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일상적 재난의 시대, 우리 사회의 '안녕'을 묻다"
미래 세대에게 들려주는
무고하고 비통하고 유구한 이야기
우리 세계의 재난과 사회적 기억에 관하여
일상적 재난의 시대, 안전한 삶과 세계를 위해 ‘사회적 기억’의 의미를 깊이 그리고 기꺼이 탐색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여기에 있었으나 돌아오지 못한 무수한 이들, 재난이 앗아간 무고한 이름들에 노란 리본을 다는 마음으로 우리 사회의 ‘안녕’을 다시 묻는다.
20세기부터 지금까지 벌어진 국가 폭력, 제노사이드, 산업 재해, 자연재해와 그에 얽힌 복합적인 인재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멀리 있는가? ‘참사’로 불리며 충격을 주었던 수많은 재난으로부터 우리는 마땅히 먼 곳에 있을 권리가 있고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 세계는 전혀 안전하지 않으며, 재난을 외면한 자리엔 더욱 참담한 ‘재난의 반복’이 들어서고 있다.
그간 『세상 물정의 사회학』 『인생극장』 등을 펴내며 가장 평범하고 구체적인 삶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보편적 맥락을 탁월하게 길어 올려온 사회학자 노명우는, 이 악무한의 재난을 멈추기 위해 시간과 마음을 들여 간절한 자세로 재난을 마주한다. 그는 책 전체에 걸쳐 우리 사회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수십 건의 사회적 참사를 사회학적 시선으로 면밀하게 살피며, ‘잠정 – 전조 – 사태 발생’이라는 각각의 국면마다 도드라지는 재난의 구조를 끈기 있게 읽어 낸다. 아울러 ‘기억과 반격의 투쟁’이라는 재난 이후의 메커니즘이 이 세계를 어떻게 어둠 속으로 끌고 가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마치 촛불을 들고 긴긴 터널 속을 걷듯, 어둠이 깊어지는 자리마다 멈추어 우리가 외면한 세계가 제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가만히 주위를 밝히는 작업을 반복한다. 온기를 잃지 않는 객관적인 사유의 힘은 “그들은 슬프겠지만 사실 우린 좀 피곤하지 않나요?”, “어차피 다들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원래 반복되는 거 아닌가요?”라는 차마 내뱉지 못한 질문들조차 아프게, 성실하게 끌어안는다. 앞선 세대는 기억의 연대로 타인의 고통을 향해 함께 걸어갈 것을 약속하게 되고, 다음 세대인 미래 세대는 그날의 ‘왜?’가 자신의 ‘왜?’가 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되는 책이다.
“사회학적 시선으로 바라본 재난과 기억”
여기에 있었으나 돌아오지 못한 무수한 사람들
재난이 앗아간 이름들 앞에 노란 리본을 다는 마음으로
재난을 목격하면 우리는 곧 스스로에게 먼저 해명해야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왜 재난이 발생했는가?”, “왜, 비슷한 재난이, 다시 발생했는가?”라는, 고통스러워서 잊기 쉬운 질문을.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참사’라고 불리며 우리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던 수많은 재난은 ‘대규모 인원이 한날한시에 혹은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사망’한 사건들이다. 문장 자체로 매우 끔찍한 이 재난 앞에서 우리는 너무나 무섭고 두려운 마음에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외면한 자리에는 여전히 재난이 남긴 고통과 피해가, 재난의 원인과 재난이 반복되는 구조가 남아 있다.
특히 20세기부터 현재까지 벌어진 국가 폭력, 제노사이드, 산업 재해, 자연재해 그리고 그에 얽힌 복합적인 인재(人災)와 같은 참사는 동시대의 십 대에게는 아주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십 대의 오늘과는 멀리 있기 때문이다. 마땅히 우리에게는 참사로부터 먼 곳에 있을 권리가 있다. 안전한 삶, 건강한 일상, 무탈한 생활……. 하지만 누구도 우리의 세계가 안전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땅했어야 할 일이 가장 마땅하지 않은 방식으로 우리의 믿음을 배신하는 장면을 몇 번이나 목격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참사로부터 진실로 얼마나 지나왔을까? 정말 지나온 것이 맞을까?
