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이 책은 1969년 8월 8일부터 1971년 1월까지 일어난 테이트-라비앙카 살인 사건, 범죄 수사, 법정 공방, 최종 판결까지 시간 순서대로 다룬다. 살인은 이틀 밤에 걸쳐 일어났고, 지도자인 맨슨 외에 살인범은 네 명이다. 잔인하게 난도질된 피해자는 총 일곱 명이다. 하지만 이런 크지 않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1960년대 미국 사회의 한 끝을 알리는 조종弔鐘이 되었다. 또한 집단살인 사건 중 지금까지 가장 기괴하고 사회적 여파가 큰 것으로 남아 있으며, 역대 가장 큰 비용과 가장 긴 시간을 들인 재판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 재판의 판결을 이끌어내고 책까지 쓴 인물은 바로 사건을 담당한 검사 빈센트 부글리오시다. 이른바 ‘천재 검사’가 집필했기에 정확함과 세밀함, 직설과 통찰력 면에서 단단함과 굳건함을 입증한다.
책의 구성과 문체, 접근법 모두 검사다움을 드러낸다. 즉 체계적이고 빈틈없으며, 때로 아이러니하지만 인간적 친밀감도 이따금씩 드러낸다. 특히 그가 증거를 치밀하게 제시하며 배심원들의 최종 판결에 호소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판결의 미학을 보여준다. 인간 이성의 정점이 드러나고, 광기가 흐르는 사회 저변에 대해 법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더없이 보여준다. 이것은 이 범죄가 인간 존재를 가장 무의미하게 만들며 혐오스러운 방식으로 이뤄졌기에 극렬한 대비 효과를 드러낸다.
이 범죄는 미국 역사상 가장 긴 기간 동안 진행되고 가장 비용이 많이 든 살인 재판으로, 9개월 반이 걸렸고, 약 100만 달러가 투입됐다. 그리고 가장 요란했던 재판이다. 배심원들은 225일 동안 격리되었는데, 이전의 어떤 배심원들보다 긴 시간이었다. 재판 기록은 209권, 3만1716쪽, 약 800만 단어로, 소형 도서관 규모였다.
저자 부글리오시 검사는 수많은 증인의 입에서 나온 조각 하나하나를 모아 파괴력 있는 묶음으로 만들어낸다. 그리고 아주 강하게, 확신에 차서, 오직 찰스 맨슨만이 동기를 만들어낸 주범임을 입증해나간다.
이 책은 더욱이 법정에서의 문답을 상당 부분 그대로 재현해 현장감과 사실성, 구체성을 뛰어나게 드러낸다. 나아가 책 말미에 긴 분량으로 쓰인 살인자들의 생애 추적 역시 책의 탁월함을 더한다.
내가 생각하는 범죄란 ‘욕망이 폭력적으로 표출되는 사태’다. 그리고 사람들의 욕망에 구체적인 형태를 부여하고, 범인들이 범죄에 활용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은 특정 시기, 특정 지역이라는 구체적인 조건이다. 그런 디테일이 곧 그 사회의 가장 솔직한 초상이 된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특정 시기, 특정 사회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건들이 있다. 그런 사건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욕망 혹은 세계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그렇게 ‘역사적’ 사건이 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맨슨 사건이 바로 그랬다.
기성 체제에서 벗어나 있던 부랑자 무리가 로스앤젤레스 부촌의 영화감독 집에 침입해 감독의 부인을 포함해 다섯 명을 말 그대로 무참히 살해했다. 체제의 가장 외곽에 있던 이들이 그 체제의 정점에 있던 사람들을 대단히 야만적인 방식으로 죽였다는 개요만으로도 이미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1000쪽이 넘는 이 책을 읽다보면, 그렇게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개념들이 사람들의 삶에 어떤 식으로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1960~1970년대 미국, 그리고 캘리포니아라는 시공간이 하나의 이미지가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배경으로서 변모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번역 작업을 하면서 이 사건의 검사이자 책의 저자 부글리오시가 보여준 끈기와 정의감은 지울 수 없는 인상을 주었다. 살인자인 맨슨 일당의 처벌은 간단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 과정이 지난했던 이유는 맨슨 일당의 상상을 초월하는 무법적 행동이 유례가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고, 또한 맨슨의 변호인들이 공적인 가치에 대한 고민 없이 법 ‘기술’에만 치중해 방해 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단 한 번도 정당한 절차를 벗어나지 않은 채 끈기 있게 사건을 구성해나갔고, 결국 범인들에게 법정 최고형을 내리는 데 성공한다.
