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예술과 삶, 상실과 회복을 잇는
패티 스미스의 새로운 기록
“나는 유년의 정원을 찾아 나선 고독한 여행자가 되어,
햇살 부서지는 언덕 끝에서 내 모든 이야기를 남김없이 뿜어낼 것이다.”
뮤지션이자 시인, 전방위적 예술가로 불리는 문화 아이콘 패티 스미스가 데뷔 50주년을 맞이하며 예술가 이전의 삶부터 성장과 각성, 예술적 경험에 이르기까지 놀랍도록 솔직하고 진솔하게 담아낸 회고록으로 돌아왔다. 『패티』는 음악과 시, 사진과 산문을 넘나들며 평생 예술을 동반자 삼아 살아온 작가가 자신의 가장 내밀한 세계를 응축한 기록이다.
책은 제2차세계대전 직후 태어난 패티 스미스가 철거를 앞둔 주택단지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무대로 시작한다. 그는 충성스럽고 우애 깊은 형제들을 이끄는 대장이자, 거북 왕과 교감하며 신성한 은화를 찾아 헤매는 모험가로서 독자를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
이후 이야기는 예술과 사랑에 빠져 첫 불꽃이 피어오르던 10대 시절로 이어지며, 아르튀르 랭보와 밥 딜런을 창작의 롤모델로 삼아 시의 세계로 나아간 경험은 훗날 『호시스Horses』 『웨이브Wave』 『이스터Easter』와 같은 명반을 탄생시키는 동력이 된다.
이 책은 예술이 인간을 어떻게 지탱하고, 상실과 고통의 시간을 어떻게 건너게 하는가라는 질문을 골자로 개인적인 기억과 사유, 일상의 단편들을 통해 예술이 단순한 표현을 넘어 영혼을 먹여 살리는 ‘양식’임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원제인 ‘Bread of Angels(천사들의 빵)’는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위로와 신념, 예술의 은유, 그리고 삶 곳곳에서 마주한 ‘친철함’을 의미한다.
『저스트 키즈』가 젊은 날의 우정과 예술의 탄생을 기록했다면, 『패티』는 시간을 건너온 예술가가 지금도 예술을 통해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때문에 이 책은 『저스트 키즈』의 프리퀄이자 시퀄이라 할 만하다. 책에서 패티 스미스는 거창한 고백 대신 절제된 문장으로 삶의 취약한 순간들—사랑, 상실, 나이듦, 창작의 고독—을 응시하며, 시와 산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글은 음악가이자 시인, 그리고 기록자로서의 그가 어떻게 하나의 목소리로 수렴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록 스타의 회고록이라기보다, 한 예술가가 평생 붙들어온 신념의 아카이브에 가깝다.
『패티』는 오랜 팬뿐 아니라, 예술과 삶의 의미를 묻는 모든 독자에게 열려 있는 책이다. 패티 스미스 특유의 담담하고 투명한 문장은, 빠르고 소란스러운 세계 속에서 우리가 무엇으로 살아가는지를 자문하게 한다. 예술은 생존의 방식이며, 이 책이 그 증거다.


사각사각 펜이 종이 위를 움직인다. 반항의 혹 반항의 혹 반항의 혹. 무슨 말이야, 펜이 묻는다. 모르겠어, 손목이 대답한다. 말이 먼저 생겨나고, 그 의미는 후에 폴란드 북부의 어느 골짜기, 돌리 나 샤를로티에 머물고 있는 작가가 정할 것이다. _8쪽
약간 닳아 해진 『실버 페니』는 호기심이 폭발하던 시절, 어떤 지침도 없이 오직 믿음으로 살던 내게 주어진 사랑의 선물이었다. 나는 그 책의 첫 문장을 곰곰이 되씹었다. 요정 나라에 들어가려면 실버 페니가 있어야 해. 하지만 실버 페니는 찾기 어렵지. 나는 이 작은 책 속에 내가 가장 열망하던, 신비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래서 시들을 꼼꼼히 읽었고, 장난기 가득한 지상의 천사와 요정들을 향한 기도문을 외웠다. 하느님, 요정님, 진실을 보여주세요, 진실을 보여주세요! 저는 당신을 기다리는 아이입니다. 등굣길을 걷는 내내 이 기도를 되뇌었다. _38~39쪽
너는 누구야? 애벌레가 묻는다.