『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이하 『왜 우리는』)에서는 우리 사회에 일어났던 재난을 잠정 국면, 전조 국면, 사태 발생 국면으로 나누어 각각의 국면에서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한다. 사회학자의 시선은 한국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의 재난을 두루 살펴 재난의 구조와 메커니즘을 드러낸다. 비슷하게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이며, 비슷하게 비이성적이고 불평등했던 세계의 모습을 또렷이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각각의 재난에서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일을 추량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모색할 수 있다.
저자는 시종 차분한 어조와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는데, 그 과정은 마치 촛불을 들고 긴긴 터널 속을 걷는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어둠이 깊어지는 자리마다 멈춰 서서 그 근원이 제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가만히 주위를 밝히는 작업을 반복하는 충실하고 강직한 야간 경비원. 반복되는 참사 앞에서 오늘의 십 대와 기억의 힘이 소진되어 가는 사회에 보탤 수 있는 이야기란, 위로를 넘어선 ‘책임’에 관한 것 아닐까? 시민과 함께 공부하는 사회학자 노명우가 시간과 마음을 들여 밝혀낸 재난을 간절한 자세로 마주한다.
지난 세기부터 오늘에 이르는 무고하고 비통하고 유구한 이야기는 우리가 이웃에 대해 더 열린 마음을 갖도록, 동료 시민들의 삶에 더 관심을 두도록, 잘 모르는 사람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도록 안내한다. 예기치 못한 팬데믹, 상상치 못한 전쟁, 지속되는 분쟁, 심화하는 기후 위기, 비슷하게 반복되는 중대재해까지, 재난의 연속과 계속을 ‘일상’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십 대를 비롯한 모두에게 우리 사회의 오래된 안부를 전한다.
“잊지 않는다는 것”
타인의 고통 앞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고
기억의 연대로 사회적 책임을 건져 올린다
‘어떤 사람들*’을 추방하는 목적은 미래를 위해서, 우리의 조국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그들은 어디에라도 살아 있다면 절대 선동적인 생각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수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부모들이 어떤 고문을 당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고아들만 수용하고 보호하도록 하라. 다른 고아들은 추방 행렬과 함께 보내라.
_파울로 코시, 이현경 옮김, 『메즈 예게른』, 미메시스, 2011, 95쪽.
*1915년 당시 튀르키예에 거주했던 아르메니아인을 말한다. 기억하지 못하는 고아들만 수용하라고 하는 이 편지를 쓴 사람은 당시 학살을 자행한 오스만 제국의 사실상 지도자였던 메흐메트 탈라트 파샤다.
재난은 다릅니다. 재난은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상흔을 남깁니다. 잊고 있는 줄 알았다가도 수학여행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2014년 4월 16일 이후의 한국인은 세월호를 떠올립니다. 그해 4월 세월호와 함께 세상의 상식이 녹아내리는 것을 보며 내뱉었던 “이게 나라냐.”라는 푸념을 여전히 되풀이합니다. 습관적으로 별 뜻 없이 말해 오던 엘리엇의 시 「황무지」에 등장한다는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시구절을, 세월호 이후의 우리는 마음이 아려 쉽게 내뱉을 수 없습니다.
