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흔히들 기후위기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이제 징후를 넘어 오늘의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기후위기를 촉발한 인간의 욕망과 이로 인해 난무하는 도처의 난개발 현장이 있다. 무너졌거나 무너질 위기에 처한 현장들. 그중 아이러니로 가득 찬 세 곳을 함께 답사한 여덟 명의 시인이 있다.
기후 시 앤솔로지 『여름, 연루』는 환경운동연합이 제안하고 여덟 명의 시인이 기획에 참여해, 함께 답사하고 함께 감각하고 함께 쓴 서른두 편의 기후 시와 서로에게 건넨 여덟 편의 ‘잇는 편지’로 엮은 시집이다.
이 시집에서 시인들은 삶의 터전을 잃은 생명, 점점 더 숨통을 조여오는 기후위기의 흉포함을 각각의 감각으로 드러내는 한편, 우리의 삶이 예전보다 한층 더 깊이 이 세상과 연루되어 있음을 ‘살리는 언어’로 전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해 경고하는 시민사회 단체의 간절한 목소리가 ‘시의 언어’와 만나, 모두의 마음을 노크하는 메시지가 되길 희망하면서.
해당 북펀드의 수익금 전액은 환경운동연합,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월성원전 인접 지역 이주대책위원회, 화성환경운동연합에 나누어 후원합니다.




『여름, 연루』에 실린 '기후 시'들은, 사라지고 내몰리는 세계를 응시한 자들의 증언이다. 그 세계와 불화하는 언어, 감각, 그리고 다른 세계에 대한 믿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덟 사이를 잇는 편지는 별자리처럼 한 점, 한 점의 시 조각들을 다정하게 엮는다.
― 강은빈 (활동가, 청년기후긴급행동 대표)
불가능의 바다 같은 백지 위로 여덟 명의 시인들이 날아간다. 내려앉을 땅은 어디에도 없고 사랑은 불가능이리라. 그러나 새를 중지할 수 없듯이 사랑을 중지할 수는 없다. 사랑은 가려고 한다. 결코 내일을 모르는 새처럼. 지저귀면서. 너에게로.
― 장혜령 (시인, 소설가)
목소리가 있습니다. 자세히 볼 때 비로소 존재하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통계와 숫자에 가려진 존재들, 우리가 애써 외면했던 목소리가 시인들의 말로 번역되었습니다. (...) 그리고 시인들은 온 존재가 연루되어 있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합니다.
― 조현철 (영화감독)
두 명이 누우면 빈틈이 없고
한 명이 누우면
텅 비어 있으며 수만 명이 누우면
조금 든든해지는 기분
한밤중 벌어진 바다의 틈새를
산책의 얼굴들로 꿰어가며
잘 누운 산을 접어 비행기를 만든다
― 권누리 시인, 「집다운 집」 중
사람 죽일 때도
자는 새를 축복할 때도
이 작은 구멍으로 보는 거고
그러니까 두려움이라는 거
어쩌면
가느다란 발이
심장 위로
물 자국 찍으며 걸어 들어오네
― 마윤지 시인, 「확대경」 중
아주 작은 빛을 보았다
아주 작은 빛이 날고 있었다
아주 작은 빛이 사랑하고 있었다
어쩌면 아주 작은 신
목격은 가능성이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고 사라질 수 없지
― 박은지 시인, 「아주 작은 목격」 중
그런 소식이 내게 또 다른 기후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로도 떠날 수 없으며
죽음과 선의 중에서 본 것을 고르다가
당황하는 얼굴에 깃들게 되어버린 여름 속 사실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다 그만
미치거나 눕거나 거리로 나선 서로 다른 동물들
― 윤은성 시인, 「기후 시 아님」 중
어디서 온지 모른 채 중국인이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다른 말도 들렸어요. 하이. 익숙한 말에 미소를 지을 때가 많았어요.
