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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성, 그리고 젠더를 급진적으로 사유하다
“물질(Matter)은 명사가 아니라 과정이다. 몸은 자연이 아니라 사건이다.”
“퀴어 이론의 필독서이자 우리의 통념을 뒤흔드는 책.”
Bodies That Matter(『의미를 체현하는 육체』)의 23년 만의 새로운 번역, 『중요한 몸』.
‘성(Sex)’과 ‘물질’의 신화를 해체하고, 배제된 존재들의 자리를 되묻는 철학적 개입.
성(Sex)은 젠더(Gender)와 구분되는 자연적인 본질인가? 버틀러는 단호히 거부한다. 성 역시 젠더만큼이나 문화적으로 구성된 것이며, 시간을 견디며 굳어진 규범적 권력의 퇴적물이다.
이 책은 젠더 실재론과 이분법적 사고가 어떻게 ‘자연’이라는 이름을 빌려 특정 몸만을 가치 있는 것으로 승인하는지 파헤친다. 버틀러에게 몸의 물질성은 단순한 해부학적 덩어리가 아니다. 그것은 규범이 반복적으로 인용되고 수행되면서 시간 속에서 안정화된 효과이자, 권력이 작동하는 역동적인 현장이다.
규범에 포섭되지 못하고 폐제(foreclosure)된 동성애, 정상성의 구성적 외부로서만 존재하는 비체들. 버틀러는 이 ‘불가능한 몸’들의 존재론을 통해 우리가 당연시해 온 ‘나’와 ‘성’의 경계를 교란한다.
존재론 자체가 권력에 의해 배분되는 방식을 성찰하는 책, 『중요한 몸』. 이것은 몸의 존재론을 해명하는 글이 아니라, 삶의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한 철학적 수행이다.
이 책은 『젠더 트러블』 이후 제기된 “물질적 몸은 어디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버틀러의 가장 정교한 응답이다. 물질(Matter)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규범의 반복과 인용을 통해 끊임없이 형성되는 물질화의 과정이다.
몸은 ‘사실’의 영역이 아니라, 치열한 ‘정치’의 현장이다. 지금, 여기, 당신의 몸은 ‘중요한(Matter)’ 몸인가?
『중요한 몸』은 출간 즉시 학계와 평단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비평가들은 버틀러가 전작의 한계를 넘어 ‘물질성’을 권력에 의해 형성되는 ‘물질화의 과정’으로 재정의했다는 점, 그리고 논의의 지평을 젠더에서 인종과 퀴어 정치학으로 확장했다는 점에 찬사를 보냈다.
《빌리지 보이스》는 “젠더 철학자로서 버틀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평했고, 《아트포럼》은 이 책을 “퀴어 이론의 필독서이자 우리의 통념을 뒤흔드는 책”으로 규정했다. 특히 드루실라 코넬 교수는 “눈부시고 독창적인 분석”이라며 버틀러의 엄밀한 논증과 고전을 재해석하는 탁월한 식견을 높이 샀으며, 엘리자베스 그로스 교수 역시 이 책을 주저 없이 “고전(A classic)”의 반열에 올렸다.
이 책은 우리가 막연히 ‘주어진 것’이라 믿었던 몸을 다시 사유하게 만든다. 버틀러에게 몸은 백지나 생물학적 토대가 아니라, 규범의 반복과 인용을 통해 끊임없이 형성되는 역동적인 장소다. 이성애적 규범이 만들어낸 ‘정상성’의 경계 밖에서, 말해질 수 없고 살아 있어도 산 것이 아닌 ‘비체(abject)’들이 어떻게 규범을 지탱하는지 폭로하는 이 책은, 몸이 단순한 사실의 영역이 아니라 가장 치열한 정치의 현장임을 웅변한다.
『중요한 몸』은 한국에서는 23년 전 『의미를 체현하는 육체』로 번역 출간되었다. 철학 연구자인 이승준 씨의 번역으로 새로 옮겨진 제목은 『중요한 몸』이다. 버틀러는 ‘body’가 의미를 체현할 수도 있고, 체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엄청나게 강조하고 있다. 버틀러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의미를 체현하지 않는(못한) 몸’이 더 중요하다. 그것을 ‘비체’라 개념화하는데, 이 비체가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그것에 대한 금지와 배제 그리고 차별을 작동시키면서 정상적인 몸, 잘 규율되고 규범화된 몸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버틀러의 이 생각을 반영해서, 새 번역본의 제목을 『중요한 몸』으로 내놓는다. 제목의 새 번역이 나타내듯, 버틀러의 저작 중 가장 중요하고 난해한 이 책의 텍스트 또한 새롭고 정확히 번역하려 했다.


