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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문학계의 불멸의 작가
<여인의 초상> <나사의 회전> 헨리 제임스의
당대 혹평과 찬사가 극명히 갈린 문제작 국내 초역
패브릭 장정 500부 한정판


‘보스턴 결혼’은 돌봄과 연대감, 로맨스가 가미된 두 여성 간의 관계를 일컫는 표현이다. 여성들에게 편협한 관계 정립을 요구하는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이 용어는 헨리 제임스의 소설 《보스턴 사람들》 에서 유래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이 몇 가지 있다. 정작 이 소설은 반페미니즘으로도 읽힐 수 있다는 것, 당대에 혹평과 찬사가 극명하게 갈렸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150년을 살아남아 삶의 대안을 제시한 이 작품은 도대체 어떤 작품일까? 이 책의 출간은 바로 이 궁금증에서 시작되었다.

남부 출신의 보수주의자 청년 랜섬,
여성 참정권 운동가 올리브,
그리고 그들의 버리나.
세 남녀의 기이한 삼각관계로 그려낸
격변하는 시대의 초상


소설은 세 명의 남녀 주인공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미시시피 출신의 변호사로 남북전쟁 참전자이자 보수주의자인 베이질 랜섬이 먼 친척이자 여성 참정권 운동가 올리브의 초대를 받아 보스턴에 온다. 그는 이곳에서 여성의 고난에 대해 연설을 하는 버리나를 만나고 한눈에 반한다. 반한 것은 랜섬만이 아니었다. 올리브 역시 그녀가 이 운동의 첨병에 설 수 있음을 한눈에 알아본다. 버리나의 열띤 청혼자들, 그녀를 트로피처럼 내세운 부모를 피해 올리브는 버리나를 데리고 유럽으로 향할 결심을 하고 랜섬은 뉴욕으로 향한다. 시간이 흘러 올리브가 이제 대의를 위한 전진만이 남아 있다고 믿던 어느 날, 랜섬이 보스턴에 돌아온다.

“영어로 쓰인 가장 뛰어난 두 소설 중 하나”
이 작품은 여성 참정권 운동이 거세게 일던 19세기 후반 보스턴을 배경으로 한다. ‘심리적 사실주의’ 기법으로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원형을 제시했다고 평가받은 헨리 제임스는 이 작품에서 정치적 혼란과 가치관의 충돌을 세밀한 심리묘사와 위트로 담아냈다. 정치적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 그의 유일한 작품이다. 당대에는 실존 인물을 연상케 하는 작중인물과 보스턴이 품었던 진지한 열의를 희화했다고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격변하는 시대의 초상을 사실적으로 관조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의 중기를 대표하는 실험적 소설로 남았다. 영국의 문필가 호러스 스쿠더는 “제임스는 등장인물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에게 지극히 큰 관심이 있고, 가능한 모든 빛을 비추는 데 지치지 않는다”라고 평했으며, 문예평론가 F. R. 리비스는 이 책을 “영어로 쓰인 가장 뛰어난 두 소설 중 하나, 다른 하나는 제임스의 《여인의 초상》 이다”라고 극찬했다.

불멸의 작품, 계속되는 새로이 읽기
오늘날 우리에게 이 책은 구시대의 틀에서 새 시대를 꿈꾸는 여성들의 혼란과 백래시의 전형이라 한 각계각층 남성들의 모습을 증언한다. 또한 그들을 좇는 당대인으로서의 작가의 시선과 150년간 변화한 독자들의 시각까지, 다층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물론 또 한 명의 불멸의 작가, 헨리 제임스의 작품을 읽는 그 자체의 기쁨은 두말할 나위 없다.



편집자의 말

《보스턴 사람들》 은 여성 참정권 운동이 일어난 19세기 후반 보스턴을 배경으로 구시대와 새로운 시대의 가치관의 충돌과 혼란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읽으며 우리는 끊임없이 묻게 됩니다. 왜 나는 이 등장인물을 미워하는가? 내가 미워하는 것인가, 헨리 제임스가 미워하는 것인가? 등장인물을 판단하는 데 작용하는 나의 가치관은 무엇인가? 또한 그것은 뚜렷한가? 19세기 만화경과도 같은 이 책 안에 머물며, 너무나 어지러운 풍경 속에서 묘하게도 점점 더 나 자신이 잘 보이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소설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면서, 마치 오래전부터 독자분들의 책장에 꽂혀 있었던 듯한 인상을 주고, 또 더 오래 남아 있을 수 있도록 고풍스럽고 단단한 장정으로 준비했습니다. 아울러 함께 준비한 엽서는 영국과 미국에서 일어난 여성 참정권 운동 포스터 혹은 반대 포스터를 담은 것입니다. 오늘날의 우리 눈으로 보기에는 무엇이 무엇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그 아름다움과 아이러니가 곧 이 책을 읽는 경험과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아무쪼록 즐거운 독서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본문에서

