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 루벤스, 티치아노 등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에 영감을 불어넣은 고전
그림들은 눈 앞에 보이고, 곧 들릴 것이며,
점차 여러분 자신이 그림을 보는 것인지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인지
구별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총 2권으로 이루어진 필로스트라토스의 《에이코네스(Eἰκόνες)》 중 1권을 번역한 책이다. 라틴어 제목은 '이마기네스(Imagines)'로 , 최초로 번역해 소개하는 만큼 국내 독자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작품은 고대와 중세에 그리스어 교재로 사용되었으며, 르네상스 시대 유럽 예술가들과 인문주의자들에게 널리 읽혔고, 르네상스와 신고전주의 미학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고전으로 여겨진다. 특히 시각 예술 작품을 공감각적으로 표현한 서술은 ‘에크프라시스(생생한 언어 묘사)'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이 책 《그림들》 1권은 약 30점의 그림들을 설명한다.
책의 표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폴리 대저택에 초대받은 가상의 화자는 그림들이 걸린 저택의 주랑을 걸어가면서 청자들에게 그림을 설명해 준다.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듣는 청자는 일차적으로 저택 주인의 열 살배기 아들이며, 이차적으로는 당시 나폴리 지역의 젊은이들 무리이기도 하고,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은 텍스트 바깥의 독자이기도 하다. 독자는 마치 나폴리 지역의 젊은이들 무리에 섞인 듯, 화자이자 공연자인 한 소피스트의 그림 해설을 들으며 저택 안을 이동한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그림들은 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그리스 신화 속 장면들이다. 하지만 화자가 설명하는 그림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를테면 괴테는 이 책에서 묘사하는 그림들이 실제했다는 입장이었는데, 에세이 《필로스트라토스의 그림》에서 화자의 이야기 중 그림의 설명에 해당하는 내용만 추출해 그림 그 자체에 대한 묘사를 재구성하려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중론은 《그림들》에 등장하는 그림들의 실제 존재 여부에 천착하는 독해가 이 텍스트의 미학적·문학적 차원을 축소시킨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림 자체가 아닌, 그림에 대한 '화자의 설명'이다.
필로스트라토스는 로마 제국의 지배하에서 그리스 문화의 부흥이 일어나던 제2소피스트 시기에 활동했다. 제2소피스트는 현란한 언어적 기교, 반복성, 음악적 리듬 등 외적 화려함이 두드러졌던 헬레니즘 수사학에 대한 반동으로 등장했으며, 고전기 아테네의 언어 및 전통적 가치의 모방과 부활을 추구하고 상류층의 교양 함양과 교육적 가치를 강조했다. 이들은 청중이 연설을 듣거나 문학 작품을 읽을 때 마치 ‘보는 듯한’ 시각적 인상을 받을 수 있도록 풍부한 묘사와 표현 기법을 사용했으며, 다양한 수사적 실험을 통해 '보여지는 것'과 '말'의 관계를 탐색했다. 이는 "제시되는 것을 눈앞에 생생하게 가져오는 묘사적인 화법"을 이르는 당대의 수사법, "에크프라시스ἔκφρασις "의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다. 《그림들》은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르네상스 시대에 시각 예술 작품에 대한 영감을 제공하는 자료였으며, 오늘날까지도 이미지와 텍스트, 시각과 청각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중요한 문헌으로 간주되고 있다.
일러두기
옮긴이 서문
본문
들어가는 말
제1장 스카만드로스
제2장 코모스
제3장 우화들
제4장 메노이케우스
제5장 페케이스
제6장 에로스들
제7장 멤논
제8장 아뮈모네
제9장 습지
제10장 암피온
제11장 파에톤
제12장 보스포로스 (1)
제13장 보스포로스 (2)
제14장 세멜레
제15장 아리아드네
제16장 파시파에
제17장 힙포다메이아
제18장 박코스의 여신도들
제19장 튀르레니아 사람들
제20장 사튀로스들
제21장 올륌포스
제22장 미다스
제23장 나르킷소스
제24장 휘아킨토스
제25장 안드로스 사람들
제26장 헤르메스의 탄생
제27장 암피아라오스
제28장 사냥꾼들
제29장 페르세우스
제30장 펠롭스
제31장 환대
참고문헌
도판


《그림들》이 약 64점의 그림들에 대한 설명이라는 점과 거기에서 다루는 주제가 대부분 신화와 문학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알고 나서, 나는 이 책을 번역하고 싶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그림들》은 미술학도였던 과거의 나와 고대 그리스 문학을 연구하는 현재의 나, 현재까지도 상충하는 두 정체성이 조화롭고 긍정적으로 화합하여 순조롭게 번역할 수 있는 텍스트로 보였던 것이다. 물론 이것이 오해였음은 번역 과정에서 곧 드러났다. 21년 1월에 번역에 착수해 22년 4월 첫 번역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고, 이후 몇 번을 다시 검토하고 수정하면서 25년 6월에야 '최종' 번역 원고를 출판사에 보낼 수 있었다. (...)
