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23년 만의 새로운 번역,
6년간의 치밀한 작업 끝에 비로소 빛을 보다
“인간과 세계는 그 경계가 모호해서
어디서 인간이 끝나고 어디서 세계가 시작하는지 알 수 없고,
그 관계가 애매해서 서로를 침투하고 서로를 포함한다.”
메를로퐁티는 몸과 지각을 통해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새로이 탐구한 20세기 프랑스 현상학의 핵심 사상가로, 그는 이 책 『지각의 현상학』에서 기존 철학이 왜곡한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고발하고 또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보여 준다. 그의 주요 저작들은 이미 국내에 소개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번역이 프랑스 현상학이 본격적으로 국내 학계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2000년대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당시 프랑스 현대철학과 현상학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본격화되고, 프랑스어 능력과 철학적 이해를 동시에 갖춘 역자들이 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각의 현상학』도 2000년대에 번역되어 나왔지만, 이후 메를로퐁티 연구가 갈수록 심화되고 연구자나 독자들의 철학적 눈높이가 그만큼 높아지면서 보다 수준 높은 새로운 번역본이 요구되어 왔다. 그렇지만 저작권 문제, 원전의 방대한 분량, 추상성 짙고 난해한 문체, 복잡한 철학적 내용 등의 이유로 지금까지 새로운 번역이 나오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영역본 두 종, 독역본, 일역본…
네 가지 판본을 비판적·교차적으로 검토하고,
원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로 복잡한 맥락을 선명하게 드러낸 번역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교에서 메를로퐁티와 베르그송주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주성호 교수는 그간 메를로퐁티 사상을 연구하고 학생들에게 강의하며 쌓아 온 지식을 이번 『지각의 현상학』의 번역에 완전히 녹여 내고자 했다. 프랑스어 원전을 바탕으로 독역본, 영역본, 일역본, 총 3개 국어의 네 가지 판본을 참고하여 이 번역본들의 성과를 반영하면서도, 잘못되거나 불충분한 번역을 바로잡으며 메를로퐁티 철학을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또한 메를로퐁티가 다의적으로 쓰는 용어의 의미들을 섬세히 구분하여 적절한 우리말로 옮기려 하였고, 원문에서 메를로퐁티가 밝히지 않았던 인용문의 서지사항도 면밀히 보완하여 학문적 완결성에 만전을 기하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메를로퐁티 저작 특유의 늘어지는 긴 문단을, 메를로퐁티에 정통한 역자 나름의 기준으로 나누어 독자들이 기나긴 글줄 틈에서 길을 잃지 않게 도왔으며, 역자의 문단 나눔을 별도 기호로 표기하여 독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원서의 호흡으로도 읽어 볼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그리고 각 절의 핵심을 분명히 파악하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원서에서는 목차에만 있던 절의 소제목들을 본문 안의 적절한 위치에 삽입했다.
시대와 세대를 넘어,
몸과 지각으로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다
학문과 예술에 영감이 되어 온 메를로퐁티 철학의 정수
당시 메를로퐁티가 집필한 글은 달라진 것이 없지만, 메를로퐁티에게서 현상학이 몸과 지각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학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초판이 등장한 1940년대의 전쟁과 사회 혼란 속에 있었던 독자들과, 프랑스 철학과 현상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연구 기반이 막 형성되던 2000년대의 국내 독자들, 그리고 메를로퐁티의 철학이 심리학과 인지과학·신경과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학제적으로 재해석되고 있는 2020년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이 느끼는 바는 크게 다를 것이다. 원전의 정확한 이해 속에 이루어진 번역, 옮긴이 설명의 풍성함, 본문의 가독성, 이 모두를 겨냥한 새로운 『지각의 현상학』이 메를로퐁티 철학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독자들뿐 아니라 무척 난해하다고 여겨지는 현상학의 세계에 용감하게 첫발을 내딛는 독자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회화, 무용, 건축 등 감각과 공간의 경험이 핵심이 되는 예술 분야의 창작자와 이론가들에게는, 지각을 살아 있는 몸의 활동으로 사유한 메를로퐁티의 철학이 깊은 영감을 줄 수 있으며, 이번 번역이 그의 철학을 정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통로가 되어 줄 것이다.


