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급식 노동자는 밥하는 동네 아줌마가 아닙니다”
아이들의 끼니를 책임지는 학교 급식 노동자의 일과 삶
▶ 어머니를 따라 학교 급식 노동 현장으로 뛰어들다
학창 시절 급식을 먹었던 세대라면 매일 얼굴을 마주했을 사람, 흔히 ‘밥하는 아줌마’라 불리는 학교 급식 노동자들. 그들은 초·중·고등학생들의 끼니를 책임지는 중요한 노동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그들의 일은 오랫동안 가사 노동의 연장선으로만 인식되며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학교 급식 노동은 단순한 가사 노동이 아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대용량의 음식을 안전하고 맛있게 완성해야 하는 이 일은, 이론만으로는 배울 수 없는 기술과 숙련을 현장에서 체득해야 하는 전문 노동이다.
『밥 짓는 여자들』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학교 급식 노동자의 일과 삶을 16명의 노동자를 통해 깊이 들여다본다. 12년 차 급식 노동자 어머니를 둔 저자는, 여성 노동자들이 주로 수행해 온 급식 노동이 어떻게 무시되고 평가절하되어 왔는지를 기록한다. 동시에 그럼에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말하며 열악한 환경을 바꾸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삶을 세상에 전한다.
급식 보조 인력으로 일하며 저자는 어머니의 직업을 쉽게 말하지 못했던 과거를 반추하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그들은 ‘밥하는 아줌마’로 불려야 했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 왜 급식실에는 기혼 여성이 많을까
학교 급식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확대되었다. 1950년대 구호를 목적으로 도입된 학교 급식이, 1970~80년대에 이르러서는 아동의 신체 발달과 건강 증진을 위한 제도로 그 의미가 변화했다. 이후 1990년대에는 ‘여성의 가사부담 완화를 통한 사회참여 확대’라는 정책적 목표가 더해지며 제도가 자리 잡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학교 급식 일자리는 주부 재취업과 기혼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로 홍보되었고, 많은 여성들이 급식 노동 현장으로 유입되었다.
이로 인해 급식 노동은 흔히 ‘여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학교 급식은 가정에서의 요리와는 큰 차이가 있다. 급식 노동은 조리뿐만 아니라 청소, 식재료 관리, 급식실 운영 등 세분화된 업무로 이루어지며, 재료 손질과 조리 방식에는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된 지식이 필요하다. 또한 가정과 급식실에서 사용하는 조리 도구는 크기나 사용 방식이 달라, 그 사용법 역시 시간을 두고 익혀야 한다. 가정에서 네 사람 분량의 나물무침을 만드는 것과 수백 명 분량의 나물을 무치는 일이 전혀 다른 조리법을 요구하듯, 급식 노동에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숙련이 축적되어 있다.
▶ 전처리와 조리, 배식과 청소까지
쉴 틈 없는 고강도 노동
급식실의 업무는 크게 오전과 오후로 나뉜다. 오전에는 전처리실과 조리실에서, 오후에는 식당과 세척실에서 주된 작업이 이루어진다. 노동자들은 그날 맡은 메뉴에 따라 업무 내용이 달라진다.
조리를 맡은 노동자들은 출근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영양교사가 주문한 공산품과 채소, 육류의 상태와 수량을 검수한다. 이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메뉴가 있을 경우 미리 재료를 준비해두기도 한다.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면 전처리와 조리가 동시에 진행된다. 전처리실에서는 조리에 필요한 재료를 직접 썰거나 기계로 다지고, 조리실에서는 전처리된 재료로 국과 밥, 주찬과 부찬을 만든다. 이 모든 과정은 오후 12시 전후로 시작되는 학생 배식 시간 전에 마무리되어야 한다.
