이 같은 금지와 경계, 비판과 조롱 속에서도 매 순간 열심히 읽었다. 책은 세상을 향해 열린 창이었고.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었으며, 현실을 넘어 다른 세계, 다른 가능성을 상상해 보는 시뮬레이터였다. 그래서 여성들은 남장을 해서라도 대학에 들어갔고, 북 클럽을 만들고, by a lady라는 익명과 필명으로 작품을 썼다. 여성 읽기의 역사는 험난했다.

여성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 책은 인류의 첫 여성 독자부터 여성 읽기의 역사 속 중요한 인물, 인상적인 장면, 상징적인 사건을 서술하며 빠진 퍼즐 조각처럼 비어 있던 여성 독자의 흔적을 찾아 나선 역동적인 서사시다. 인류 첫 저작권자인 메소포타미아의 여사제 엔헤두안나, 배움을 위해 은둔을 택한 중세 독서광 수녀들, 여성의 읽기를 두려워한 엘리트 남성들에게 죽임당한 ‘마녀’들, 뛰어난 능력을 펼치지 못한 채 죽어서야 이름을 남긴 조선의 여성 학자들, 익명을 벗고 마침내 자신의 이름으로 독자들을 열광시킨 19세기 여성 작가들, 일제강점기의 여성 독서회, 여성 서사에 대한 갈망이 불러온 ‘메모아’ 열풍까지. 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를 오가며 끊임없이 읽어온 여성 독자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오늘날 디지털과 영상과 게임이 모두의 주의를 빼앗아 가는 중에도 책의 세계를 지키고, 수십 년 전의 여성 작가를 발굴해 다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리며, 전 세계가 한국 여성 작가의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만든 가장 강력한 지지자이다.

읽는 여성의 역사는 여성 지성사이고, 여성 권리 투쟁사이며, 평범한 여성들의 일상사이다. 풍부한 읽을거리와 흥미로운 서사가 결합한 이 책은, 여성들이 독자이자 저자로 전면에 나서는 순간 책의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또 책과 읽기의 미래는 어떻게 만들어질지 가늠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수천 년 동안 모든 순간, 어떤 순간에도 읽어온 책의 수호자, 여성 독자에게 보내는 경의다. 소설가 구병모의 추천사처럼, “이 책을 덮은 당신은 무엇이든 더 깊이 읽고 싶어질 것이며 어떻게든 더 잘 쓰고 싶어질 것이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당신의 역사를 이어쓰기 할 시간이다.”



작가의 말

여성 읽기의 역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기’이다. ‘책 읽는 여성은 위험하다’는 오랜 통념은 동양과 서양, 고대 로마와 계몽의 유럽, 빅토리아 시대 영국과 가부장 조선이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들은 이 같은 금지와 경계, 비판과 조롱 속에서도 매순간, 열심히 읽었다. 책은 세상을 향해 열린 창이었고.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었으며, 현실을 넘어 다른 세계, 다른 가능성을 상상해 보는 시뮬레이터였다. 그래서 여성들은 남장을 하고서라도 대학에 들어갔고, 북클럽을 만들어 읽었고, 익명과 필명으로 작품을 썼다. 이 같은 역사를 거쳐 오늘날 여성 독자는 책이라는 이 멋지고 아름다운 세계의 중심이 됐다.

여성 읽기의 역사는 주목받지 못하고 지워진 여성이 주인공인 역사이며, 여성 지성사이고, 여성 권리 운동사인 동시에 평범한 여성 독자들이 매일 매일 일상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삶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 애썼던 그 모든 시간의 기록이다. 선배 여성 독자와 이들이 읽었던 그 순간순간에 연결되는 기쁨을 얻기를, 그리고 읽는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멋지고 위대한 일인지 자부심을 갖기를 바란다.