진흙을 밟았어요.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조류를 해양학자는 잘 알고 있겠죠. 기억에서 밟았어요. 바다는, 호수는 아직 여전한가요. 지금은 도로 옆 방 바깥에서 웃음소리가 들리고 먼지 쌓인 카펫 위로 쿵쿵 발소리가 들리고
마주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 윤지양 시인, 「미소새」 중
그는 누군가를 잃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사람보다 새를 더 사랑했던 사람 어느 날 그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새의 집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 적 있었고 그는 지금 어디에 있으려나
머리 위로 조금씩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 정재율 시인, 「탐조」 중
그러니까 우듬지를 우러러 바라보는 사람은
나무 기둥에 살포시 손을 얹은 사람은
좁다란 길가에 핀 들꽃을 밟지 않으려는 사람은
한밤중 반딧불이의 반짝임에 경탄하며 눈물 흘리는 그이는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그게 뭔지 알아차리려 했다
이 숲은 사람과 다르지 않아
이 섬은 사람과 다르지 않아
사람도 이 바람의 뼈대인 거야
― 한연희 시인, 「곧은바람」 중
울음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도는 철마다 달라졌다
완전히 잊기 위해
계절을 절단하는 사람들
통계를 따라
하늘은 금 그어졌다
몸을 접는 방식으로 항의하는 이들은
언제나 가장 먼저 부서졌다
― 희음 시인, 「우는, 맴도는」 중
여덟 명의 시인들, 기후위기를 감각하고 그 깊은 연루됨을 노래하다!
― 민감한 시의 언어로 세상을 감각하는 시인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문학적 대응!
올해도 폭염은 열사병으로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폭우 또한 산사태와 침수로 안타까운 죽음을 초래했다. 우거진 산림을 땔감 삼아 타오르는 산불은 문화재는 물론 마을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농부들은 가뭄과 폭우로 작물을 잃어 빚더미에 오르고, 노동자들은 열사병의 위기에 노출되었다. 시민들은 기후 관련 재난문자로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을 맞게 되었다. 해마다 도처에서 기후재난이 되풀이되는 시대인 것이다. 이는 우리가 이미 기후위기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사실을 뜻한다.
뜻 있는 환경운동가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를 경고하고 대책을 세울 것을 권고했으나, 성장과 개발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자본과 국가권력은 이들의 경고를 무시해 왔다.
그러나 개발과 성장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한반도와 지구 전체는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땅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 또한 살 곳을 잃고 가족과 이웃을 잃어가고 있다. 이 기후와 이 땅, 이 생명들과 떼려야 뗄 수 없이 연루된 우리의 삶을 온몸으로 감각한 여덟 시인이 있다. 이들이 서른두 편의 기후 시와 여덟 편의 에세이로 공감과 위로의 말을 건네기로 했다. 이번에 출간된 기후 시 앤솔로지 『여름, 연루』가 바로 그 책이다.
이 앤솔로지의 담긴 시와 에세이는 “원치 않는 훼손, 죽음, 오염의 앞에서 살고 있는 것들”, 이를테면 “화성 습지의 새들, 가덕도의 동백 군락과 반딧불이들, 핵발전소에서 사용한 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홍보하려고 양식되는 경주 월성원전의 물살이들, 그리고 거기에서 공존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안부를 묻고 있으며, 메마른 가슴으로 이들의 현실을 외면하고 비명을 못 들은 척하는 이들에게 간절하게 이야기한다. 이들을 외면하지 말라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기후‧환경을 주제로 환경운동연합이 꾸준히 실천해 온 예술가들과의 협업
― 2025년은 시인과 함께하는 기후 시 앤솔로지 프로젝트!
기후 시 앤솔로지 『여름, 연루』는 지금까지 시민운동의 영역에서 우리 사회의 기후‧환경 위기를 일깨우던 '환경운동연합'이 시의 언어로 기후위기를 증언하는 기후 시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시작되었다.