배식이 끝나면 학생과 교직원이 사용한 식판과 국그릇, 수저, 배식대 등을 세척용 약품과 식판세척기로 씻고, 음식물과 쓰레기로 어질러진 급식실 바닥을 청소한다. 짧은 휴식 후에는 조리실과 전처리실, 세척실을 다시 정리하고 청소한다. 휴게실에 딸린 샤워실에서 땀에 젖은 몸을 씻은 뒤, 다음 날 메뉴에 대한 논의를 끝으로 하루의 일과가 마무리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급식 노동자들은 뜨거운 불 앞에서 찌고, 볶고, 끓이며 대용량 음식을 들고 나른다. 매일 반복되는 이 노동은 언제든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 오늘도 학생들에게 맛있는 한 끼를 먹이기 위해
이처럼 사회적 편견과 고강도의 노동, 뜨거운 불과 조리흄(유해 연무), 20kg에 육박하는 밥통을 들어야 하는 위험한 작업 환경 속에서도 그들은 매일 급식실로 향한다. 아이들을 먹이는 일이라는 책임과 애정이 그들의 노동을 지탱한다.
“이제 그럴 때는 애들이 ‘조리사님 저 너무 맛있어요. 최고예요.’ 막 이러면서 ‘힘드시죠’ 이러면서… 그렇게 하고 또 선생님들도 오셔서 너무 고생하신다고, 수고하신다고 이럴 때 진짜 뿌듯함을 느끼는 거죠. 맛있다고 해주고 고생하신다 그러고 수고하신다고 그러고. 이렇게 더우신데 이렇게 하신다. 그럴 때 진짜 보람을 느끼죠.”

여러분은 학창 시절 급식을 먹었던 세대인가요? 저는 뼛속까지 급식 세대입니다. 다만 다른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어린 시절의 기억이 하나 더 있습니다. 초등학교를 어머니와 함께 다녔던 기억입니다.
어머니는 20년 넘게 학교 급식 노동자로 일하고 계십니다. 저는 어머니와 함께 학교를 오가며 급식 노동자들이 매일 마주하는 고강도의 노동과 그로 인한 온몸의 통증,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향한 사랑 역시 가까이에서 보았습니다. 편집자가 된 뒤, 언젠가는 학교 급식 노동자의 삶을 담은 책을 꼭 출간하고 싶다고 다짐하게 된 이유입니다.
그러던 중 정다정 저자가 쓴 논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자 역시 학교 급식 노동자인 어머니를 둔 사람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세상에 전하고 싶다는, 저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급식 노동자의 노동 현장을 더 생생하게 체험하기 위해 직접 급식 노동자가 되어 보기로 합니다. 급식 보조 인력으로 일하며 노동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겪는 작업 과정과 위험한 노동 환경을 몸으로 경험합니다. 이를 통해 학교 급식 노동이 단순한 가사 노동의 연장선이 아니라, 높은 기술과 숙련도를 요구하는 전문 노동임을 이 책을 통해 논리정연하게 풀어냅니다.
아직도 우리 중 누군가는 학교 급식 노동자를 ‘밥하는 아줌마’라고 부를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조리사’, ‘조리실무사’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이 책이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업무 능력이 더 이상 폄하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정당하게 인정받는 데 작은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 오해은 편집자
들어가며
1장 그렇게 급식실로 출근하게 되었다
2장 왜 급식실엔 기혼 여성이 많을까
1. 학교 급식의 시작: 아이들을 위한 학교 급식
2. 학교 급식의 확대: 일하는 엄마들을 위한 학교 급식
3. ‘괜찮은 주부 일자리’로 기획된 학교 급식
3장 학교 급식 노동자의 하루
1. 학교 급식 노동자는 일과 가정 모두를 잡을 수 있을까
2. 이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
검수와 아침조회
전처리와 조리
배식과 세척
청소와 마무리
3. 여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
밥하는 일: 가사 노동의 연장선에서 이해되는 학교 급식 노동
쉬운 일: 인정되지 않는 학교 급식 노동자의 숙련
위험하지 않은 일: 비가시화되는 여성들의 육체노동과 안전
4장 여전히 열악한 노동 환경
1. 일할 사람이 없다
2.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어디에
3.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
5장 그럼에도 우리는 일한다
1.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2.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
3. 경력은 곧 나의 전문성
4. 기꺼이, 돌봄으로 학교 급식을 확장하기
5. 동료와 연결되며 연대하기
6. 아줌마가 아닌 노동자
7. 노조 활동으로 고립에서 벗어나기
마치며
참고문헌
