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내 삶을 고요히 전시하기,
나 자신을 축적하기
진실과 허구 사이 가장 아름답게 탐구한 기억
프랑스인이 사랑하는 현대미술가 소피 칼의 사진 에세이
프랑스 현대미술의 가장 중요한 여성 예술가 중 한 명이자, 뉴욕현대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등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한 소피 칼의 사진 에세이를 독자들에게 새롭게 소개한다. 그는 자신의 가장 사적인 삶을 예술의 언어로 옮겨온 작가이다. 『진실된 이야기』는 사진과 글,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삶과 예술,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려온 소피 칼의 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사진과 글을 나란히 짝지어 전시하는 그의 작업은 탐사보도의 방식 같기도, 인스타그램 피드의 원형 같기도 하다. 그는 우리에게 기억이 만들어지는 방식은 무엇이며, 진실은 어떻게 해석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관찰당하는 대상’에서 ‘관찰하는 주체’로, 시선을 뒤집은 여성 예술가
1953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소피 칼은 예술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다. 이십대 초반에는 마오이즘과 페미니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사회운동에 참여하다가, 이후 갖은 일을 하며 세계 곳곳을 여행한다. 스물여섯 살이 되었을 때 칼은 처음 사진을 배우는데, 1979년에 그가 처음 구상한 작품은 길에서 우연히 만난 한 남자의 일상을 카메라로 추적하는 것이었다. 장 보드리야르의 에세이와 함께 『베니스에서의 추적(Suite vénitienne)』이라는 책으로 엮이기도 한 이 작업은 논란과 화제를 동시에 일으켰다. 대상을 미행하는 행위가 비윤리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여태껏 남성이 주체였던 ‘관찰하는 시선’을 여성이 전유해 보여줬다는 점에서 여성주의적 ‘시선의 전복’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여성의날 기념 재출간, 원본 사진 전면 재수록
『진실된 이야기』는 칼의 대표작으로, 사적인 삶과 내면의 기억을 아름답게 탐구한 오토픽션이자 사진 에세이다. 이 작품은 1994년 처음 출간된 뒤 몇 차례에 걸쳐 새로운 사진과 이야기가 추가되어 다양한 판본이 존재한다. 2002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증보판을 2007년 한국에 처음 소개할 당시 사진 속 신체 일부가 가려진 채 발간되었다. 2026년 국제여성의날을 기념하여 다시 선보이는 개정판 『진실된 이야기』는 모자이크를 걷어내고 원본 사진을 전면 재수록하였으며, 약 스무 해의 시간이 지난 만큼 번역 또한 재검토하여 다듬었다.
진실과 허구 사이, 각자의 기억을 다시 쓰게 하는 투명한 고백
『진실된 이야기』는 칼이 아홉 살이던 때의 기억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과거의 한 장면을 포착한 사진과 함께 한 편씩 일화가 이어지는데, 이 일화를 통과해 칼은 상실, 이별, 그리고 외면과 고통을 이야기한다. 때로 믿기 어려울 만큼 당혹스러운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그는 진실과 허구 사이를 유희한다. 그의 이러한 작업은 트레이시 에민 같은 여성 예술가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여겨지는 한편, 오토픽션의 측면에서 아니 에르노, 크리스 크라우스와 함께 연구되기도 한다. 자신의 삶을 건조한 유머와 솔직함이라는 투명한 액자 안에 담아 전시하며 칼은 우리에게 각자의 기억이 쓰인 앨범을 꺼내 돌이켜보라고,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써보라고 말한다.


내가 열네 살이었을 때, 조부모님은 내 얼굴과 몸의 불완전한 부분들을 고치길 바라셨다. 내 코를 다시 만들어주고, 엉덩이에 있는 피부를 가져다 왼쪽 다리에 있는 흉터를 감추고, 하는 김에 삐죽 튀어나온 귀를 머리 쪽으로 붙이자고까지 했다. 나는 망설였지만 사람들은 나를 안심시켰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까지 결정을 하지 못했다.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인 F 박사와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그가 나의 망설임에 종지부를 찍었다. 수술 이틀 전날 그는 자살했다. _15쪽
여섯 살이었을 때 나는 로자-보뇌르 거리에 있는 조부모님 집에 살았다. 매일 저녁 나는 일종의 의식을 치르듯 승강기 안에서 옷을 벗고, 벌거벗은 채로 6층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전속력으로 복도를 가로질러 즉시 집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20년 후, 피갈 대로에 있는 장터의 가건물 무대 위에서 나는 매일 저녁 옷을 벗었다. 이 거리에 사는 조부모님이 지나갈지도 몰라, 금발의 가발을 쓴 채. _21쪽
얼마 후,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파리에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나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며, 1990년 1월 20일 9시에 오를리공항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그는 오지 않았다. 1991년 3월 10일 7시에 전화벨이 울렸다. “그렉 셰퍼드입니다. 저 오를리공항에 있어요. 1년이나 늦었네요. 그래도 저를 만나주시겠어요?” _71쪽
병원에 다녀왔다. 300여 개의 질문이 담겨 있는 여섯 페이지에 달하는 질문지에 대답을 해야 했다. 단 하나를 빼고 모든 질문에 나는 “아니요”라고 답했다. 풍진, 천연두, 수두, 콜레라, 파상풍, 결핵, 황열병, 성홍열, 혹은 티푸스……에 걸린 적이 있었나요? 현기증이 잘 일어나나요? 콜레스테롤, 당뇨, 혈압, 두통, 심장병, 위장병이 있나요? (…)
그런데 갑자기 질문들의 홍수 속에서 마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이런 질문이 나타났다.
“당신은 슬픈가요?” _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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