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피아노 조율사가 찾아다닌 우리 국숫집
조영권 씨는 피아노 조율사입니다. 조율 의뢰가 오면 전국 어디든 달려갑니다. 그의 손이 닿으면 듣기 싫은 음이 나던 피아노가 맑고 고운 소리를 내지요. 조영권 씨는 이 일을 무려 32년이나 해왔습니다. 피아노라는 악기를 손으로 고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바로잡는 일. 기술과 감각, 경험이 어우러지는 작업입니다.
조율을 마치면 그는 조그만 수첩을 꺼내 듭니다. 그 비밀 수첩에는 볼펜으로 적은 깨알 같은 글씨가 있습니다. 알 수 없는 상호와 주소,전화번호, 대략의 지도 같은 것들입니다. ‘제물국수’니 ‘올챙이국수’니 하는 음식 이름도 보입니다.
조영권 씨는 그 수첩을 보고 걸음을 옮깁니다. 열심히 일한 뒤 허기를 채우러 갑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못 말리는 ‘면 러버’입니다. 웹에도 안 나오는 시골 장터 국숫집까지 찾아갑니다. 조율을 마치고, 그 동네 국숫집을 찾아 식사하는 소박한 취미. 그 작은 즐거움 또한 32년이 됐습니다.
국수는 우리에게 아주 친숙하고,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우리의 면식문화는 사계절 내내 여기저기서 호로록, 후루룩 소리가 들릴 만큼 만개해 있습니다. 그 소리만 들어도 입맛이 돌지요.
종류도 참 다양합니다. 흔히 먹는 잔치국수, 비빔국수, 칼국수, 막국수, 냉면뿐만 아니라 건진국수, 제물국수, 오징어두부국수 등 생소한 이름들에, 우리식으로 정착하거나 개발된 짜짱면, 짬뽕, 파스타, 우동, 소바까지, 또 최근 유행했던 알싸한 마라탕 같은 것도 있고요. 정말 일일이 말로 다 할 수 없게 많습니다.
그런 만큼 전국 곳곳에 보석 같은 국숫집도 참 많아요. 반죽을 치대고 눌러서 길게 빼고, 깊은 맛의 육수와 각종 양념까지 정성껏 만들어 내놓는 오래된 국숫집들, 그런 곳들 가운데 저자가 찾아가 직접 맛보고 느낀 29가지 국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국수의 맛』은 피아노 조율사 조영권 씨의 조율작업, 그 뒤 이어지는 전국에 숨은 국숫집 탐방기로 우리 면식문화를 들여다보는 책입니다. 저자의 전작인 『중국집』 『경양식집에서』와 같이 만화와 에세이, 사진으로 엮었습니다. 피아노 조율사의 우리 식문화 3종 세트, 그 마지막 권입니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국수 한 그릇, 후루룩.
적지 않은 양의 칼국수에 조선호박과 얇게 썬 감자, 조미하지 않은 구운 김을 잘게 부숴 올렸다. 소박해 보이는 것이 오히려 기품 있게 멋있다.
멸치 맛이 옅은 국물을 먼저 한 숟가락 맛보고, 불규칙하고 얇은 면을 되도록 크게 집어 입안 가득 채운다. 국수는 이렇게 먹어야 더 맛있는 것 같다. 굳이 오랫동안 씹지 않아도 될 만큼 면이 부드럽다. 때로는 만두피를 만들기도, 때로는 국수를 만들기도 하는, 얇게 민 반죽은 이곳 모든 음식의 시작이다.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푸드 트럭은 다양한 음식을 팔지만, 그 원조는 우동이나 라면, 김밥 등을 팔던, 낡은 버스를 개조해 만든 스낵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요즘 푸드 트럭과 달리 자력으로 이동할 수 없었고, 간혹 포장마차처럼 간이주점 형태를 띠기도 했다.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몇 곳 남아 있는 정도.
별다르게 얽힌 추억이 많지 않은데도, 스낵카는 묘한 향수와 기계미랄까, 그런 게 있다. 실용적으로 쓰던 것을 개조한, 차 안에서 음식을 먹는 느낌, 열심히 일하다가 한숨 돌리며 먹는 느낌, 집에 가는 길 역 앞에서 얼른 후루룩 먹는 느낌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른 봄 꽃샘추위가 귓불을 따갑게 때리는 날, 경비실 앞에 주차하고, 15층으로 올라가며 옷차림을 살폈다. 초인종이 고장 나 있어서 적당한 힘으로 문을 두드렸고, 두어 걸음 물러나 있으니 머리가 희끗한 아주머니와 청년이 나왔다. 서로 어색한 인사를 주고받았다. 피아노는 영창의 U121NFG. 케이스를 탈착하며 건반을 몇 개 눌러보니 오랫동안 조율을 하지 않은 듯 음이 불안정했으며 잭 플랜지가 위펜에서 떨어져 소리가 나지 않는다. 목공용 접착제로 잘 붙여주었고, 음이 너무 떨어져 조율을 두 번이나 했다.
밥과 다르게 국수는 매우 종류가 다양하며 우리나라 곳곳 특색이 강한 국수들이 존재한다. 가령 강원도와 제주도는 메밀을 많이 쓰고, 서해안 쪽은 해물을 이용한 칼국수가 많다. 경북 지역은 밀가루와 콩가루를 혼합해 면을 만든다.
여름철에만 맛볼 수 있는 안동식 건진국수를 먹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린다. 건진국수는 몇 번 맛본 경험도 있고, 서울에도 내가 좋아하는 봉화묵집에서 먹을 수 있지만, 식당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건진국수는 한국식 냉우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친절한 노부부가 운영하는 소박한 식당, 건진국수를 주문했다.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어 반죽하고, 저온 숙성한 국수를 장국에 넣어 그대로 끓이면 제물국수라 하며 면을 삶아 찬물로 씻어 건진 뒤 차가운 육수에 말면 건진국수라고 한다. 두 가지 모두 주로 얼갈이배추가 들어가고, 예로부터 전해오는 안동식 국수라 할 수 있다.
*국숫집 이름은 출간 후 책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칼국수+만두 | 서울 가산동
마른 모밀 | 광주 치평동
오징어국수 | 대전 성남동
가락국수 | 경기 안양
비빔국수 | 인천 강화도
팥칼국수 | 전라도 김제
재첩국수 | 전라도 구례
풀짜장 | 대구 화전동
온소바 | 경남 의령
회국수 | 부산 광안동
쫄우동 | 인천 신포동
호박국수 | 충남 아산
기계우동 | 충북 청주
비빔국수 | 경기 연천
만두칼국수 | 서울 예지동
콩국수 | 서울 주교동
오이소박이국수 | 경기 구리
칡국수 | 강원 춘천
막국수 | 강원 홍천
냉밀면 | 제주
건진 국수 | 경북 안동
한치메밀쟁반 | 부산 부평동
얼큰칼국수 | 충남 보령
잔치/비빔국수 | 강원 동해
김치말이국수 | 경기 포천
어탕국수 | 경남 함양
뽕잎칼국수 | 경북 상주
장칼국수 | 강원 강릉
콩국수 | 경남 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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