‘끈기 있는 법’이, 공동체의 가치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무법자와 본인의 욕망에만 충실한 기회주의자들에게 맞서 결국 승리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나는 이 책에서 그려지는 범죄의 잔혹함이나 종종 보이는 사회의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아도 된다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런 가치가, 책이 출간된 지 50년 후에도, 그것도 미국과는 다른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독자들에게 호소력을 가질 거라 확신한다.
그녀는 젊고, 금발이며, 임신한 상태였다. 왼쪽으로 누워 있는데, 소파 바로 앞에, 꽃봉오리처럼 다리를 배 쪽으로 오므린 채였다. 세트로 보이는 꽃무늬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이었는데, 피 때문에 무늬는 거의 알아볼 수 없었다. 피는 그녀의 몸 전체에서 흘러나온 것처럼 보였다. 흰색 나일론 끈이 그녀의 목에 두 번 감겨 있는데, 한쪽 끝은 천장의 서까래까지 이어지고, 다른 쪽 끝은 바닥을 지나 또 다른 시신에 이어져 있었다. 1.2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남성 시신이었다. _24쪽
사실 피가 너무 많아서, 그라나도는 몇몇 혈흔은 놓쳤다. 정면 포치 오른쪽, 보도에서 올라서는 부분에 몇 군데 피가 고여 있었다. 그라나도는 그중 한 군데에서만 혈액을 채취했는데, 나중에 말한 바에 따르면 모두 같은 사람의 피일 거라고 짐작했다고 한다. (…) 그라나도는 모두 45개의 혈액 샘플을 채취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그중 21개에 대해서는 세부 유형 검사를 하지 않았다. 채취 후 1, 2주 안에 검사를 하지 않으면, 혈액의 구성성분이 해체되어버린다. 나중에 현장 검증을 할 때, 이렇게 빠트린 정보들이 많은 문제를 낳게 된다. _34~35쪽
문학에서는 살인 사건 현장을 종종 하나의 직소 퍼즐에 비유하곤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결국 모든 조각이 제자리에 맞아들어간다는 것이다. 베테랑 경관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더 적절한 비유는 두 개, 세 개, 혹은 그 이상의 직소 퍼즐이다. 그중 하나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심지어 해결책이 나온 후에도―만약 나온다면―아직 남은 조각들이 있고, 맞아들어가지 않는 증거들이 있다. 그리고 어떤 조각들은 늘 없어진다. _44쪽
부검 보고서는 무뚝뚝한 문서다. 냉정하고, 사실적인 그 문서는 피해자가 어떻게 사망했는지를 암시하고, 그들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지만, 어디에서도 피해자들은, 아주 짧게라도, 인간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각각의 보고서는, 그 자체로 한 인생의 총합이지만, 그 인생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보여주는 것이 없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사랑, 증오, 두려움, 열망, 혹은 다른 인간적 감정들은 없다. 그저 의학적인 마무리 문장뿐이다. “시신은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보인다…… 췌장의 광택은 특별할 것이 없다. 심장은 340그램이고 대칭적이다…….” _61쪽
수수께끼 조각들이 남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어도 그 유사성을 통해, 부분적인 패턴을 알아볼 수 있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이틀 밤 연속, 다중 살인, 피해자들은 부유한 백인, 여러 차례의 자상, 믿을 수 없을 만큼 야만적임, 전형적인 동기가 안 보임, 집 안을 뒤진 강도 흔적 없음, 테이트 사건 피해자 두 명의 목에는 끈이, 라비앙카 부부의 목에는 전선이 감겨 있음. 그리고 피로 쓴 글씨. _95쪽
수전은 샤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봐, 썅년아, 너 같은 건 신경도 안 써. 네가 아기를 낳든 말든 신경 안 쓴다고. 준비나 해. 너 죽을 거야, 그리고 나는 거기에 대해 아무런 느낌도 없어.” 이어서 수전은 말했다. “몇 분 후에 그 여자를 죽였고, 그렇게 죽은 거예요.” 샤론을 죽인 후 수전은 자신의 손에 피가 묻은 것을 알아차렸다. 맛을 봤다. “와, 완전 뿅 갔어요!” 그녀가 버지니아에게 말했다. “‘죽음의 맛이, 생명을 주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버지니아에게 피 맛을 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따뜻하고 끈적끈적하고, 근사해요.” _181쪽
“약간 베개 같은 느낌 아니었니?” “맞아요”, 수전은 로니가 이해하는 것을 보고 반가워하며 대답했다. “텅 빈 곳으로 들어가는, 허공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살인 자체는 다른 문제였다. “섹스하면서 쌀 때 같았어요”, 수전이 말했다. “특히 그 피가 뿜어져 나오는 걸 볼 때는, 절정보다 더 좋았어요.” _205쪽
이제 독자들은 테이트-라비앙카 살인 사건에 대해 내가 사건을 배정받았던 날 알고 있었던 것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사실 앞서 말한 내용의 많은 부분이 그 시점까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독자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살인 사건에서는 매우 예외적으로, 내부자가 된 셈이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 나는 신참, 난입자다. 보이지 않는 배경 해설자에서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 전달자로의 갑작스러운 전환은 놀라움을 주게 마련이다. 그 충격을 완화하는 최선의 방법은, 내 생각에는, 나 자신을 소개하는 일일 것 같다. 그런 다음에, 그 소개를 물려놓고 우리는 함께 해설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여담은 아쉽게도 꼭 필요한 것이지만, 최대한 짧게 하겠다. _275쪽
아직 찰스 맨슨을 이해하려면 한참 멀었다. 비록 그의 행동에서 패턴을 찾아냈고, 이는 그의 다음 행동을 알려주는 단서가 될 수는 있었지만, 많은 부분이 빠져 있었다.
