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지금 그녀의 무의식 속으로 들어갑니다.”
재욱은 15년 전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첫사랑, 은수를 구하기 위해 뇌공학자가 되었다.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인간의 무의식에 침투하는 기술 ‘HOSU ver.0’를 개발한다. 이 기술을 이용해, 재욱은 15년 동안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던 은수를 만나게 되고….
의식과 무의식, 비밀과 진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SF 미스터리 로맨스 소설’
흔히 사람의 속은 알 길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람의 감정을 관장하는 머리, 뇌 속으로 직접 들어가게 되면 어떠할까. 그것이 가능하다면 꽁꽁 숨겨둔 타인의 진심도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억눌렀던 본인의 내면, 나아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실체까지 알게 된다.
애써 피하고자 했던 진실을 직면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버겁다. 하지만 그것을 마주하는 용기만이 더는 헤매지 않고 미래를 향해 가는 길이라고 소설은 말하고 있다.
“기억이 흐르지 않고 멈춰져 있다는 것이 비극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나는 깨달았다. 은수의 무의식세계에 들어온 이후 보존된 기억이 때로는 뒤늦게 발견한 선물과도 같음을.”
이러한 주제의식은 SF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소도시에서 벌어진 의문의 동반자살 사건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서사와 결합해 구현된다. 이를 통해 인물 저마다의 욕망과 모순을 파헤치는 긴박한 과정은 독자로 하여금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더불어 소중한 이를 구하기 위해 삶을 건 주인공의 순애가 감정의 깊이를 더하며 장르적 재미와 여운을 선사한다.



1. 은수
2. 귀신 숲
3. 오두막
4. 재회
5. HOSU 프로젝트
6. 시도
7. 의문
8. 진덕시
9. 재욱
10. 실종
11. 기억
12. 환각
13. 사라지다
14. 벗어난 세계
15. 허상
16. 이별
17. 진실
18. 이제는
19. 귀환
20. 우리의 세계
거의 매일 꿈을 꾼다. 그날의 꿈에 따라 하루의 컨디션이 달라질 만큼, 꿈은 내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흔히 꿈은 무의식의 발현이라 한다. 꿈속 상황이나 감정을 통해 내면의 생각을 깨닫고, 무의식 깊이 감춰둔 본심을 알게 되어 놀랄 때도 있다.
그 탓에 나는 늘 무의식의 실체가 궁금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의문에서 출발했다. 주인공 재욱은 타인의 무의식을 넘나들며 스스로 외면해왔던 과거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혀 낙담하기도, 때로는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하며 나아간다.
이처럼 이 소설은 ‘무의식세계로의 탐험’을 통해 한계 앞에 선 인간의 분투를 그리고 있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은 인간의 본질적인 한계이며, 우리는 그것을 의식하는 순간 때때로 허무에 빠진다. 하지만 어둡고 습한 감정들은 무의식 속에 묻어둔 채, 어떻게든 빛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야말로 인간이 지닌 가장 큰 힘일지 모른다.
오늘도 의식과 무의식, 비밀과 진실, 생과 사를 오가며 한참을 헤매더라도, 사랑하는 이들과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는 모든 이에게 이 글로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비밀을 지키고 싶다면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으면 될 텐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면 되는데. 어렸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꼭 말실수를 하거나 일기를 쓰거나 고해성사를 하는 등 비밀을 밖으로 흘렸다. 마음에 깊이 간직한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외치는 듯했다.
정미진의 소설 『한참을 헤매다가』는 먼지 쌓인 남의 일기장을 펼쳐보는, 혹은 다른 사람이 묻어둔 타임캡슐을 대신 열어보는 이야기를 포함한다. 재욱은 미세 전류로 뇌파를 동기화해 타인의 무의식에 침투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그곳에는 각자의 취약한 내면, 간절한 소망, 오래된 죄의 증거가 있다. 다만 이 소설은 악의보다는 순수를 진하게 우려낸다. 쉽게 원한을 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타인에게서 일생의 보물을 발견하는 사람이 있다. 재욱과 은수의 보물은 비록 휘황찬란하진 않을지라도 오래도록 광택을 잃지 않는다. 먼 길을 헤매는, 그러면서도 길을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이 건네는 고백에는 그만한 힘이 있다.
― SF 평론가 심완선
1.
나는 좋고 싫은 것이 분명하지 않은, 이래도 저래도 그만인, 가지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어 보채지도 원하지도 않는. 그래서 키우기 수월하고 결과적으로 데려와서 다행이라고 생각될 무결점의 ‘착한 아이’가 되어야만 했다. 그렇게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내 무의식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려 때로는 현실을, 때로는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하게 한다. -p12
2.
은수의 사고 이후 나에게 목적이 생겼다. 나는 깊은 잠에 빠진 은수를 깨우고 싶었다. 무의식세계에 빠져 있는 은수를 깨워 의식세계로, 내가 있는 이 세계로 다시 데려오고 싶었다. -p94
3.
“은수 같은 의식불명 상태가 바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와 비슷한 거야. 사고로 인해, 은수의 뇌가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채 주인조차도 시스템에 접속이 안 되는 완전한 블랙아웃 상태인 거지. 로그인 시스템 자체가 망가졌으니 정상적으로 접속하는 방법 대신 우회해서 접속해야 하는 거야.”
“어떻게?”
“세밀하고 균등한 주기의 전기자극을 이용해서!” -p97
4.
