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1972년 5월, 여성 지부장 당선으로 비로소 민주노조의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동일방직노조. 회사는 물론 중앙정보부, 노동청 등의 정부 당국은 민주노조를 없앨 작정이었다. 여성노동자들은 나체 시위로 민주노조를 사수했고 똥물 테러에도 굴하지 않고 싸웠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124명 해고와 블랙리스트였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해고를 가만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충체육관 노동절 시위, 명동성당 단식농성, 여의도 부활절 시위, 김영태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낙선 운동, 전국섬유노조 김영태 위원장 재선 저지 투쟁, 기독교회관 연극 상연, <동지회보> 발간, 독재자 박정희의 죽음 이후 한국노총 회관 점거 농성 등 동일방직 해고 노동자들은 할 수 있는 투쟁을 다 했다. 그러나 1980년 5월 17일 확대 계엄 선포와 5.18 광주 학살로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하면서 동일방직 노동자들의 복직도 요원해졌다. 하지만 동일방직 노동자들은 복직의 꿈을 버린 적도 없고 그 노력을 멈춘 적도 없었다.
1999년 민주화운동보상법 제정 이후 다시 모인 동일방직 해고노동자들은 2011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은 후 국가 책임을 묻는 투쟁에 나서 2018년 마침내 국가배상 최종 판결을 받아냈다. 국가배상 이후에도 이들은 민주유공자법 제정 운동의 현장, 노동자 투쟁의 현장 등 운동의 일선에 함께 서 있다.
이 책은 그 50년 여정을 담았다. 꿈 많던 십대 소녀가 칠순이 되도록 싸워온 이유를 기록했다. 우리는 민주노조 사수와 해고자 복직 투쟁을 넘어 국가권력에 당당히 맞서 싸운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을 투쟁으로 일군 노동자의 참모습을 만나게 된다.
‘노동운동’이라는 말은 낡은 표현이 되었다. 노동자는 훨씬 많아졌고 노사관계는 더욱 첨예해졌는데, 이제 그 단어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름난 정치인이나 비평가들의 회고나 후일담에서나 가끔 등장할 뿐. 그런데 한국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오래 일하고, 불안정하다. 성별 임금격차는 어느 사회보다도 높다.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말할 것도 없는 수준이며, 산재 사망은 수십 년 동안 지구의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만약 노동지옥의 올림픽이 있다면 한국은 어느 시대건 메달권 국가에 들 것이다.
그런 한국에도 분명 노동운동의 시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시대는 역설적으로 노동자의 권리가 가장 잔혹하게 짓밟히던 시대였다. 그리고 그 시대를 가장 열렬하게 열어젖힌 주역들이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이었다. "똥을 먹고 살지는 않았다"는 노동자들의 악다구니는 한 시대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국가권력과 자본에 맞선 격렬한 투쟁 끝에 그들에게 남은 것은 ‘해고자’와 ‘블랙리스트’라는 사회적 낙인이었다. 그들은 그것을 ‘노동자의 존엄과 명예’로 바꿔내기 위해 수십 년을 싸우고 행동해 왔다.
그들이 살아낸 삶은 회고나 추억이 아닌 현실이었다. 자신을 가둔 수많은 사회적 시선을 스스로 걷어냈을 때 진정한 노동운동의 빛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노동운동’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싸우는 투쟁의 어떤 첨예한 국면만을 떠올린다. 미디어나 언론이 노동운동을 다루는 방식 또한 노사정 간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에 집중되어 있다. 투쟁에도 ‘가격’을 매기는 습관 때문일까.
그러나 운동(movement)의 본질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 시대가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것, 그 사회가 의미를 발굴하는 데 실패해버린 어떤 지점을 계급적으로 돌파해버리는 것이다.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그런 면에서 동일방직 노동자들의 해고일기와 복직투쟁기는 보이지 않는 권리와 존엄을 드러내는 노동운동의 본질에 충실히 복무해 왔다. 그 어떤 세월도 그들의 노동운동을 막아서지 못했다. 그들은 언제나 어디에서나 노동운동의 시대가 끝나지 않은 것처럼 싸웠고, 싸우고 있는 것이다. 동일방직 노동운동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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