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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그 자체가 된 소설
…… 그날, 바다 위에는 일렁이는 빛결의 잔상, 마치 거울에 입김을 불었을 때 생기는 듯한 아주 가벼운 고리들뿐이었다. 반짝이는 수면 전체가 서로 얽혔다가 풀리는 흐릿한 무늬들과, 순식간에 사라지는 덧없는 선들이 얽어 만든 그물처럼 덮여 있는 듯했다.
영원한 저녁인지 영원한 아침인지 분간하기는 불가능했다. 태양은 더 이상 어떤 시간도 의미하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 머무르며 죽은 사물들이 찬란히 빛나도록 책임을 다하고 있었으며, 그 자체도 하나의 얼룩, 윤곽도 거의 없이 흐릿한 빛무리로 무한하게 커진 얼룩에 불과했다. ……
-본문 中-

첫 문장 - 위압적인 풍모의 사내 다섯이 짭조름한 바닷내음과 염장 냄새가
물씬한 어두운 선실 안에서 팔을 괴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P. 22 - 참나무 뼈대가 지탱하는 굵직한 옆구리는 여기저기 긁히고 거친데다 습기와 염분에 절어있었지만, 여전히 튼튼하고 견고했으며 생생한 타르냄새를 뿜어냈다.
P. 56 - 그날, 바다 위에는 일렁이는 빛결의 잔상, 마치 거울에 입김을 불었을 때 생기는 듯한 아주 가벼운 고리들뿐이었다. 반짝이는 수면 전체가 서로 얽혔다가 풀리는 흐릿한 무늬들과, 순식간에 사라지는 덧없는 선들이 얽어 만든 그물처럼 덮여 있는 듯했다.
P. 73 - 물이 온몸을 타고 흘러내리다가 더 세차게 쏟아질 때면, 둘은 쓰러지지 않으려 등을 둥글게 굽히며 몸을 지탱했다. 뺨은 화끈거렸고, 매 순간 숨이 턱턱 막혔다. 물벼락이 한 번 내려칠 때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고는, 상대의 수염에 잔뜩 들러붙은 소금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P. 131 - 그리고 세상 어디에서나 영원히 변치 않는 것들이 있다. 탁 트인 잿빛 하늘, 봄 초원의 싱그러운 빛깔. 누군가 그 모습을 보았다면, 저 젊은이들은 죽음의 유희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의 들판을 흥겹게 뛰노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P. 159 - 그러자 형언할 수 없는 꿈과 원초적인 믿음이 뒤섞여 떠다니는 얀의 상상 속에서, 저 어두운 하늘 끝에 무너져 내린 슬픈 그림자는 조금씩 죽은 동생의 기억에 겹쳐지기 시작했다. 마치 그가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만 같았다.
P. 202 고드 역시, 세련된 애정 표현에는 서툴렀지만, 온 마음을 담아 바다가 금빛으로 그을린 약혼자의 뺨에 싱그러운 입술을 갖다댔다.
P. 242 두 사람 앞에는 마른 가지들 사이로 여전히 높은 십자가상이 서 있었는데, 시체처럼 깎이고 닳아버린 커다란 나무 예수상은 끝없는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P. 277 - 팔월의 어느밤, 어두운 아이슬란드 먼바다, 폭발하는 굉음 한
가운데서, 그와 바다의 결혼식이 치러졌다.
1부
2부
3부
4부
5부
피에르 로티 연보
옮긴이의 말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해군 장교로, 본명은 줄리앵 비오(Julien Viaud)이다. 당시 세계 여러 바다를 항해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국적인 풍경과 인간의 감정을 서정적이고 회화적인 문체로 그려, 19세기 말 프랑스 문단에서 큰 명성을 얻었다. 1888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Légion d'honneur) 대십자장을 수훈했으며, 1891년 불과 41세의 나이에 40명만이 종신 재직하는 아카데미 프랑세즈(Académie française)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대표작으로 『아이슬란드의 어부(Pêcheur d’Islande)』, 『마담 크리장템(Madame Chrysanthème)』, 『라문초(Ramuntcho)』 등이 있다. 1901년 6월 프랑스 군함 르두타블호(Le Redoutable)를 타고 제물포항에 입항하였고 약 10일간 한국에 체류하며 고종황제와 순종을 알현하였다. 로티는 이때의 경험을 소설 「매화부인의 세 번째 젊음(La troisième jeunesse de Madame Prune)」(1905)이란 작품에서 20여 페이지에 정도 걸쳐 언급하고 있다. 1923년 사망 당시에는 프랑스에서 빅토르 위고에 이어 ‘작가로서는 두 번째로 국장(國葬, funérailles nationales)’을 치른 인물로 당대의 인기 작가가 아니라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이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북아프리카에서 2년간 근무한 뒤, 귀국해 프리랜서 통번역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프로젝트 통번역과 출판 번역을 병행하며, 크리스틴 델피의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시리즈(공역), 「컬티시」(공역), 「페미니스트 킬조이」, 「미란다 복제하기」, 「합리적 망상의 시대」 등 다양한 분야의 불어·영어 서적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최근에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해 학문으로서의 통번역을 연구하는 통번역학을 공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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