메를로퐁티는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닌 데다 그의 사유는 무척이나 섬세하고 복잡한데, 그런 섬세하고 복잡한 사유를 거칠게 표현한 것이 『지각의 현상학』이다. 그래서 이 책은 독자에게 그리 친절한 책이 아니다. 우선 메를로퐁티는 으레 긴 문단으로 글을 쓰고, 문단이 나눠지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절의 내용을 시작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여러 절을 한 문단 속에 두기도 한다. 게다가 그의 문장 또한 문단과 마찬가지로 무척 긴데, 가령 종종 여러 내용을 여섯 줄, 일곱 줄이 넘는 한 문장에 담아 표현한다. 또한 문장과 문장 사이의 문맥이나 배경을 충분히 표현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가 표현한 문장 중에는 종종 어떠한 맥락에서 표현되었는지 알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예컨대 주어진 문장이 그의 관점에서 쓰인 것인지, 아니면 메를로퐁티가 비판하는 상대방이나 제삼자의 관점에서 쓰인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게다가 그가 쓰는 용어 가운데서도 문단과 문장만큼이나 불친절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것들이 있다. 나는 이 책을 번역할 때 메를로퐁티의 섬세하고 복잡한 사유를 독자들이 정확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노력했다. 긴 문단은 원문 그대로 두어야 하는지, 긴 문장도 그대로 길게 번역해야 하는지, 맥락이 부재한 문장과 용어들은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지 등을 숙고했다. 독자들은 이 번역서에서 ‘¶’과 같은 생소한 기호, “감각(감관)”과 같이 괄호에 병기된 번역어, 하나의 용어에 대한 몇 개의 번역어를 볼 수 있는데, 이것들은 내가 씨름한 여러 번역 문제에 대한 결과물이다. 그리고 메를로퐁티가 쓰는 관사, 비유적 표현, 심리학이나 의학에서 쓰는 전문 용어 등도 정확하게 그 의미를 드러내려고 하였다. 특히 메를로퐁티의 관사와 비유적 표현에는 그의 철학의 핵심을 표현한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296면 나는 내 몸이다.
404면 따라서 나는 헤겔의 말처럼 〈존재 속의 구멍〉이 아니라, 만들어졌다가 해체될 수 있는 웅덩이, 주름이다.
722면 내부와 외부는 분리될 수 없다. 세계는 전적으로 내부에 있고, 나는 전적으로 내 외부에 있다.
403면 하늘의 푸르름을 응시하는 나는 그 푸르름 앞의 초우주적 주체가 아니고, 사유 속에서 그 푸르름을 소유하지도 않으며, 그 푸르름 앞에서 내게 그것의 신비를 알려 줄 푸르름의 관념을 펼치지도 않는다. 나는 그 푸르름에 나를 맡기고, 그 신비에 빠져 있으며, 그 푸르름은 “내 속에서 스스로를 사유한다.” 나는 스스로를 모으고 집중하며 그 스스로에 대해(대자적으로) 존재하기 시작하는 하늘 자체이고, 나의 의식은 이러한 무한한 푸르름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757면 우리의 문제는 의식과 자연, 내재와 외재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달리 말해 그 어떤 것도 의식의 대상으로만 존재한다는 관념론적인 관점과, 의식은 객관적 세계와 즉자적 사건들의 조직 속에 삽입되어 있다는 실재론적인 관점을 연결하는 것이었다. 요컨대 어떻게 세계와 인간을 설명적 탐구와 반성적 탐구라는 두 종류의 탐구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었다.

옮긴이의 말
일러두기
서문 | 현상학이란 무엇인가?
도입부 고전적 편견과 현상으로의 복귀
제1장 〈감각〉
제2장 〈연합〉과 〈기억의 투사〉
제3장 〈주의〉와 〈판단〉
제4장 현상의 장
제1부 몸
서론
제1장 대상으로서의 몸과 기계론적 생리학
제2장 몸의 경험과 고전 심리학
제3장 자기-몸의 공간성과 운동성
제4장 자기-몸의 종합
제5장 성적 존재로서의 몸
제6장 표현으로서의 몸과 말
제2부 지각된 세계
서론
제1장 감각작용
제2장 공간
제3장 사물과 자연 세계
제4장 타인과 인간 세계
제3부 대자존재와 세계에 있는 존재
제1장 코기토
제2장 시간
제3장 자유
인용된 문헌
역주에 인용된 문헌
번역과 관련한 몇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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