강도, 차량 절도범, 위조범, 포주, 이것이 집단 살인자의 초상이었을까?
내게는 질문이 대답보다 훨씬 많았다. 그리고 아직은, 그의 동기를 밝혀주는 단서는 하나도 없었다. _341쪽
배심원들에 대해서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던 나는, 아주 단순한 이유로 그들을 믿는 쪽으로 기울었다. 배심원들은 자신들이 특권을 얻은 내부자들이라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그들은 법정 드라마의 일부가 된다. 그들은 증거를 듣는다. 그들은, 오직 그들만이, 증거의 중요성을 판단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전문가이며, 법정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아마추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아주 강하다. 도슨 배심원이 말했듯이, 그는 증언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 모두 들었다. 닉슨은 그렇지 않았다. “저는 닉슨은 이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_740쪽
저는 여러분을 싫어할 수 없지만, 이 말은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스스로를 죽일 때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겁니다, 여러분 모두 미쳤으니까요. 저는 여러분 한 명 한 명 안에 살고 있는 존재일 뿐입니다. 제 아버지는 감옥입니다. 제 아버지는 여러분의 체제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만든 존재일 뿐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반영일 뿐입니다. 저는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여러분의 쓰레기통을 뒤지며 먹고 살았습니다. _868쪽
미네소타주의 이탈리아계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할리우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UCLA 법대에서 법학 학위를 받았다. 1964~1972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지방검찰청의 부지방 검사를 역임했다.
1969년 테이트-라비앙카 살인 사건을 맡아 찰스 맨슨, 텍스 왓슨, 수전 앳킨스, 퍼트리샤 크렌윙클, 레슬리 밴하우튼을 살인 혐의로 기소하는 데 성공했고, 이들 모두의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그는 특히 사건 현장에 있지 않았던 맨슨의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검사로 재직하던 기간에 106건의 중범죄 배심원 재판 중 105건을 성공적으로 기소했으며, 이 가운데 21건은 살인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저술가로서도 주목할 만한 범죄 사건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O. J. 심슨의 판결을 다룬 『분노: O. J. 심슨이 살인을 저지르는 다섯 가지 이유』에서는 검사, 피고 측 변호사, 담당 판사를 비판하며 형사 사법, 언론, 판사의 정치적 임명에 대한 광범위한 문제를 탐구했다. 그는 심슨이 유죄라고 봤다.
또 다른 저서 『제정신인 섬이 없다』는 전직 대통령 빌 클린턴을 다루었다. 그는 대통령이 재임 중 사적 소송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사건을 즉시 재판에 회부하려는 자의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2000년 대통령 선거를 결정지은 부시 대 고어 사건에 대한 책 『미국의 배신』에서는 대법원의 판결을 비판하며 조지 W. 부시가 이라크 침공에서 사망한 수천 명의 미군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조지 W. 부시의 살인 혐의에 대한 기소』를 집필했고, 2008년 7월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부시에 대한 탄핵 절차를 촉구하는 증언을 했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 영화 「미국 대통령의 기소」의 바탕이 되었다.
2007년에는 1612쪽의 저서 『역사의 재구성: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을 출간했다. 상세한 조사와 다양한 출처가 빛나는 대작으로, 에드거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저자는 음모론의 인기가 미국 사상에 해롭고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1974년에 출간된 『헬터 스켈터』는 범죄 실화 관련 도서 중 역사상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린 책으로 기록되고 있으며, TV 영화로 두 차례 각색되었다.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비교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 존 버거의‘그들의 노동에’ 3부작, 『초상들』, 『사진의 이해』, 『A가 X에게』, 폴 오스터의 『4321』,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 존 맥그리거의 『저수지 13』, 니콜 크라우스의 『위대한 집』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 『타인을 듣는 시간』, 『건너오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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