서양 고대 문학은 그전까지 존재해 왔던 텍스트와의 연결망을 고려하여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각주에서 직접 인용을 통해 관련된 텍스트를 소개했다. 또 여러 배경 지식과 다른 번역어의 가능성, 그 외 텍스트 이해에 도움이 될 법한 설명들을 덧붙였다. 그런데 이는 어디까지나 화자의 능수능란한 말솜씨를 감상하고 텍스트를 좀 더 상세하게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림들》을 처음 읽는 독자 여러분들은 제정기 로마 시대, 그리스어로 쓰고 말하는 소피스트가 나폴리의 별장에서 사적으로 연 소규모 강연에 우연히 참석했다고 상상해 보시기를 바란다. 여러분은 나폴리 지역의 젊은이들 무리에 섞여 그 경험 많은 소피스트의 그림 해설을 들으며 저택 안을 이동한다. 그림은 눈앞에 보이고, 곧 들릴 것이며, 점차 여러분 자신이 그림을 보는 것인지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지 구별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1) (...) 예술의 기원을 탐구하는 사람이 보기에 모방은 가장 오래된 발명이며, 본성과 가장 밀접한 발명이다. 지혜로운 사람들이 모방을 발명했는데, 일부는 회화라 불렀고 일부는 조소라 불렀다.
(2) 조소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빚어내는 것 그 자체, 청동을 이용한 복제, 뤼그도스나 파로스섬의 돌로 조각하는 사람들의 작업, 상아 조각 같은 것들. 제우스께 맹세컨대, 보석 조각도 조소에 속한다. 하지만 그림은 색들로 조합된다. 색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소가 많은 수단을 갖고 만들어내는 데 비해 회화는 그 한 가지 수단을 한층 더 깊이 다룬다. 그림은 그림자를 보여 주고, 미쳐 날뛰는 사람의 시선과 고통받는 사람이나 환희에 찬 사람의 시선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또 조각가는 눈빛이 어떠한지 거의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그림은 청회색 눈, 담청색 눈, 새까만 눈을 알며, 금발 머리, 붉은 머리, 태양빛과 같은 머리색에 더해, 옷과 무구의 색을 안다. 침실, 집, 숲, 산, 개울, 그리고 이런 것들을 덮고 있는 창공 역시도.
(3) (...) 하지만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화가들에 관한 것이 아니며, 그들의 삶에 관해서도 아니고, 젊은이들을 위한 강연 형식으로 그림의 형상들을 설명하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강연을 통해 〔그림을〕 해석하고 훌륭한 표현에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4 ) (...) 나는 바다에 인접한 성벽 바깥 교외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내가 알기로 넷 또는 다섯 테라스에 주랑이 서풍西風을 마주하며 튀르레니아 바다를 향해 세워졌다. 그곳은 고급품으로 평가되는 종류의 대리석들로 빛났으며, 특히 거기에 맞춰 넣은 화판 그림들이 화사했다. 그 그림들은 누군가가 고심해서 모은 것으로 보였다. 그림들 속에 수많은 화가의 솜씨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5) 그리하여 나는 몸소 그 그림들을 칭송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초청자에게는 꽤 어린 아들이 있는데 이제 열 살이 되었다. 벌써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고 배우는 일에 기쁨을 느낀다. 그 애는 내가 그림들에 다가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그림에 대해서 해설해 달라고 요청하곤 했다. (...)
- <들어가는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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