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판다와 코끼리로 읽는 냉전의 일상, 여가로 읽는 정치
1) 동물은 은유를 넘어 매체였다
냉전 시대 베를린에서는 동물이 정치의 매체였다. 판다 한 쌍의 입·출국은 보도자료와 정상외교의 문법으로 서술되었고, 그 생일과 이별은 ‘하나의 의식’이 되었다. 2019년 베를린에서 태어난 첫 판다 쌍둥이 핏·파울레(멍샹·멍위안)는 네 살 생일도 뉴스가 되었고, 중국행 또한 국제 관심사였다. 이는 판다 외교의 상업·정치·감정의 결합을 보여 주며, 시민이 체험한 공유 감정이 어떻게 도시의 자산으로 전환되는지 설명한다.
2) 여가의 정치, 혹은 생활의 냉전
두 동물원은 ‘전략·작전’이 아닌 운영·설계·홍보·교육의 차원에서 경쟁했다. 입장객·회원제·기부·기업 파트너십·VIP 초청, 더 넓거나 더 자연스러운 서식장, 더 보기 좋은 동선과 표식: 모든 요소가 ‘건너편’을 의식했다. 이 생활의 냉전은 시민의 주말과 휴일을 통해 체감되었고, ‘우리 동물원’이라는 소속감은 지역 정체성의 핵심이 되었다.
3) 기억의 설계: 보비, 크나우치케, 크누트
도시는 사람만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보비는 1928년 입성한 첫 고릴라로, 오늘도 동물원의 상징 이미지에 남아 있다. 크나우치케는 전쟁과 봉쇄를 버틴 생존의 서사로, 부레테(딸)와 함께 아카이브 사진 속에서 ‘전후 복구’의 아이콘이 되었다. 크누트는 2007년 ‘크누트매니아’로 30% 관람객 증가와 연간 약 500만 유로의 부가수익을 이끌며, 동물원 주식·굿즈·관광을 묶어낸 도시형 히트 IP가 되었다. 이 연쇄는 동물원이 단순한 전시장을 넘어 도시기억의 발전소였음을 말한다.
4) 인물로 읽는 시스템: 클뢰스와 다테
클뢰스는 수의사 출신인데, 정치·재계를 설득해 종다양성을 늘린 ‘수완가’였다. 다테는 교육자형 원장으로, 동독 정치권의 ‘동물 애호가’들과 네트워크를 맺고, 검역·학술·저널리즘을 통해 권위와 영향력을 확보했다. 이 두 사람은 자신이 속한 체제에서 최적화된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두 사람의 스타일은 달랐지만, 공통분모는 분명했다. 동물원이 곧 삶이었고, 가족보다 우선하는 소명이었다.
5) 《타인의 동물원》은 동물을 통해 사람과 도시를 읽는 책이다. 코끼리보다 큰 것은 자존심이었고, 판다보다 귀중한 것은 공유된 감정이었다. 장벽은 무너졌지만, 경쟁의 기억은 오래 남아 브랜드와 보전의 언어로 변주되고 있다. 우리는 베를린의 우리 앞에서 서울의 우리를 떠올린다. 창경원의 오래된 그림자와 과천의 숲, 푸바오의 환호와 이별, 주말의 도시와 SNS의 사진들 모두 문화의 냉전이 남긴 유산들이다. 더구나 아직 분단 상태인 우리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여기서부터 우리들의 논의는 출발해야 한다.

얀 몬하우프트는 1983년 루르 지방에서 태어났으며 베를린과 빈에서 지리와 역사를 공부했다. 그는 슈피겔 등 다양한 잡지와 신문에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책 『타인의 동물원』은 2017년 베를린의 한저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 그는 마그데부르크에서 살며 일하고 있다.
1990년 초 학교를 졸업하고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했고 2024년 정년퇴임했다. 2000년부터 『이제는 미국이 대답하라』(당대, 2000), 『싸이버타리아트』(갈무리, 2004), 『탈근대 군주론』(갈무리, 2005), 『홉스봄, 역사와 정치』(그린비, 2012), 『1941년, 챔피언의 날: 옛 상하이의 종말』(마르코폴로, 2023), 『독재의 탄생: 로마 공화정의 몰락』(마르코폴로, 2024) 등의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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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동물원> 도서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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