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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탈식민주의문학, 페미니즘문학, 소수자문학의 ‘컬트 클래식’
20년 만에 원작의 디테일을 오롯이 살려낸 개정 결정판
시인 김승희, 캐시 박 홍 강력 추천!


1982년에 처음 출간된 한국계 미국인 작가 차학경의 유작. 초판 발행 후 한동안 절판 상태였으나, 아시아계 미국문학 연구자들과 페미니즘 연구자들이 주목하면서 현재 관련 연구자 및 학생이 반드시 읽어야 할 불후의 ‘모던 클래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딕테』는 한국의 유관순, 프랑스의 잔다르크와 성녀 테레즈, 그리스신화의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 저자의 어머니 허형순, 차학경 자신 등 여성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된다. 통상 소설 또는 서사시로 간주되지만, 하나의 장르에 갇히지 않는 열린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자서전, 소설, 역사, 시 등 다양한 장르가 상호텍스트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점프 컷 등 다양한 영화 편집 기법도 차용하고 있다. 언어 역시 영어와 프랑스어로 서술된다.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즘적 구성과 표현을 통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디아스포라 여성의 시각으로 본 삶의 역사성, 여성성, 존재성의 양태를 탐구한다.

출판사 서평

“예술가의 길은 재료를 다루는 점에서 연금술사의 길과도 같다. 그/녀의 비전은 재료와 지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차학경, 「Path」(UC버클리 석사학위논문, 1978)에서

차학경은 여러 측면에서 연금술사였다. 그의 작품은 독자들이 이제껏 경험했던 세상에서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변화를 일으켰다. 차학경은 이미지와 텍스트, 행위라는 재료를 가지고 지각을 변화시키는 비전을 실현한 연금술사였으며 그의 작품 중 하나인 『딕테』는 그 실험성과 통찰로 지금까지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그 연금술의 정점에 이르기 전의 작품이라고 가히 말할 수 있다. 만약 그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이 이상의 위대한 작품들이 더 나왔으리라는 것을 『딕테』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디아스포라, 여성주의, 다문화주의, 탈식민주의까지 아우르는 선구적 실험문학
차학경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오래전 절판된 『딕테』를 읽기 위해 미술관에 가거나, 중고가로 몇십만 원을 지불하여 구매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딕테』는 왜 이렇게 유명하고 중요한 작품일까? 왜 이만큼이나 마니아층이 두터운 걸까? 『딕테』는 도입부와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구성은 문학적이면서 연극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각 장은 제우스와 므네모시네 사이에서 태어난 아홉 딸들인 무사이(뮤즈), 즉 음악과 시를 담당하는 신들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 그 내용은 놀랍게도 『딕테』가 출간된 지 40년 이상이 흐른 지금의 주요 담론인 디아스포라, 여성주의, 다문화주의, 탈식민주의까지 아우른다.
프랑스어로 받아쓰기를 뜻하는 ‘딕테(Dictée)’라는 제목은 대문자(DICTEE)로 쓰여 프랑스어의 악센트가 사라지고, 영어를 쓰는 미국 독자들에게 ‘딕티’라고 발음된다. 책에는 신화에 나오는 신들부터 유관순, 잔 다르크, 수녀 테레즈, 자신의 어머니까지 여성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차학경은 이 인물들을 순결하고 고귀하거나 강인한 여성의 모습이 아닌 누군가의 딸, 우리 주변의 사람들, 우리 자신과 같은 존재로 그려낸다. 곳곳에 있는 인체의 발설 기관 그림들과 발설 과정의 묘사는 텍스트와 말, 발화, 그 이전의 발설 자체에 집중하게 하여 인간의 문화와 인간성 기저에 있는 기호학과 언어학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상과 책, 영화와 문학의 경계
『딕테』는 1982년 작품으로, 문학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책을 한 번 펼쳐보면 이것을 과연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지 혼란이 온다. 여타 문학 작품처럼 감상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책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영상처럼 감상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 그도 그럴 것이 차학경은 미국 UC버클리에서 미술과 비교문학을, 파리에서는 영화 이론과 구조주의 언어학을 공부하여 영상 매체의 작품을 많이 남기기도 했고 구조주의 실험 영화에도 큰 관심이 있어 그가 작업한 영화 관련 프로젝트와 논문을 찾아볼 수 있다.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작가가 직접 특별한 방식으로 판화처럼 아주 조금의 부수만 제작하는 아트북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이런 책들은 시각예술로 분류되지만, 차학경의 『딕테』는 출판사에서 제작되며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을 가진 엄연한 출판물이다. 이것이 아트북과 다른 점은, 대량 생산 및 배포의 가능성을 지닌다는 사실이다. 차학경은 이 책의 내용이 많은 사람에게 도착하기를 바라며 더 넓은 세상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책의 가능성에 대한 개념미술적 실험
책은 다른 예술 작품들에 비해 작고 가볍고 제작이 비교적 간단한,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완성된 매체다. 차학경은 이 책이라는 매체가 가진 가능성의 한계를 실험한다. 흔히 생각하는 영상매체는 2차원 평면의 시간예술이다. 문학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상하지만 영상과는 다르게 독자 개개인이 원하는 속도로 읽을 수 있고 중간에 멈추거나 뒤로 돌아갈 수도 있어 더 능동적인 시간예술이다. 차학경의 『딕테』는 여기서 큰 한 걸음을 더 내딛는다. 이 ‘책’은 3차원의 공간적 형태에 시간의 차원이 더해지는데, 이 시간의 흐름을 초월하며 존재하고 있다. 왼쪽과 오른쪽 페이지가 마주 보며 상호작용하는 구성은 2채널 비디오와도 같다. 게다가 독자가 책을 손에 든 상태에서 얼마큼 펼치고 어떻게 드느냐에 따라 공간에서 책이 향하는 방향도, 책 속 이미지들이 관계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시각예술 분야의 작품이라기엔 매우 작고 가벼운 이 책은 다른 영상 매체들보다 휴대가 쉽고 그렇기에 관람객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준다. 이것은 차학경의 예술 철학이기도 하다. 감상자의 자율성을 강조하며 언어를 재료로 사용하는 개념미술의 흐름과도 맥을 같이한다.