“젠더 철학자로서 주디스 버틀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unparalleled).” —《빌리지 보이스》
“버틀러는 섹스의 물질화 과정에서 작동하는 담론적 수행성을 통해, 몸의 물질성을 사유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특히 돋보이는 점은 인종(race)에 대해 더 직접적으로 서술하려는 버틀러의 시도다. 그녀는 드 보부아르와 급진 페미니즘이 고수했던 ‘섹스/젠더’의 이분법을 해체한다.” —《사인즈(Signs)》
“1990년작 『젠더 트러블』이 젠더와 퀴어 이론의 이정표였다면, 이 책은 그 탐구 방식을 확장하여 우리의 통념을 뒤흔든다. 현재 퀴어 이론의 모든 관심사를 관통하는, 없어서는 안 될 필독서(indispensable reading)다.” —《아트포럼(Artforum)》
“성별화(sexing)의 함의와 한계, 그리고 그 작동 기제를 놀라울 정도로 예리하게 파헤친다. 당면한 사회적 문제들을 다루는 가장 중요하고 도발적인 저작이다.” —《보스턴 북 리뷰》
“눈부시고 독창적인 분석(A brilliant and original analysis). 버틀러의 논증은 엄밀하며 통찰은 언제나 새롭고 도전적이다. 광범위한 텍스트를 다루면서도 모든 독해에서 흥미로운 해석을 이끌어낸다.” —드루실라 코넬(럿거스 대학교 교수)
“단연코 고전이다(A classic).” —엘리자베스 그로스(듀크 대학교 교수)
‘물질’이자 ‘사건’인 몸을 다시 부르며
주디스 버틀러의 대표작 『Bodies That Matter』를 23년 만에 새로운 번역으로 내놓으며, 가장 오랫동안 고민했던 지점은 다름 아닌 ‘제목’이었습니다. 원제에 쓰인 ‘Matter’라는 단어가 품은 중층적인 의미를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은 그 자체로 버틀러의 철학을 탐구하는 여정이었습니다.
이 제목은 크게 세 가지 결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첫째, ‘Matter’를 ‘문제를 일으키다’ 혹은 ‘트러블이 되다’로 해석하여 『문제가 되는 몸』 혹은 『몸이 문제다』로 읽는 것입니다. 둘째, ‘That’을 동격으로 보아 『몸, 즉 물질』 혹은 『몸은 물질이다』라고 직해하는 것입니다. 셋째, ‘중요하다’는 뜻을 살려 『몸은 중요하다』 혹은 『중요한 몸』으로 번역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중에서 세 번째, 즉 **『중요한 몸』**이 버틀러의 의도에 가장 가까운 번역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23년 전 출간된 초역본의 제목인 『의미를 체현하는 육체』를 기억하는 독자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이는 버틀러의 핵심 논지를 빗겨난 오역에 가깝습니다. 버틀러는 ‘Body’가 사회적 의미를 체현할 수도 있지만, 체현하지 않을(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버틀러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성공적으로 규범을 체현한 몸이 아니라, 오히려 의미를 체현하지 못한 몸, 규범에서 미끄러진 몸입니다. 버틀러는 이를 ‘비체(abject)’ 혹은 ‘비체화(abjection)’로 개념화합니다. 우리 사회의 ‘정상성’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비체들을 금지하고 배제하며 차별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비로소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초역본의 논리를 따른다면, 책 제목은 오히려 『의미를 체현하지 못한 몸』 혹은 『의미를 체현하거나 체현하지 못하는 몸』이 되어야 마땅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중요한 몸』인가? 몸은 규범을 체현하느냐 체현하지 못하느냐의 갈림길에서 끊임없이 ‘문제(matter)’가 되고, 그렇기에 ‘중요하게(matter)’ 다뤄지기 때문입니다.
권력의 입장에서 몸은 중요합니다. 권력은 몸을 통해 자신의 의미를 관철하며, 몸을 훈육하여 자신의 경제에 부합하도록 조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개체의 입장에서도 몸은 중요합니다. 내 몸이 사회적으로 승인받는 몸이 되느냐, 아니면 비체화되어 지워지느냐는 곧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담론의 입장에서도 몸은 중요합니다. 언어와 담론은 몸이라는 물질적 토대가 있어야 실존을 담보할 수 있으며, 그래야만 흩어지는 말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주목해야 할 ‘무게’를 지니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본문에서 ‘materialization’을 ‘신체화’ 혹은 ‘체현’으로 옮기며, 몸이 의미를 각인함과 동시에 형성된다는 점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이 책이 독자 여러분께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 당신의 몸이 지닌 가능성과 ‘중요함’을 다시 묻는 치열한 사유의 현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옮긴이 이승준
주로 페미니즘 이론 안에서 유통되었던 ‘구축’의 담론은 어쩌면 이 책의 과제인 몸의 물질성을 다루는 데에는 그다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담론 이전의 ‘성’이란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성’은 안정적인 참조점으로 작용하며, 젠더는 바로 이 참조점 위에서 혹은 이 참조점과 관련해서 문화적으로 구축되기 때문이다. 성이 이미 젠더화되어있고, 이미 구축되어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성의 ‘물질성’이 강제적으로 생산되는 방식을 설명해낸 것은 아니다. 신체를 “성별화된 것”으로 물질화하는 그러한 제약들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성이라는 ‘물질’ 좀 더 일반적으로는 신체라는 ‘물질’을, 문화적 인식가능성의 한계를, 반복적이면서도 폭력적으로 설정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어떤 신체가 물질/문제로 다가오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러므로 이 책이 제공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혼란을 야기했던 『젠더 트러블』의 몇몇 부분을 다시 생각하기 위함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물질/문제들을 성적·정치적으로 가공하는 이성애적 헤게모니의 작동에 관해 한 걸음 더 나아간 사유를 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 책은 페미니즘과 퀴어 연구를 포함한 다양한 이론적 실천을 비판적으로 재접합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미리 주어진 계획에 따르도록 의도되어 작성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의도”를 분명하게 하려는 시도인 이 책은 새로운 일련의 오해(misapprehension)들을 생산하는 운명을 걸머진 것 같기는 하다. 나는 이 책이 적어도 생산적인 작업으로 드러나길 바란다.
<머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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