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1. 예고 없이 찾아온 겨울, 그리고 배낭 하나
인생은 때때로 우리가 정성껏 쌓아 올린 모래성을 단 한 순간의 파도로 휩쓸어버린다. 스물여섯 살의 청년 에밀에게 찾아온 파도는 ‘조기 치매’라는 잔인한 이름이었다. 기억이 마모되고, 언어가 조각나며,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게 될 것이라는 선고였다. 의사는 그에게 병원 침대와 임상 실험을 권했지만, 에밀은 다르게 응답했다. 그는 노트북을 켜고 익명의 게시판에 광고를 올렸다.
“함께 여행할 사람을 구합니다. 목적지는 없습니다. 다만, 길 위에서 생의 마지막 조각들을 맞추고 싶습니다.”
이 무모하고도 슬픈 제안에 응답한 사람은 커다란 밀짚모자를 쓰고 나타난 낯선 여인, 조안이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그녀와 함께 에밀은 낡은 캠핑카에 몸을 실었다. 이것은 죽음을 향한 도주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삶의 가장 푸른 부분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험의 시작이었다.
2. ‘블루’라는 색이 가진 이중성
소설의 원제인 ‘Tout le bleu du ciel’은 우리말로 ‘하늘은 온통 푸른색’을 의미한다. 프랑스어에서 블루(Bleu)‘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은 맑은 날의 찬란함을 뜻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깊은 우울과 슬픔을 상징하기도 한다.
에밀이 마주한 푸른색은 처음엔 후자에 가까웠다. 자신의 정체성이 지워져 가는 공포, 남겨질 가족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억울함이었다. 하지만 조안과 함께 프랑스의 피레네산맥을 넘고, 시골 마을의 한적한 풍경 속으로 잦아들면서 그 푸른색은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멜리사 다 코스타는 이 과정을 아주 섬세하고 느린 필치로 묘사한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서두르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마치 에밀이 자신의 기억을 잃어가는 속도에 맞춰,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사소한 아름다움들을 하나씩 끄집어낸다.
3. 고독과 고독이 만나 연주하는 화음
이 소설의 백미는 에밀과 조안, 두 사람의 관계에 있다. 조안 역시 깊은 상실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말이 없고, 늘 무언가를 응시하며, 에밀의 병세를 동정하지 않는다. 바로 그 ‘동정하지 않음’이 에밀에게는 구원이 된다.
사람들은 아픈 사람을 대할 때 본능적으로 조심스러워지거나 과한 친절을 베푼다. 하지만 조안은 에밀을 ‘환자’가 아닌 ‘여행 동료’로 대한다. 그녀는 에밀이 단어를 잊어버리면 그 빈자리를 묵묵히 기다려주고, 그가 발작을 일으키면 그저 곁을 지킨다. 두 고독한 영혼이 캠핑카라는 좁은 공간에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침묵을 공유하는 장면들은, 언어가 사라진 자리에서도 인간과 인간은 연결될 수 있다는 장엄한 진실을 보여준다.
4. 자연, 치유의 가장 거대한 캔버스
에밀의 여행지는 화려한 도시가 아니다. 프랑스 남부의 거친 산맥, 이름 모를 작은 마을, 쏟아지는 별빛 아래의 들판이다. 멜리사 다 코스타의 문장은 풍경화처럼 선명하다.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며 피레네의 시원한 공기를 호흡하고, 라벤더 향기가 섞인 바람을 느낀다.
작가는 인간의 고통이 자연의 광활함 속에서 얼마나 작아질 수 있는지, 동시에 그 자연이 얼마나 따뜻하게 인간을 품어줄 수 있는지를 강조한다. 에밀의 뇌세포는 죽어가고 있지만, 그의 감각은 오히려 자연 속에서 깨어난다. 햇살의 온기, 흐르는 물소리, 갓 구운 빵의 냄새. 치매라는 병은 그에게서 미래를 앗아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현재’에 완벽히 머물게 한다.
5. 이제, 당신의 푸른 여행을 시작할 시간
『하늘은 온통 푸른색』은 상실을 경험한 이들,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에밀과 조안의 여행은 끝이 나겠지만, 그들이 남긴 푸른 빛은 독자들의 가슴 속에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을 것이다.
삶이 당신을 속이고, 세상이 온통 잿빛으로 보일 때 이 책을 펼쳐야 한다. 그리고 에밀처럼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오늘, 내가 만난 가장 푸른 풍경은 무엇이었나?”
이 소설은 독자에게 속삭인다. 당신의 삶은 여전히 눈부시며, 하늘은 여전히 온통 푸른색이라고.

그녀는 프랑스에서 1990년에 태어났다. 아버지는 건설업에 종사했고 어머니는 보육사였다. 그녀는 일곱 살 때부터 시, 이야기, 그리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그녀는 리옹의 기업행정연구소(IAE)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공부했다. 그 후, 이제르의 시청에서 에너지와 기후 분야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 일했다. 2018년, 독립 출판사(Carnets nord)에서 출판된 『하늘은 온통 푸른색: Tout le bleu du ciel』이라는 제목의 이 소설은 프랑스에서 1백만 부 이상 팔렸다. 2020년부터 전업작가의 길을 가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다.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성공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원대학교, 상명대학교 강사를 지냈다. 지금은 프랑스에 머물며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가벼움의 시대》 《달빛 미소》 《나는 걷는다 끝》 《하늘의 푸른빛》 《프랑스 유언》 《세상의 용도》 《어느 하녀의 일기》 《시티 오브 조이》 《군중심리》 《사회계약론》 《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로이트: 그의 생애와 사상》 《마법의 백과서전》 《지구는 우리의 조국》 《밤의 노예》 《말빌》 《세월의 거품》 《레이스 뜨는 여자》 《눈 이야기》 《당나귀와 함께 한 세벤 여행 》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 《프랑스를 걷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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