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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9,200원, 66권 펀딩 / 목표 금액 1,000,000원
펀딩 중 (마감 2026-05-25, 출간예정 202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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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우리는 붕괴의 관객이 되거나, 혹은 기록하는 자가 된다”

가자지구에서 번역한다는 것의 의미
존엄의 닳아 해진 가장자리에서 쓰인 글들


굶주림의 경기장이 된 가자지구에서 작가는 글을 써내려갔다. 그곳에서 시간을 지배하는 것은 오로지 굶주림뿐이다. 굶주림은 허락 없이 들어와 모든 것을 재배치한다.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 느끼는 방식, 시간을 통과하는 방식까지.

하지만 구호 센터에서 음식을 얻어먹을 때 그것은 환희를 자아내지 않는다. 배부름의 감각은 수치심을 안겨주고 쓴맛을 느끼게 한다. “굶주림은 몸과 마음에 스며들어 둘 다 흐물흐물해지고, 구부러지고, 닳아 없어지게 만든다. 배고픔은 생각 위에, 기억 위에, 피부의 연약한 껍질 위에 먼지처럼 내려앉는다.”

이 책은 그러나 오로지 전쟁 혹은 굶주림에 관한 책만은 아니다. 전쟁이 가져가는 것은 폭격 당하는 이들의 언어다. 그 언어는 영어로 번역 불가능하다. 과연 억압자의 언어가 피억압자의 진실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가? 이는 단지 지배 구조의 문제만이 아니면 영어가 중립성을 지향하고, 명료함보다는 수동성을, 저항보다는 피해자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쟁은 두 세계 사이에서 언어를 실어 나르는 번역가에게 다른 누구에게보다 ‘윤리적인 딜레마’를 안긴다. 영어가 아랍어의 물리성을, 그것이 요구하는 육체성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 은유의 무게가 온전히 남아 있을 수 있을까? 그것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지나치게 먼 무언가로 녹아 사라지는 것 아닐까?

저자는 모든 팔레스타인 번역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끊임없이 되돌아간다. 세계가 결코 참을 수 없는 인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침묵이 마지막 말을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참을 수 없는 거부. 가자에서 번역한다는 것은 부서진 문법과 부서진 삶들로 이루어진 다리를 건너는 것이다.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내려놓기에는 너무 신성한 이야기들을 짊어진 채로. 그럼에도 “나는 번역한다, 세계가 변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 아니라 번역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전 세계적 무관심의 구조에 맞서며 영어로 가자에 관한 문장들을 써나가고 있다. 그 주옥같은 11편의 에세이와 몇 편의 시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작가의 말

팔레스타인 번역가가 된다는 것은 사라져가는 세계와 그 사라짐을 좀처럼 인정하려 하지 않는 세계 사이의 중개자가 되는 일이다. 그것은 침묵의 심연을 가로질러 목소리를 실어 나르는 일이고, 언어적·정치적 왜곡이라는 바리케이드를 넘어 의미를 밀반출하는 일이며, 자신의 역사가 지닌 말들이 자신의 민족과 함께 죽지 않도록 지킴으로써 그 역사의 말소를 거부하는 일이다. 번역가는 단지 말을 옮겨 적는 사람만이 아니다. 그들은 상실을 기록으로 보관하고, 지워짐을 문서로 만들며, 가장 가냘프게 속삭이는 증언마저 봉쇄 너머의 세상에 닿게 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지금의 가자에서 번역은 단순한 지적 훈련만이 아니다. 그것은 생존의 수단이자 망각에 맞서는 무기다. 가자에서 번역을 한다는 것은 집단학살뿐만 아니라 전쟁이 지워버리고 싶어하는 삶의 평범한 순간들 역시 기록하는 작업이다. 공습이 닥치기 전 오렌지 꽃의 향기, 아침이 되면 존재하지 않게 될지도 모르는 도시 위로 흘러오는 예배의 부름, 금방이라도 파괴될지 모르는 교실에서 시를 낭독하는 어린아이의 목소리. 이런 세부는 봉쇄의 비인간화에 저항하면서 가자를 그저 고통이라는 추상으로만 존재하게 놔두는 일을 거부한다.

