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감각에는 유행과 무관한 어떤 지속성이 있다. 이 책은 19–20세기 영미권 여성 작가들이 정원과 숲, 농가와 호숫가에 머물며 포착한 자연의 리듬과 사유를 담은 산문 선집이다. 식물과 계절, 동물과 풍경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태도는 삶의 무게를 견디는 방식과 연결되고, 자연을 외부의 풍경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한다.
로라 잉걸스 와일더와 메리 헌터 오스틴, 마저리 키넌 롤링스 등 여덟 명의 여성 작가들은 각각의 장소와 계절 속에서 자연을 농밀한 감각으로 기록한다. 그들에게 자연은 감상 대상이라기보다 손과 눈과 몸으로 다루는 세계다. 정원의 호흡과 숲의 냄새, 동물의 움직임, 날씨가 감정을 통과하는 순간을 묘사한 문장들은 오늘날 독자에게도 선명한 감각으로 다가온다. 자연은 휴식의 자리를 넘어 기억과 노동, 애도와 의미를 품은 세계다.
역자 후기에서 밝히듯, 이 책의 번역 또한 여성 번역자들이 함께 기획해 공역으로 완성했다. 영미권에서 이어져온 여성 산문 재조명 흐름을 참고해 저작권이 만료된 작품들을 선별하여 여성 자연서사를 온전히 여성들의 손으로 완성했다. 국내에서 여성 자연서사를 묶은 산문 선집은 드물다. 이 책은 거대 담론보다 작고 지속적인 감각, 곧 씨앗을 심고 꽃을 돌보는 일, 계절을 감지하는 몸, 비인간 존재와의 접촉이 어떻게 우리 삶을 지탱하는지 드러낸다. 현대 독자에게 흥미로운 지점은 ‘재배·관찰·체험·기록’이라는 느린 실천의 품위다. 자연은 도피처가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또 다른 문법이며, 생활의 감정선을 조율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텍스트와 호흡을 맞춘 책 앞뒤의 그림들 역시 19세기 회화로, 산문의 시선과 정서를 시각적으로 확장한다. 도시적 속도에 익숙한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잊고 지냈던 감각을 회복하고, 자연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목련나무The magnolia tree
마저리 키넌 롤링스 ◆ 김정은 옮김
섬의 정원An Island Garden
셀리아 레이턴 색스터 ◆ 정영은 옮김
1843년 6월 10일, 나이아가라에서Niagara, June 10, 1843
사라 마가렛 풀러 ◆ 김지혜 옮김
들꽃 한 다발A Bouquet of Wild Flowers
로라 잉걸스 와일더 ◆ 최인 옮김
비가 드문 땅The Land of Little Rain
메리 헌터 오스틴 ◆ 강경이 옮김
사건의 내막The Ins and Outs of the Matter
메이블 오스굿 라이트 ◆ 고은주 옮김
숲속에서의 오후An Afternoon in the Woods
수전 페니모어 쿠퍼 ◆ 최인 옮김
림버로스트의 나방들Moths of the Limberlost
진 스트래튼-포터 ◆ 방진이 옮김
역자 후기
역자 소개
우리가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문제는 사람 사이의 관계만큼이나 흥미롭고 다면적이다. 누군가에게 아무리 좋은 장소도 다른 이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으며, 인간 불행의 상당수가 인간과 주변 환경 사이의 원초적 관계를 무시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_〈목련나무〉 중에서
도요새 소리는 무척 달콤하지만 어딘가 애처로운 기운을 머금고 있고, 송참새 소리는 묘하게 사색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울새의 노래에는 슬픈 가락이 섞이곤 하고. 요정의 나팔소리를 연상시키는 꾀꼬리 소리는 의기양양하지만 이 또한 순수한 기쁨의 소리와는 거리가 멀고, 검은지빠귀의 울음소리는 강렬하면서도 달콤하지만 환희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_〈섬의 정원〉 중에서
그해 여름 학교에서 배운 건 다 잊어버렸지만, 유리에 패랭이꽃을 붙여 만들었던 아름다운 화환과 별, 온갖 모양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오늘 아침 패랭이꽃의 은은한 향을 맡는 순간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_〈들꽃 한 다발〉 중에서
사막의 공기에 감도는 신비로움은 전설 같은 이야기들, 주로 사라진 보물에 관한 이야기들을 낳는다.
떠도는 이야기를 믿는다면 이 삭막한 경계 안쪽 어딘가에 금덩이가 널린 언덕이 있다. _〈비가 드문 땅〉 중에서
블레이크는 마리아를 배웅하러 문으로 가는가 싶더니 밤거리까지 선뜻 따라나섰다. 그는 함께 걸어도 되는지 묻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물어볼 필요가 없다는 듯 그냥 옆에서 걸었다. _〈사건의 내막〉 중에서
들에서는 서로 꼭 닮은 풀잎을 찾을 수 없고 정원에도 완전히 똑같은 꽃은 피지 않지만, 그 차이는 너무 미미해서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 그러나 숲에서는 그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 나무의 다양한 모습을 누구라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_〈숲속에서의 오후〉 중에서
때로는 관찰 및 기록 작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방들이 짝을 만나 짝짓기를 해서 온실 안 곳곳에 알을 점점이 낳았고, 그 알들에서 곧 작디작은 애벌레가 나왔다. 자연히 그 애벌레에게 자연의 먹이를 주고 키우는 것이 시급한 문제가 되었다. _〈림버로스트의 나방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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