『딕테』의 난해함이 주는 자유
『딕테』는 읽기 어려운 작품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 ‘난해함’이라는 수식어가 사실 작가가 바랐던 것이라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이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이 된다면 어떨까? 차학경이 활동하던 1970-80년대의 미국 사회에서는 영어를 세계 공용어로 하자는 논의가 일반적이었고, 당시 미국인들 중 대다수는 모국어를 벗어나 문맹의 상태가 되는 ‘엑소포니(exophony)’를 거의 경험해보지 못했다. 차학경은 작품에 라틴어, 한국어, 한문, 프랑스어, 영어를 등장시킴으로써 당시의 미국인 대중에게 엑소포니의 경험을 하게 했다. 결국 이 언어적 난해함으로 독자에게 시야를 트이게 하는 자유로움을 준 것이다. 『딕테』는 책을 읽는 사람들 개인의 언어적,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달리 읽히고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는 곧 이해의 경계 너머에서 질문하고 다르게 바라볼 자유를 경험하게 한다.
(특별 기고: 학연, 『아트렉처』 에디터)

편집자의 말

개정판이 나오기까지 무려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토록 많은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자 예술 애호가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인데도 말이다. 그 첫 번째 이유로 일반 독자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난해함, 난감함을 들 수 있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그러한 면이 너무 과장되게 부각된 면도 있지 않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난해하기로 유명한 조이스 등의 ‘의식의 흐름’ 소설, 로브그리예와 시몽 등의 누보로망, 브라우티건과 핀천 등의 미국 포스트모던 문학보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얼마나 이해했는지와는 별개로). 해체시의 콜라주가 연상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우리에게 친숙한 한국계 화자의 디아스포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난해함’이라는 수식어가 사실 작가가 바랐던 것이라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이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이라는 아트렉처 에디터 학연의 말에 적극 동감한다. 또 하나, 차학경이 “(미국) 가톨릭 여고에서 서투른 영어로 이야기를 구술하는 학생인 것처럼 글을” 썼다는 캐시 박 홍의 지적(『마이너 필링스』)도 귀담아보자. 열린 텍스트에는 열린 마음과 열린 독법이 요구된다. 이 텍스트를 읽는 데 필요한 것은 그뿐이다.

- 황인석 편집자


추천사

차학경의 『딕테』는 200페이지가 안 되는 작은 책이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비평적 탐사를 허용하는지 경이로울 정도다. 이 책 속에는 두 개의 ‘딕테(받아쓰기)’가 존재한다. 제1의 받아쓰기는 학교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강제된, 명령된, 수동적 받아쓰기요, 제2의 받아쓰기는 아홉 명의 뮤즈에 접신하여 여성 중심적 꿈과 기억과 상처와 사랑으로 민족적, 개인적 자아의 우주를 창조하려는 능동적 받아쓰기다. 첫 번째 받아쓰기는 상징계 속의 아버지의 받아쓰기요, 두 번째 받아쓰기는 상상계 속의 뮤즈의 받아쓰기, 어머니의 받아쓰기라고 하겠다. 차학경이 비극적인 죽음으로 요절하지 않았더라면 이상이나 제임스 조이스와 같은 경이로운 아방가르드 예술가의 언어적 실험을 더 할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_김승희(시인, 서강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테레사 학경 차의 『딕테』는 분야를 특정할 수 없는 텍스트로 당시 시대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걸작입니다. 『딕테』는 다양한 장르에 걸쳐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다루며 언어를 추궁하는 동시에 한국의 식민지 역사를 탐구합니다. 이 책이 미국에서 그랬듯이 한국에서도 고전이 되면 좋겠습니다.
_캐시 박 홍(시인, UC버클리대학 교수)