책 속에서

배고픔은 몸을 집어삼키기 훨씬 전부터 언어의 뼈대를 풀어헤치고, 명료함을 지워버리고, 리듬을 해체하고, 생각의 허약한 찌꺼기들만 남겨놓는다. 처음에 일관성 있는 문단으로 시작했던 것은 곧 조각조각 흩어지고, 결국에는 너무나 굶어서 의미를 계속 붙잡아두지 못하는 정신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떨리는 현상만 남을 뿐이다. 그렇기에, 내 언어가 나를 완전히 저버리기 전에, 나는 이 글을 쓴다. _「굶주림의 울부짖음 아래」

그리고 그럼에도, 나는 계속한다. 말을 하고 글을 쓴다. 침묵은 더 심각한 형태의 패배가 될 테니까. 비록 금이 가고 불확실할지언정 내가 여전히 줄 수 있는 선물은 증언뿐이다. 증언을 내 안에 가둬놓는 건 이 굶주림이 그것에 이름 붙이는 목소리까지 먹어치우게 놔두는 일이 될 테니까. 가자에서 살려면 이제 부재로 이루어진 안무를 따라야 한다. 우리는 걷는 게 아니라 떠내려간다. 먹는 게 아니라 찾아 헤맨다. _「굶주림의 울부짖음 아래」

우리는 녹초가 된 채 현기증을 느끼며 거의 인간이 아닌 상태로 존엄의 너덜너덜해진 가장자리에 매달려 있다. 우리가 약하게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고의적으로 텅 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움직인다. 등을 파고들며 압박해오는 필요의 무게를 짊어지고 구호 센터로 걸어간다. _「가자에서 바라본 풍경」

그것이 가자다. 영혼의 지속적인 해체 과정이다. 우리는 한 번에 모두 사라지지 않는다. 단계적으로 쓰러진다. 굶주림, 환멸, 박탈, 무감각을 차례로 겪으며. 그리고 그럼에도, 우리는 글을 쓴다. 그럼에도 말을 한다. 이것에 이름을 붙인다는 것이 그 총체성에 저항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_「가자에서 바라본 풍경」

우리는 두드렸습니다. 손이 갈라져 벌어질 때까지. 그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찾아낼 수 있는 모든 허공에 대고 소리도 쳤습니다. 우리의 괴로움을 에세이로 쓰고 돌에 새겼습니다. 우리가 지워지는 모습을 생중계했습니다. 우리의 고통을 모든 권력자의 언어로 번역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부서진 몸을 들어올렸습니다. 동정심을 자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정을 요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는 비유가 아니라 살점을 제공했습니다. _「우리는 손이 부러질 때까지 두드렸습니다」

봉쇄 아래 사람들은 시간을 조각조각 도둑맞고, 언어는 자신에게 허락된 좁은 공간에 맞추기 위해 줄어든다. 사람들은 긴 문장을 버린다. 단어 하나를 덧붙일 때마다 거기에 소모되는 힘을, 닳아 없어지는 배터리를, 그 1분 동안에 감수해야 하는 위험을 정당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_「축소되는 언어, 폭발하는 기억」

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고통을 담을 만큼 큰 단어들을 갖고 있지 않다고, 자신을 전혀 표현할 수가 없다고 털어놓는다. 그들은 메시지 창을 열고 두세 줄을 쓰다가 지워버린다. 불타버린 방들이나 박살 난 계단의 기억에 비해 그 말들은 너무 빈약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시 시도하고 다시 지우며 언어가 눈앞에서 실패하는 것을 지켜본다. _「축소되는 언어, 폭발하는 기억」

모든 단어를 짧아지게 하려고 애쓰는 장소에서 길고 신중한 문장들을 계속 쓸 것이다. 그 길이 자체가 우리가 여전히 여기 있다는, 한 번에 한 줄이 넘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선언이 되기 때문이다. 언어는 심지어 봉쇄 아래에서도 숨 쉴 자격이 있다. 그리고 내가 페이지 위에 단어들을 적어넣을 수 있는 한, 나는 언어가 그 숨결을 빼앗기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_「축소되는 언어, 폭발하는 기억」