책 속에서

여성은 처음부터 세상을 읽고 해석하는 존재였다. 문자가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 인간은 땅 위에 희미하게 남은 동물의 발자국에서 그 덩치와 움직이는 속도 그리고 그들이 머물다 간 시간을 알아챘다. 칠흑 같은 밤,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자신과 부족의 운명을 풀이했고, 상대의 표정과 몸짓에서 그 마음을 읽어냈다. 인류에게 ‘읽기’란 문자에 앞서 장착된 본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중심에 여성이 있었다. 여성은 생존의 최전선에서 세상을 읽어낸 탁월한 해독가였다. 선사시대 채집자로서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생태적 읽기’를 했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양육자로서 숱한 신호들을 감지해 반응하는 ‘돌봄의 읽기’도 해냈다.
-<맨 처음 여성 독자를 찾아서>

당시 여성은 주로 ‘듣는 독자’였다. 글을 배워 읽을 수 있는 귀족 여성들도 직접 읽는 시간보다 다른 사람이 읽는 것을 듣는 ‘구술 독서’ 시간이 더 많았다. 여성의 독서는 도덕과 신앙 차원에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관념도 한몫했다. 당연히 여성에게 책 선택권이 없었고, 책 내용에 대한 느낌과 해석, 책에서 얻어야 할 교훈까지 대부분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의 뜻에 의해 결정됐다.
이런 시대에, 시도서 덕분에 여성들은 처음으로, 당당하게 조용히 홀로 읽을 수 있게 됐다. 다른 사람의 판단이나 의견에 좌우되지 않고 책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자신만의 속도로, 내면의 울림에 따라, 마음에 와닿는 구절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원하는 만큼 몇 번이고 되풀이해 읽을 수 있었다. 이 ‘종교적 시간’이 여성들에게 ‘자기만의 독서 시간’을 열어주었다. 공식적으로 허용된 은밀한 사적 독서가 시작된 셈이다.
-<시간 기도서와 혼자 읽기>

도로시 브래드샤 부인은 리처드슨과 가장 많은 편지를 주고받은 독자였다. 처음에는 가명으로 편지를 보냈으나 1750년경 작가와 직접 만난 뒤 평생에 걸쳐 교류를 이어갔다. 리처드슨은 말년에 브래드샤 부인에게 그녀의 《파멜라》와 《클라리사 할로》 책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열정적인 독자였던 부인은 소설 여백에 수백 개의 메모를 남겨두었고, 리처드슨은 이를 참고해 다음 판에 반영했다. 그녀에게 리처드슨의 소설을 읽고 의견을 전하는 일은 거의 직업에 가까운 탐독이었다. 단순한 독자를 넘어 상당한 수준의 비평가였다고 할 수 있다.
-<《파멜라》 신드롬과 열혈 독자들>

세책점을 이용하는 고객은 담보를 맡기고 책을 빌린 뒤 반납할 때 책값의 10분의 1 정도를 대여료로 냈다. 담보물은 은비녀, 은장도, 은수저, 귀고리, 족두리, 담요, 접시는 물론 심지어는 요강, 귀이개, 타구까지 무엇이든 가능했다.
세책점의 책은 여러 사람이 돌려보는 만큼 튼튼하게 만들어야 했다. 질긴 닥종이를 썼고, 표지는 삼베로 감쌌다. 장마다 들기름을 발라 쉽게 찢어지지 않게 했고, 여러 사람이 봐도 글씨가 닳지 않도록 책장 모서리에 글자를 쓰지 않기도 했다. “책을 아껴 다루라”는 당부의 글을 써놓기도 했다.
-<비녀를 팔아 빌려 읽은 소설>