재욱은 그런 나를 보며 또다시 다행이라고 말했다. 아까부터 계속 뭐가 그렇게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재욱이 다행이라고 하니, 내 현재가 불행이 아닌 다행이라서 다행이다 싶었다. -p185
5.
그제야 나는 무의식세계에서 먹은 음식의 맛이나 포만감과 같은 감각은 허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선명하게 깨달았다. 그렇다면 내가 무의식세계에서 만난 은수는 진짜일까? 허상일까? 문득 이 모든 상황이 막연하게 느껴졌다. -p196
6.
공허가 지나고 나면 모자람 없이 완벽한 나의 현실에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했다. 그것은 바로 ‘빈틈’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빈틈’이 없었다.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었고, 모든 것이 짜맞춘 듯 완벽했다. 새삼스럽게 나는 내가 사는 세계의 ‘완벽함’이 낯설다 못해 어색하게 느껴졌다. 마치 화목한 4인 가족을 연기하는 광고 속 배우들을 볼 때 느껴지는 어색함과도 같은. 그렇다면 내가 살고있는 이 빈틈없이 완벽한 세계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p282
7.
한때 엄마는 죽을 거면 이왕이면 나까지 말끔하게 데려가지 왜 나를 남겨두었을까, 아니 나를 죽이는 데 왜 실패했을까, 성공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왜 살아남았나.”란 물음은 나는 “왜 살아야 하는 걸까.”란 질문으로 이어졌다.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는데 살아야 하는 이유가 뭘까. 장맛비처럼 쏟아지는 의문들이 내 삶을 눅눅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마음속 끝나지 않던 장마가 이어지던 나날, 은수를 만났다. 은수는 늘 하고 싶은 게 많고, 되고 싶은 게 많고, 살아 있는 이유가 분명해 보였다. 은수를 보고 있으면 태양을 바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태양 빛을 쬐고 있으면 내 삶의 눅눅함이 바짝 소독되는 기분이었다. 이후 은수를 만나 나는 은수와하고 싶은 게 생겼고, 은수처럼 이루고 싶은 게 생겼다. -p343
8.
내가 시간의 주름 사이에 끼어 잠들어 있는 사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된 시간을 지나왔던 것일까. 나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15년간의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나를 위해 인생을 흘려보낸 이들의 시간을 되갚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p352
9.
그 무엇도 마음속에 생긴 허무를 물리칠 수 있는 대안이 되지는 못했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공허를 터뜨릴 수 있는 건 오로지 날카롭게 벼린 죽음뿐이었다. -p374
10.
나 또한 맹목적인 믿음을 품어오지는 않았을까? 내 믿음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의 믿음을 무너뜨리는 일을 해온 것은 아닐까? 마치 내가 나와 겨루는 탁구 시합 같았던 자문자답 과정에서 나는 하나의 답에 이르렀다. 그것은 은수를 구하기 위해 무의식에 접속하는 HOSU ver.0를 발명했지만, 만에 하나 그것이 악용될 여지가 있다면 그 기술은 무의식의 비밀을 여는 열쇠가 아닌 악몽을 여는 열쇠가 될 뿐이라고. -p380
“내가 안다고 믿었던 나의 세상은 무엇이었을까?
내 기억은, 내 삶은, 나는 진짜일까?”
인간보다 지능이 뛰어난 AI의 등장, 인간의 신체능력을 넘어선 로봇의 개발 등.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로 우리는 상상하던 일이 현실이 되는, 아니 상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들이 실현되는 삶을 살고 있다. 그에 따라 도덕과 윤리 또한 새로운 기준으로 논의될 필요에 직면한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혼란스럽다. 마치 잘못된 정보를 확신에 찬 어조로 제시하는 AI의 ‘환각’처럼 무엇이 허술한 ‘진짜’이고 무엇이 그럴듯한 ‘허상’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인간이 인간의 뇌에 접속한다고…?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주인공 재욱은 사랑하는 이를 구하기 위해 타인의 무의식에 침투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한다. 그러나 초기의 의도와는 달리, 이 기술이 누군가를 해치는 데 악용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자 그는 깊은 번민에 빠진다. 그로 인해 재욱은 무의식 접속 기술의 효용성을 의심하게 되고, 나아가 스스로의 존재가치에 의문을 품는다.
“한참을 헤매다가… 드디어 너를 만났어.”
하지만 역설적으로, 재욱은 실재하지 않는 허구의 무의식세계에서 비로소 그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을 얻게 된다. 소중한 이에게 닿고자 하는 ‘마음’-그것이 바로 무의식 접속 기술의 본질이자,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임을 깨닫는다. 그렇게 재욱은 ‘가짜’로 가득한 세상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진짜’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무의식세계에 잠들어 있던 서로를 구원했다.”
과학과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 많은 것이 무용해지더라도, 인간이 인간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하는 시도만큼은 결코 무의미해지지 않기를. 이 소설은 그것이 인간다움을 지켜내는 마지막 등불임을 이야기한다.
경상북도 시나리오 공모전 장려상, 필름 2.0 시나리오 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하고, 영화진흥위원회 기획개발 공모에 선정되었다. 이후 영화 <그래, 가족>, 애니메이션 <미술 탐험대>, <동화 나라 포인포> 등을 쓰며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현재는 그림책의 글과 소설을 쓰며 책을 만들고 있다. 장편소설 『뼈』, 『누구나 다 아는, 아무도 모르는』과 연작소설집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를 출간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였다. 현재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만화와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다. 인스타그램 @woaini_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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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헤매다가> 도서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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