비통함을 무디게 하도록 길들여진 언어로 어떻게 비통함을 옮겨야 할까? 흔적조차 없어진 집의 진실을 그것의 파괴를 일상화한 지 오래인 세계의 어휘 속으로 어떻게 실어 나를 수 있을까? 어떤 언어든 나름의 한계가 있지만 영어는 팔레스타인의 고통으로부터 가해의 주체를 지워버리고 대량 학살을 ‘충돌의 격화’로, 봉쇄를 ‘안보 조치’로 축소하도록 신중하게 구성되어 있다. 가자를 이 언어로 번역한다는 것은 가자의 현실을 가리도록 고안된 바로 그 구조들에 맞서 싸우는 일이다. 이것이 팔레스타인 번역가가 처해 있는 망명 상태다. 두 세계 사이에 존재하지만 그 어느 쪽도 온전히 자기 것이라 할 수 없는 상태. _「팔레스타인 번역가의 이중생활」

번역은 언제나 배신 행위였다. (…) 하지만 팔레스타인 번역가에게 걸려 있는 배신의 가능성은 훨씬 더 크다. 번역은 의미를 두고 싸움이 벌어지는 전장이고, 모든 단어가 윤리적 딜레마로, 모든 문장이 권력과의 대립으로 변하는 긴장에 찬 협상이다. _「팔레스타인 번역가의 이중생활」

한 편의 단편소설을 아랍어에서 영어로 옮길 때, 나는 텅 빈 공간 속으로 번역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미 완곡어법과 회피로 빚어진 담론 속으로 번역을 하고 있다. 윤리적 딜레마는 실재한다. 원문인 아랍어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나는 종종 ‘중립적인’ 영어의 규범들에 맞서야 한다. 영어는 명료함보다 수동성을, 저항보다 피해자성을 선호한다.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분노에 차 있고 고발하는 어조로 되어 있으며 명확함을 지닌 그대로 표현한다면, 나는 너무 정치적이거나 편향되었다며 번역을 기각당할 위험을 떠안게 된다. 그렇다고 그 목소리를 누그러뜨린다면, 나는 우리를 침묵시키는 바로 그 구조를 재생산할 위험을 떠안게 된다. 나는 지워짐과 고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걸어간다. _「팔레스타인 번역가의 이중생활」

내가 한 번이라도 온전하게 안전하다는 감각을 느꼈던 장소가 딱 하나 있다면 그곳은 가자였다고 인정하자니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그다음에는 온화한 과묵함을 지닌 더블린이 있다. 그리고 지금 있는 반제는―여기서는 안전하다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허공에 떠 있는 것 같다. 관찰하면서. 이곳에 있지만 뿌리를 내리지는 못했다. _「베를린보다 더 좋은」

차례

1. 굶주림의 울부짖음 아래
2. 가자에서 바라본 풍경―W. B. 예이츠의 점점 넓어지는 소용돌이를 통해 본
3. 우리는 손이 부러질 때까지 두드렸습니다
4. 축소되는 언어, 폭발하는 기억
5. 팔레스타인 번역가의 이중생활
6. 대위법적 신체
7. 베를린보다 더 좋은
8. 에드워드 사이드가 가자에 대해 가르쳐주는 것
9. 가자여, 라마단의 축복이 있기를
10. 두 지평선에 담긴 기도
11. 보이지 않는 것을 번역하다―가자의 하늘과 앤 카슨의 비전

저자 소개

지은이 | 알라 알카이시 Alaa Alqaisi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출신의 번역가이자 연구자. 가자지구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작가들의 시, 에세이, 단편소설을 영어로 번역하여 서구 매체에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문학 번역을 통해 문화적 기억과 저항, 생존의 서사를 전달하는 데 힘써왔다. 또한 가자지구의 굶주림, 기억, 상실에 관한 에세이로 그곳의 현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목소리로 주목받고 있다.
가자 이슬람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번역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아랍릿』 『계간 아랍릿』 『네이션』 『리터러리 허브』 『아디 매거진』 『에이버리 리뷰』 등에 기고하고 있다.


옮긴이 | 서제인

번역을 하면서 세상이 거기 있다는 걸 확인한다. 『흩어짐』 『구불구불 빙빙 팡 터지며 전진하는 서사』 『형식과 영향력』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 『벌집과 꿀』 『조지 오웰 뒤에서』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노마드랜드』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별들이 우리를 발견하기를』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목구멍 속의 유령』 ‘코펜하겐 삼부작’ 등을 옮겼다.

도서 정보



도서명: <팔레스타인 번역가의 이중생활>

- 분류: 에세이 > 외국에세이
- 지은이: 알라 아카이시
- 펴낸 곳: 글항아리
- 상세 서지정보: 130*200mm / 양장 / 180쪽 내외
- 출간 예정일: 2026년 6월 10일
- 정가: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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