첫날, 업무를 마치고 다 같이 퇴근하는 길에 실무사인 혜진이 내게 “아이들이 예쁘지 않냐”고 물었었다. 아이들이 예쁘냐고? 나는 어리둥절하며 “애들이요? 전 오늘 양배추만 봤는데요?”라고 대답하자 같이 퇴근하던 조리사, 조리실무사들이 내 말에 푸핫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나의 첫 급식실에서 일한 소감이자 기억이다. 허리를 펼 새도 없이 양배추 주기 바빴고, 청소하기 바빴는데 어떻게 아이들을 볼 수 있었겠는가? 고백하자면, 나는 급식실에서 일하는 두 달이라는 기간 동안에도 업무에 익숙해지기 급급했지, 아이들을 볼 여유는 생기지 않았다. 동료들처럼 아이들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인사를 해주는 등의 일은 나로서는 사치였다. 새삼 배식도 해주며, 아이들을 챙기는 동료들의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p30-31)
이 같은 학교 급식의 확대 실시는 기혼 여성의 일·가정 갈등을 완화하고자 하는 정책으로 시행되었지만 보다 궁극적으로는 학교 급식을 비롯한 영유아 보육시설 지원과 같은 정책 실행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참여를 높여 당시 사회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기혼 여성의 고용율 확대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또한 학교 급식의 확대 실시는 이미 취업한 기혼 여성들의 양육 부담을 완화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유휴 인력으로 인식되었던 주부의 사회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으로 이해되었다는 점에서 여성을 여전히 국가 발전의 수단으로서 바라봤다는 한계를 가지며, 국가 발전이라는 상위 목표를 상정하여 놓고 이에 상응할 때만 비로소 여성 정책이 실현될 수 있다는 한계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p40-41)
8시 30분 정도에 조회가 끝나면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조리(실무사) 4명 중 2명은 전처리실에서 조리에 필요한 재료들을 준비한다. 야채를 세척한 뒤, 칼로 직접 썰거나 기계로 다져 조리실로 넘겨준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오늘 먹을 쌀을 불려놓는다. 전처리 업무가 마무리되면 전처리실을 어느 정도 정리한 뒤 조리실로 넘어온다. 전처리실에서 넘어온 한 명은 국을 끓이기 시작한다. 국은 다시마와 멸치 등으로 육수를 먼저 낸 뒤 본격적으로 양념과 재료를 넣고 조리한다. 검수가 끝나면 소량의 양을 따로 담아 영양교사에게 음식을 검식(음식의간 등을 체크)받고, 검식을 통과한 음식은 1인분씩 스테인리스 통에 담겨 보존식을 관리하는 냉동고에 담긴다. 보존식은 추후 식중독 등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보관하는 것이다. (p70-71)
그뿐만 아니라 학교 급식 노동자들은 고중량을 다루며 단시간 내에 높은 노동 강도를 소화해야 하므로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덜 힘들게 일하며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매번 고민한다. 급식실 내에서 ‘효율적’의 의미는 ‘몸이 덜 힘들고’, ‘시간도 단축되며 결과도 좋은’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효율적인 작업 방식 또한 재료나 조리 기구의 특성에 대한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활용 및 응용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p93)
학교 급식 노동자들도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 정체성보다는 기혼여성의 정체성으로 이해되고 있었다. 많은 경우 학교 급식 노동자들은 ‘아줌마, 이모, 여사님’으로 불려져 왔고 이는 여성들의 노동자 정체성 형성을 방해하여 급식 노동자들조차 이 같은 정체성을 내면화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아줌마’로 자신들을 부르는 게 잘못된 것임을 알고는 있지만 정작 학생에게 자신을 지칭할 때, 자신과 동료들을 나에게 말할 때 본인과 동료를 ‘아줌마, 엄마, 이모’ 등으로 소개하거나 부르고 있었다. (p172)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비정규직, 공무직 등으로 근무한 여성/청년/노동자.
여성의 노동에 관심이 있어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에 입학해 논문 「학교 급식 노동자의 모순적 경험과 대응」(2023)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모든 노동은 가치 있다고 믿는다.

1. 18,000원 펀딩
<밥 짓는 여자들> 도서 1부
후원자명 별도 인쇄 삽지
펀딩 달성 단계별 추가 마일리지 적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