_1장 중에서, 「참사 이후 우리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_2장 중에서, 「되풀이되는 재난을 멈추려면 재난의 메커니즘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_3장 중에서, 「‘역사의 천사’가 내려다보는 우리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_3장 중에서, 「불평등은 자연재해를 재난으로 만듭니다」
_4장 중에서, 「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
_5장 중에서, 「죄와 벌 그리고 처벌과 범죄: 사회적 기억술은 형사 처벌의 범위를 넘어섭니다」
_6장 중에서, 「화석 연료 의존을 줄이려고 과학의 힘으로 원자력 발전을 시작했으나」
_7장 중에서, 「진솔한 사회 요청이 있어야 궁극적 용서Vergebung도 가능합니다」
2014년 봄에 중학교 3학년이었던 내가 무사히 그 계절을 건너올 수 있었던 이유는, 그저 내가 우연히 어떤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날 다음 해에는 커튼을 모두 쳐서 교실을 어둡게 만든 후에 작년 봄까지는 분명 있었던 사람들의 추모 영상을 함께 시청했다. 그날은 같은 반 애의 생일이었는데, 그 애는 자기 생일에 이게 뭐냐며 울었다. 나는 생각했다. ‘그래, 이게 다 뭐지?’ 나도 영상이 시작될 때부터 울고 싶었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울 이유가 마땅치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울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아무도 구하지 못했다, 미안했고. 나는 구해지지도 못할 것이다, 화가 났다. 그 두 문장을 노려봤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다. 비행기를 타고 갔다. 그런데 왜인지 나에게는 비행기를 탄 기억이 없다. 나중에 친구가 보여준 사진을 보고서야, 비행기를 타고 갔고, 다시 돌아올 때는 비가 와서 우비도 썼다는 걸 알았다. 사진을 보기 전까지, 나는 내가 배를 타고 갔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어떤 기억은 나의 기억이 아니다. 하지만 나의 일부를 이룬다. 가끔 인간이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들고, 더 가끔은 살아있다는 게 신비하다. 평균 수명이 비약적으로 늘었다지만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 사람이 태어나 어른이 될 때까지 살아남는다는 건 1000년 전에도, 100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기적이다.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나는 나와, 나와 같은 인간을 믿는다. 우리의 기억을. 과거, 현재, 미래를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은 신피질이 발달하며 생겼다고 한다. 그럼 나는 신피질을 믿는다.
나의 기억이 아닌 것이 나를 이룬다고 할 때, 지난 세기부터 오늘까지 재난의 기억을 살피는 일은 내 안에 다른 사람을 들이는 일과 같다. 나는 이들과 함께 좀 더 좋은 기억을 안고 만족할 만큼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으면 한다. 재난은 무관심과 망각을 동력으로 반복되므로. 부디 우리의 기억이 우리를 충분히 지켜주기를.
노명우
사회학자이자 독립 서점 북텐더입니다. 우리 모두의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는 학문이 사회학이라고 믿고 있기에 교수라는 호칭보다 사회학자로 불리기를 원합니다.
2014년 4월 16일 뉴스 속보를 접하고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수학여행 가는 배가 전복되었는데 다행스럽게 전원 구조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오보였음을 알게 된 후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철저한 진상 규명은 ‘아직도’ 입니다. 진심 어린 사과도 ‘아직도’입니다. 그날 이후에도 일어나서는 안 될 또 다른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잊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느새 그날의 다짐을 잊고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부끄러워졌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잊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현실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태를 바라보는 사회학의 눈으로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재난을 용기 내어 들여다봤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쉽게 잊는 이유와 재난이 되풀이되는 까닭을 찾고자 했습니다.
이 책이 더 이상 읽힐 필요가 없는 미래를 다 함께 맞이하고 싶습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여러분과 함께 걷고 싶습니다.
1. 금요일에 돌아오지 못한 2014년의 열일곱 살이 있습니다
2. 달력에 표시되지 않은 재난도 있습니다
3. 희생자의 눈으로 재난을 바라봅니다
4. 재난 이후 우리는 반격과 기억의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게 될까요?
5. 기억은 우리 모두가 책임지겠다는 약속입니다
6. 우리 모두는 재난에 연루되어 있습니다
7. 혼자 걷게 하지 않도록 함께 부르는 노래
1번 : 14,220원 펀딩
<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 > 도서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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