『딕테』는 일반적으로 매우 난해한 텍스트로 알려져 있다. 그 난해함은 다분히 언어에 기인하는 것인데, 차학경의 언어학도로서의 언어에 대한 전문적 관점과 견해 그리고 모국어 외의 제2, 제3 외국어 습득을 통한 특별한 통찰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이런 여러 가지 언어의 문제점은 번역에 있어 문제가 되었으며, 가능한 한 텍스트의 함축성을 보존,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_김경년(옮긴이, 전 UC버클리대학 교수)

차학경의 삶이 단축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그녀의 작품은 너무나 독창적이고 광범위해서 읽는 것이 얽히고설킨 미로에서 너른 공터로 빠져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_권오경(소설가, 『인센디어리스』 저자), 『뉴요커』 서평

본문 미리보기














책 속에서

“육신보다 더 적나라하고, 뼈대보다 더 강하며,
힘줄보다 더 질기고, 신경보다 더 예민한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 사포 (본문 9쪽)

그녀는 삶의 시간을 완성시킨다.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시간을 완성시켰듯이: 그들은 자신의 생애를 끊이지 않는 신화로 만들었고, 역사의 재고에 따라 자신의 행적이 거짓이나 진실 중 어느 것으로 판명될지 따져볼 여유도 없이 그들의 행동을 불멸의 것으로 만들었다. (본문 40쪽)

기억이 전부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열망. 빠진 것을 지킨다.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부정의 사이에 고정되어 진보의 표시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그 밖의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나이를 먹는다. 단지. 어떤 사람들은 나이가 없다. (본문 50쪽)

그녀는 글을 쓸 수만 있다면 계속 살 수 있다고 자신에게 말한다. 그치지 않고 계속 쓸 수만 있다면 하고 자신에게 말한다. 글을 씀으로써 실제의 시간을 폐기할 수 있다면 하고 자신에게 말한다. 그녀는 살 것이다. 그녀 앞에 그것을 전시해놓고 그것의 엿보는 자가 될 수 있다면. (본문 155쪽)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테레사의 『딕테』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테레사의 문학/미술 세계의 포커스는 언어다. 테레사의 비디오, 서적, 퍼포먼스, 페이퍼 작품, 세라믹 작품들은 언어 자체의 존재성을 탐구하는 과정을 말한다. 즉, 테레사의 관념예술의 기본은 ‘인류는 왜 말을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만주 용정에서 자라난 어머니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본문 208쪽, 차학성, 「작가를 대신하여」)

목차

클리오 …… 역사
칼리오페 …… 서사시
우라니아 …… 천문학
멜포메네 …… 비극
에라토 …… 연애시
엘리테레 …… 서정시
탈리아 …… 희극
테르프시코레 …… 합창무용
폴림니아 …… 성시

작가를 대신하여 (차학성)
옮긴이의 말
작품 해설 ― 『딕테』와 차학경의 예술 세계 (김경년)
작품 해설 ― 『딕테』 그리고 차학경의 삶과 예술 (권영민)

저자 소개

차학경 (Theresa Hak Kyung Cha)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3월 4일 부산의 피난민 가정에서 태어나 열한 살이던 1962년에 가족을 따라 하와이로 이주했다. 2년 후인 1964년,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했다. 진보적이고 자유로운 학풍으로 유명한 UC버클리에서 비교문학과 미술을 공부했다. 이때 한국 현대시를 비롯하여 유럽의 모더니스트 작가들을 많이 탐독했는데, 그중에서도 사무엘 베케트, 제임스 조이스, 스테판 말라르메, 마르그리트 뒤라스 등을 즐겨 읽었다. 그리고 “프로듀서, 감독, 연기자, 비디오와 영화작가, 공간설치예술가, 공연과 출판문학가”라고 자평할 만큼 전방위적인 작품 활동에 열정을 쏟았다. 1976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영화 이론을 공부한 뒤, 1980년 뉴욕으로 가서 작품 활동을 하는 한편, 친구가 경영하는 출판사에서 작가 및 편집자로 일했다. 1979년 말에는 한국을 떠난 지 18년 만에 고국을 방문했으며, 1981년 다시 방문해 기획 영화 「몽골에서 온 하얀 먼지」 촬영을 남동생과 같이 시작했다.
그러나 31세이던 1982년 11월 5일, 불의의 죽음을 당했다. 사진작가 리처드 반스와 결혼한 지 6개월, 그의 첫 책 『딕테』가 출간된 지 3일째 되던 날이었다.



역자 소개

김경년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UC버클리에서 언어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8년간 UC버클리 동아시아어/문화과 한국어 전담 교수로 근무했으며 한국의 주요 문학작품들을 영어로 번역, 소개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시집 『달팽이가 그어 놓은 작은 점선』과 공저 『College Korean』, 옮긴 책으로 『Sky, Wind, and Stars』(윤동주 시전집), 『I Want to Hijack an Airplane』(김승희 시선집), 『The Love of Dunhuang』(윤후명) 등이 있다.


도서 정보



도서명: <딕테>

- 분류: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미국문학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여성문학

- 상세 서지정보: 130*224mm / 240쪽
- 출간일: 2024년 11월 28일 (예상)
- 정가: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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