나는 누구지? 나 역시 스스로에게 곧잘 했던 질문이다. 나는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행복했지만, 그럼에도 늘 뿌리깊은 소외감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분명 애정 결핍 때문은 아니었다.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를 거쳐 다시 거울 나라를 여행하며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그녀 자신의 이미지를 찾으려고 애썼다. 나도, 어째서 나만 외모도 성격도 이토록 다른지 궁금했다. _59쪽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어른 세상의 일원이 되어 끝도 없는 책임을 짊어지고 싶지 않았다. 자유롭게 떠돌며 나만의 세상이라는 건축물을 한 칸 한 칸 만들어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멈출 수 없는 변화의 과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_66쪽
아버지가 어떤 마음으로 우리를 미술관에 데려갔는지는 모르겠다. 필라델피아미술관으로의 단 한 번뿐이었던 가족 나들이는 계시와도 같았다. 그곳에서 나는 예술을 발견했다. _100쪽
이른새벽의 카페에, 텅 빈 호텔 라운지에, 아니면 고요한 대성당의 장의자에 앉아 공책에 무언가를 끼적이는 작가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특정한 순간의 진동을 담은 한줄기 빛이 환히 내리꽂히는 찰나. 조니 스탈이 나의 신발끈을 묶어주던 순간. 부치 매직의 손가락이 벌침을 뽑아내던 순간. 아무 계산 없는 친절한 몸짓의 기억. 그런 순수한 기억이 다름 아닌 천사들의 빵이다. 나는 펜을 내려놓고 환상의 상처를 더듬는다. _110쪽
우리는 우리 자신의 주인이 아니다. 헤르만 헤세는 그렇게 썼다. 오랜 생각 끝에, 헤세의 말도 사실일지 모르지만 결국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의 주인이라고 결론지었다. _127쪽
처음 뉴욕에 온 것은 예술가가 되고 싶어서였지만 운명은 나를 공인의 삶이라는 벼랑으로 이끌었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 스스로를 주로 노동자라 느꼈으며, 우리의 고투는 특권이라 믿었다. 사방이 벽이었고, 거기에 금을 낸 것은 다른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그저 온 힘을 다해 그걸 발로 차 무너뜨리고, 잔해를 치워, 이미 이만치 다가와 있을 새로운 쥐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만 하면 되었다. 『호시스』는 자유를, 진실한 한 시대를 알렸다. _151쪽
그를 다시 만난 건 12월, 우리의 두번째 디트로이트 콘서트가 끝난 뒤였다. 밴드와 스태프는 르네상스호텔 바에서 지역 뮤지션들과 합류했다. 그때 프레드가 내 손을 잡았고, 우리는 몰래 빠져나와 통유리로 된 전망용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프레드가 25층을 누르자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올라갔다. 처음으로 단둘이 된 순간이었다.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대던 것이 지금도 느껴지는 듯하다. 자동차의 도시가 우리 발밑에서 멀어지며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그와 함께 우리의 장거리 연애가 시작되었다. 실제적인 존재보다 신뢰와 인내에 더 기대게 될 연애였다. _157쪽
바야흐로 내 조용한 맹세의 봉인이 뜯겨나가고 있었다. 또다시 성장을 위해 소중한 것을 저버려야 할 순간이었다. 종교와 내 아이를 포기한 전력이 있는 나였으니, 그에 비하면 부와 명성이라는 껍데기를 벗어던지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가 떠난다는 사실에 누구보다 고통스러워할 동생을 제외하곤 아무도 이런 생각을 알지 못했다. 토드는 내 눈에서 그걸 보았고, 나는 그가 눈물을 참고 있음을 알았다. _191쪽
로큰롤은 내게 우리의 음악적·정신적 유산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것과 절연할 만한 전경을 제공해주었다. 나는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낡은 체크무늬 여행가방을 들고 디트로이트로 돌아갔다. 사랑을 위해. 예술을 위해. 하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 이제 낡은 코트를 벗어던질 때였다. 반항의 혹이 몸을 떨었다. 떠남은 내 존재의 두번째 선언이었다. _192쪽
깨달음에 대한 욕구는 야망을 능가했다. 아마도 내가 더는 대중의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일 텐데, 어떤 이들은 나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여겼다. 하지만 사실 나와 프레드는 서로를 통해 진화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성장통으로 고통스러웠다. 마치 고치에서 막 빠져나와 젖은 날개를 펼치려 버둥대는 나방이나, 가녀린 네 다리로 땅을 짚고 첫걸음을 떼려는 당나귀처럼. _199~200쪽
아마 우리를 지켜준 것은 행성과 달, 그리고 사랑의 힘이었을 것이다. 나의 갑옷은 너무도 견고해 보였으리라. _206쪽
나는 어린 아들이 잠들어 있는 이른아침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때가 내 글쓰기 시간이었다. 몇 달이 지나자 일과는 더 자연스러워져서 나는 내면의 시계에 맞춰 기분좋게 잠에서 깼다. 새벽녘 집이 온통 잠의 고치에 싸인 가운데 잭슨의 숨소리가 제 아버지의 숨소리와 하모니를 이루었다. 나는 조용히 아래층으로 내려가 결코 집을 떠나지 않는 여행자의 모험을 계속 써내려갔다. _229쪽
오랫동안 내 안에 떠다니는 한 가닥 깃털 같은 순수의 흔적을 품고 살았다. 그것이 내게 넉넉한 열정의 원천이 되어주고, 상실감과 실망감을 잠재웠다. 열두 살짜리 여자아이의 발목을 휘감는 피의 덩굴, 또한 제 날개를 붙여 나의 발꿈치를 멍들게 한 전령 같은 젊은 날의 부름을 나는 꽉 붙들고 살아왔다. 마치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열망의 세례라도 받은 것 같았다. _307쪽
한 해의 마지막날. 나는 나의 아들딸과 함께 음악을 연주한다. 아들은 의자에서 잠이 든다. 텔레비전 화면이 깜빡인다. 태평양 연안에는 12미터 높이의 파도가 일렁이고 베들레헴은 셔터를 내렸다. 나는 딸과 함께 소파에 앉아 있다. 푸른 달이 프레드의 탄생석인 사파이어의 쪽빛으로 우리를 물들인다. 그렇게 우리는 한마음이 된다. 또 한 해가 저문다. _328쪽
프렐류드
이성의 나이
정원들
깨달음
예술/쥐들
맨발로 추는 춤
나의 마드리갈
필멸의 발걸음
그랜트
평화의 왕국
한 방울의 피
방랑자
사진에 관하여
아카이브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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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티> 패브릭 북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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