문제의 발단은 1868년 뉴욕 프레스 클럽이 주최한 소설가 찰스 디킨스 초청 만찬이었다. 프레스 클럽 회원이었던 크롤리는 참가 신청을 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크롤리뿐 아니라 여성 회원 전부가 참석할 수 없었다. 여성들의 강력한 항의 끝에 참석이 허락됐지만 조건은 모욕적이었다. 여기자들은 디킨스는 물론 객석의 신사들 눈에 띄지 않도록 커튼 뒤에 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크롤리는 이 굴욕적인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행사를 보이콧하는 대신 여성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제인의 결심은 화산 같은 힘으로 솟구쳐 나왔다. 모임의 이름은 자매를 뜻하는 라틴어 ‘소로르(soror)’에서 유래한 ‘소로시스’로 정했다. 파인애플처럼 여러 꽃봉오리가 모여 열매를 이루는 상태를 뜻하는 식물학 용어이기도 하다. 이름처럼 소로시스에 여성들이 모여들었다.
-<분노의 북 클럽, 시대를 바꾸다>

지은이 소개

최현미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일간지 문화부 기자로 입사해 문학 담당, 출판 담당, 북리뷰 팀장과 문화부 데스크를 거쳤다. 경력 대부분을 책과 함께하며 누구보다 많이 읽고 썼다.
한 세대에 걸친 시간 동안 문학과 출판의 최전선에서 여성 작가들의 폭발적인 활약을 지켜보다가, 그 너머에 있는 사람들, 바로 여성 독자들에게 눈길이 갔다. 그들은 조용히 읽는 것에 머물지 않았다. 작가를 발견하고, 자신이 읽는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내고, 그 힘으로 다시 여성 작가들을 대거 등장시켰다. 여성 독자들은 책의 세계를 이끄는 강력한 힘이었다. 여성들은 언제부터 읽기 시작해, 어떤 시간을 거쳐 지금 여기에 이르렀을까.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담대하게 만들었을까. 이 질문들에 스스로 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산문집 《사소한 기쁨》을 비롯해 《우리가 사랑한 소녀들》(공저),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공저),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공저), 《가장 사적인 마음의 탐색》(공저) 등의 저서가 있다.

차례

저자 서문

1부 기록이 없다고 존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 맨 처음 여성 독자를 찾아서
2 인류 최초의 저자는 나, 엔헤두안나
3 역사가 덧칠해도 지워지지 않은 시인
4 오비디우스가 주목한 새로운 독자층
5 독서광 수녀들
6 세헤라자데와 여성 스토리텔러
7 모노가타리에 빠진 열세 살 소녀
8 시간 기도서와 혼자 읽기
9 읽기 위해 남자로 살다
10 텍스트로 쌓은 여성들의 유토피아

2부 막아서는 이들과 그럼에도 읽는 이들
11 마녀의 비밀 독서
12 살롱, 여성 지성의 연대
13 인쇄업자 길드와 과부 특권
14 직물상 딸의 독서 노트, 커먼플레이스 북
15 내 글이 장독대 덮개로 쓰일 바에야
16 귀족 부인의 로맨스 탐독
17 《파멜라》 신드롬과 열혈 독자들

3부 읽는 사람이 길을 만든다
18 여성 독자-여성 작가-여성 주인공 시대의 개막
19 숨어서야 자유로웠던 익명의 작가들
20 비녀를 팔아 빌려 읽은 소설
21 가정의 천사 vs 가정의 천사 죽이기
22 비튼 부인의 가정관리서
23 책에 취한 여성들의 삶
24 분노의 북 클럽, 시대를 바꾸다

4부 새로 쓰는 이야기
25 《율리시스》와 세 출판인
26 나의 책장은 열망의 아카이브다
27 신여성의 베스트셀러
28 신화를 깨고 페미니즘 정전 만들기
29 메모아, 사나운 애착을 넘어 새로운 담대함으로
에필로그:
여성이 읽기를 멈추는 순간, 책은 죽을 것이다

도서 정보



도서명: <읽는 여성의 역사>

- 분류: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책읽기
인문학 > 인문교양
사회과학 > 여성학/젠더 > 여성문화
역사 > 테마로 보는 역사 > 여성사

- 판형: 135*200mm / 340쪽 (예정)
- 정가: 19,800원
- 출간 예정일: 2026년 6월 25일
- 펴낸 곳: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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