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동물도 고통을 느낀다
그러나 닭, 침팬지, 소, 고양이가 느끼는 고통은 전부 다르다
로리 그루언은 윤리 이론과 실천의 교차점 위에서 전통적 윤리 연구에서 간과된 페미니즘·젠더·유색인종·수감자·비인간 동물을 연구하는 철학자이다. 그는 대학 시절 철학 수업에서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을 읽고 동물과의 관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동물해방 운동의 현장에서, 실험실에서 은퇴하고 생추어리에 머무는 저마다의 이름과 고유성을 가진 침팬지들을 만나면서 그는 이론이 놓친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다. 동물도 고통을 느낀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어렵고, “닭, 침팬지, 소, 고양이 등 개별 동물이 겪는 경험의 깊이가 하나도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한 점은 이 모든 비인간 동물과 인간이 ‘이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의 안녕을 위해서는 우리가 복잡하게 얽힌 현실에서 관계 맺고 있음을 인식하고, 그 관계들을 급진적으로 다시 사유해야 한다고 그루언은 말한다.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하여 그가 탐구하고 발전시킨 개념이 ‘얽힌 공감’(entangled empathy)이다.
페미니즘 돌봄 전통 위에서
차이에 주의를 기울이기
그루언의 ‘얽힌 공감’은 페미니즘 돌봄 전통 위에 서 있다. 전통적 윤리 이론이 유사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면, 페미니즘 돌봄 전통에서는 차이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촉구한다. 페미니즘적 돌봄 전통에 기반한 동물 윤리는 동물을 둘러싸고 작동하는 정치·경제·문화·젠더적 기반과 함께 권력 체계가 작동하는 구체적인 맥락을 분석한다는 점에서 전통적 접근과 구별된다. 이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미’ 관계 맺고 있음을 알아차리기
우리는 얽혀 있고 연루되어 있다
차이에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 자아와 타자를 구별하는 것은 윤리적인 관계 맺기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미 관계 속에 있다는 사실”이다.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은 그저 함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 의해 구성된다는 뜻이다. 자아와 타자는 각기 존재한 다음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철학자 캐런 바라드의 표현을 빌리자면 관계의 ‘내부-작용’ 속에서 공동으로 구성된다. 우리는 이미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그 얽힘 속에서 나와 타자의 자리가 생겨난다. 중요한 것은 이 복잡한 얽힘을 이해하는 것, 얽힌 관계 안에서 서로에 대한 의존성과 각자가 지닌 특권을 알아차리고 성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실천이 바로 ‘얽힌 공감’이다. 그루언은 얽힌 공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다른 존재의 안녕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는, 돌봄에 바탕을 둔 지각 방식. 우리가 타자와의 관계 속에 놓여 있음을 자각하고, 타자의 필요, 이해관계, 욕구, 취약성, 희망, 감수성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이러한 관계 안에서 응답하고 책임을 다하도록 요청받는 감정과 인지가 뒤섞인 경험적 과정.



아는 존재와 알지 못하는 존재에게
가까이, 또 멀리 향하는 얽힌 공감
얽힌 공감은 정말로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까. 그루언은 어린 침팬지 ‘에마’를 만나면서 인식이 급격하게 뒤바뀌는 경험을 한다. 아이러니한 인식의 변화도 있었다. 비건 가공식품 팜유 플랜테이션 개발로 인해 오랑우탄 서식지 80퍼센트가 파괴되고 매년 6천 마리 이상의 오랑우탄이 죽는다는 사실은 우리의 어떤 실천과 소비가 먼 곳의 숲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오랑우탄, 호랑이, 코끼리 등의 야생동물의 삶과 긴밀하게 얽혀 있음을 보게 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 인식의 변화가 시작된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한 발짝 내디디면 마주치는 비인간 존재들을 보면서도 우리는 매일 조금씩 바뀔 수 있다. 그들에게 주의를 기울이기, 잘려나간 서사를 메우기, 그들이 처한 상황을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그러기 위해 그들에 대해 배우기, 공감 능력을 가다듬기, 내가 지닌 특권과 복잡한 관계망을 이해하기, 감각의 촉수를 세우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갈고 닦고 나누는 것. 『얽힌 공감』을 읽은 독자들이 가장 먼저 시작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여는 글
들어가기
1. 대안 윤리를 찾아서
전통적 윤리 이론은 왜 불충분한가 | 전통적 윤리 이론과 동물 해방 | 동일성에 집중할 때의 위험성 | 원칙 중심의 윤리를 넘어 | 동물 윤리의 페미니즘 돌봄 전통
2. 공감이란 무엇인가?
동정과 공감 | 공감의 여러 형태 | 윤리에서 공감의 역할은 무엇일까 | 공감에 대한 흔한 오해: 투사
3. 얽힘
관계적 자아 | 얽힌 공감 | 변화무쌍한 얽힘 | 의도를 가진 지구의 타자들 | 변화한 인식 상태
4. 공감 능력 기르기
인식적으로 부정확한 공감 | 부적절한 공감 | 겸손과 희망
닫는 글
주
감사의 말
p57 이런 사례들을 보면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르며 우월하다고 여겨지는 흔한 이유, 즉 오로지 인간만 규범을 지키고 비인간 동물은 그저 즉각적인 욕구대로 행동한다는 생각은 설득력을 잃기 시작한다. 이러한 인간 예외주의적 주장의 허점을 드러내는 것은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중요하다.
p64 온전히 설명하려면 (적어도) 두 가지 방법이 필요하다. 첫째는 맥락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의 ‘주의 기울이기’ 또는 ‘돌봄’을 발달시키는 것이다. 맥락주의와 돌봄의 인식을 함꼐 고려하면 우리의 도덕적 경험, 결정, 행동을 더 정확히 그려낼 수 있다.
p71 돌봄 이론은 모두를 위한 이론이며, 우리가 맺는 관계를 인간 너머까지 확장해 사고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도구이다. 이 이론이 성별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맥락 안에서 무심하고 소외시키는 윤리 이론에 대한 대안으로 여성들에 의해 발전해왔다는 점이 이론에 어떠한 통찰을 부여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봄 윤리는 ‘여성적’ 이론도 ‘여성의 윤리’도 아니다.
p75 동물 윤리의 페미니즘적 돌봄 전통 안에서 주의 기울이기는 개별 동물을 향하는 동시에 동물들 사이의 차이 그리고 우리와 그들을 나누고 거리를 유지시키는 더 큰 구조적 힘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p83 공감이란 특정한 유형의 주의 기울이기이며, 나는 이것이 일종의 도덕적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도덕적 인식은 일반적인 감각적 인식과는 다르다. 감각적 인식에는 성찰하기와 바로잡기가 필요하지 않을 때가 많지만, 도덕적 인식에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
p120 내가 염두에 둔 자아는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거나 벗어날 수 있다는 환상을 품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를 형성한 영향들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다.
p139 얽힌 공감에는 경험과 관점을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 비감각적 자연과 함께 있거나 그 자연을 떠올리는 일은 감각을 지닌 존재의 내면에 깊고 의미 있는 경험을 선사하지만 아무것도 경험하지 않는 존재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경험은 아니다.
p153 세계에 괴로움과 고통이 이토록 많은 또 다른 이유는 돌봄을 실천하는 이들에게도 공감이 잘못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감이 어떤 식으로 빗나갈 수 있는지, 어떻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지 이해하면 우리의 도덕적 인식을 다듬을 수 있다.
p170 얽힌 공감은 비판적 관심과 훈련, 교정 없이는 실천할 수 없다. 나는 공감과 이로부터 비롯되는 행동의 과정에 적당한 겸손을 더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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