환경운동연합의 제안에 평소 기후위기에 대한 문학적 대응을 고민하던 여덟 시인이 기꺼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하고, “아이러니로 가득 찬” 환경 파괴의 현장 세 곳을 함께 답사했다.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동시에 도요새들의 쉼터가 되는 ‘비식생 습지’를 굳이 훼손해 ‘염습지’로의 전환 공사”를 하는 화성 습지, “다량의 핵폐기물을 만들고 방사성 오염으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강요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는 이유로 기후위기 시대의 ‘친환경’ 에너지원이라고 스스로를 홍보하고 있는” 경주 월성원전 앞바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미명으로 섬과 바다를 부수어 공항을 지으려는 가덕도”가 그곳이었다. 이유 없는 무덤이 없듯, 파괴와 훼손의 현장은 자신들의 명분으로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다.
그곳을 돌아본 시인들은 각자가 감각한 현장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기후 시로 길어 올렸다. 이를 통해 시인들은 도요새를 비롯한 철새들과 동백 군락과 반딧불이, 그리고 안전을 증명하기 위해 양식되는 물살이들과 같이 위기에 처한 생명의 존재를 우리 앞으로 소환하며, 아이러니의 실체를, 그 은폐된 비참의 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살리는 언어이자 사는 언어로 쓴 시의 새 지평, 기후 시!
― ‘폭력’이 아니라, ‘살림’으로 연루되기 위하여
이 앤솔로지의 기획의 변인 “나가며, 잇는”이라는 글에서 ‘기후 시’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지금까지 기후 운동에서는 물론 문학장에서도 ‘기후 시’라 부르는 경우는 없었다. 그렇다면 ‘생태 시’ 또는 ‘환경 시’가 아닌 ‘기후 시’는 무엇일까? 그것은 지금의 기후위기 시대를 마주하며 우리 삶이 이전보다 더 깊이 생명이나 환경에 연루되었음을 깨닫고, 그것을 감각하고, 또 감각하도록 이끄는 시가 아닐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덟 시인은 이 의미에 깊이 공감하여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내내 함께 논의하고, 함께 시를 지었다. 또한 여덟 명이 서로 마니또가 되어 서로를 지지하고, 마니또의 작품을 읽고 그 깊은 공감을 ‘잇는 편지’로 풀어냈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가 서로 ‘연루’되어 있음을, 그것도 ‘폭력’이 아니라 ‘살림’으로 연루되어 있음을, 온기로써 서로를 호명하고 읽어주는 형식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듯 기후 시 쓰기에 참여한 시인들이 선택한 언어는 ‘살리는 언어이자 사는 언어’이다. 시종 점점 숨통을 조여오는 기후위기의 흉포함을 드러내고, 삶의 터전을 잃은/잃을 생명에 대한 안타까움 또한 드러나지만, ‘운동의 언어’가 닿기 힘든 메마른 자리에도 ‘시의 언어’가 닿아 새로운 싹을 틔우길 희망하면서.
2019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한여름 손잡기』가 있다.
2022년 《파란》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개구리극장』이 있다.
201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여름 상설 공연』이 있다.
2017년부터 시를 발표했다. 시집 『주소를 쥐고』, 『유리 광장에서』, 공저 에세이집 『우리 힘세고 사나운 용기』를 출간했다. 두 고양이 랭보와 냐민, 개 오복과 일상을 공유한다. 숨고 나오는 재주, 연루에 가담하/되는 재주가 있다. 지금은 기후•생태•문학 서점 ‘유월의 숨’을 운영한다. 언제든 폐업하고 싶다.
201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스키드』, 『기대 없는 토요일』이 있다. 제4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201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와 『온다는 믿음』이 있다. 제14회 김만중 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2016년 《창작과비평》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폭설이었다 그다음은』,『희귀종 눈물귀신버섯』, 공저 『연희와 민현』이 있다.
2016년부터 작품 활동을 했다.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의 활동가로 함께한다. 시집 『치마들은 마주 본다 들추지 않고』를 펴냈다. 『김용균, 김용균들』, 『우리 힘세고 사나운 용기』를 동료들과 함께 지었다.

1) 12,600원 펀딩
- <여름, 연루> 1부
- 후원자명 시집 기재
- 종이 책갈피 1종
- 펀딩 달성 단계별 추가 마일리지 적립
: 120*205mm / 무선제본 / 160쪽 / 2025년 9월 1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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