올리브는 어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어떻게 하셨을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결정을 내리기가 쉬웠다. 어머니는 항상 긍정적인 쪽을 택하셨으니까. 올리브는 만사를 두려워했지만, 두려워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그녀의 지극한 바람은 자비를 베푸는 것인데, 위험을 무릅쓰지 않으면 어떻게 자비로울 수 있겠는가? 그녀는 위험을 발견하면 반드시 맞선다는 것을 일종의 행동 원리로 세웠지만, 결국 자신은 안전하다는 것을 깨닫고 창피를 느끼는 일이 종종 있었다. 베이질 랜섬에게 편지를 쓴 뒤에도 그녀는 지극히 안전했다. 사실 그가 그녀에게 뭔가 위험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보기 어려웠던 게, 그저 그는 그녀의 편지에 사의를 표하며(그 말투가 유난히 거창하긴 했다) 보스턴에 (이제 막 시작한) 비즈니스차 가게 되는 대로 찾아뵙겠다고 장담했을 뿐이었다. 감사한 마음을 가득 품은 이 맹세를 이행해 이제 그가 정말로 왔지만, 미스 챈슬러는 위험을 자초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둘 사이에 잠재된 그 모든 불협화음에도 식사는 아주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막바지에 다다르자 그녀는 그에게 식사를 마치고 나가봐야 한다며 혹시 동행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친구 집에서 열리는 소소한 모임에 가는 것으로, 친구가 ‘새로운 사상에 관심을 가진’ 몇몇 사람들을 퍼린더 여사에게 소개하는 자리라고 했다.
“어쩌면 당신도 흥미를 느끼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토론을 듣게 되실지도 몰라요, 그런 걸 좋아하신다면. 아마 찬성하지 않으시겠지만.” 이렇게 덧붙이며 그녀는 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그렇겠죠. 전 만사 반대하는 사람이니까요.” 미소와 함께 자기 정강이를 만지작거리며 그가 말했다.
“당신은 인류의 진보를 바라지 않나요?” 미스 챈슬러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글쎄요. 진보적인 것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저에게 좀 보여주실 건가요?”

마침 그때 도착한 손님은 닥터 타랜트 부부와 그 딸인 버리나였다. 닥터 타랜트는 최면술 치료사였고, 그 부인은 왕년의 노예제 폐지론자 집안 출신이었다. 미스 버즈아이는 예의 그 희미하고 메마른 미소를 처음 보는 그들의 딸을 향해 짓고 있자니 이 아이는 필시 부모의 핏줄을 물려받아 놀랄 만한 재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미스 버즈아이에게는 온갖 곳에 천재가 숨어 있는 듯 보였다. 셀라 타랜트는 놀라운 치료 성과들을 거둔 적이 있는 인물로, 미스 버즈아이는 자신의 많은 지인이 이 남자의 치료를 받아보면 좋겠다 싶었다. 그의 아내는 에이브러햄 그린스트리트의 딸로, 일찍이 도망 노예를 자기 집에 30일 동안이나 숨겨준 적이 있었다. 벌써 몇 년 전이었으니, 이 소녀도 당시에는 아직 어린아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건이 이 아이의 요람에 일종의 무지개를 드리워 어떤 재능을 타고나게 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소녀는 빨간 머리였지만 아주 예뻤다.

베이질 랜섬은 모친이 말하는 동안 그의 바로 옆에 서 있는 딸에게 뭔가 말을 걸고 싶었지만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나는 말이라고는 미시시피식 인사뿐으로, 잘난 체하거나 너무 엄숙하고 지루한 인상을 줄 것이었다. 게다가 그로서는 그녀의 연설 내용 자체에는 동의를 표하고 싶지 않았고 그저 그녀가 매력적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 차이를 분명히 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그저 입을 다물고 그녀에게 미소 지었고, 그녀도 그에게 미소로 답했다. 그에게는 오직 자기에게만 보여준 미소처럼 여겨졌다.

올리브는 셀 수 없이 많은 질문을 그녀에게 퍼부었다. 소녀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 대화는 사람들이 오래도록 기억하게 되는 그런 대화, 모든 말을 주고받았으며, 장차 당연해질 어떤 것이 시작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그런 대화였다. 소녀의 삶에 대해 알게 될수록 올리브는 점점 더 그 속으로 파고들고 싶어졌고 점점 더 자신을 잊게 됐다.

랜섬은 미스 챈슬러가 악수해주지 않을 거란 걸 알아챌 수밖에 없게 되자 역시 마음이 좀 상했다. 방을 나서기 전에 그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문손잡이를 잡고 거기에 선 채로 말했다. “그런데 미스 올리브, 당신이 편지를 써서 나를 여기에 초대한 목적이 대체 무엇이었습니까?”

차례

1부
1~20장
2부
21장~34장
3부
35장~42장

지은이 - 헨리 제임스
(Henry James, 1843~1916)

‘소설은 헨리 제임스 이후 완전히 새로워졌다’(존 밴빌). 헨리 제임스는 현대 영미소설의 형식과 내용을 완성시켰다고 평가받는 작가로, 전통적 리얼리즘 사조가 지배하던 19세기 미국 문단에서 파편적이고 무질서한 의식 세계를 언어로 형상화해 내며, 후일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대표되는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원형을 제시했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제임스는 아버지의 지원으로 유럽을 두루 여행하면서 열두 살 때부터 습작을 하며 문학에 뜻을 두었다. 열아홉 살에 하버드 법대에 입학하지만 곧 그만두고 미국 잡지에 서평과 단편소설들을 기고하기 시작했다. 단편소설을 ‘아름답고 축복받은 누벨nouvelle’이라 표현할 정도로 단편 장르에 큰 애정을 가졌던 그는 인간관계에 대한 심오한 이해와 복잡다단한 주제들을 간결한 형식과 문체에 응축해 풍부한 의미를 전했다. 다채로운 해석을 가능케 하며 호소력 있게 다가오는 그의 문학 세계는 ‘양탄자의 무늬처럼 복합적이며 매혹적이다’(츠베탄 토도로프)라는 찬사를 받는다.

1875년 파리로 이주한 제임스는 그곳에서 이반 투르게네프, 귀스타브 플로베르, 알퐁스 도데와 같은 작가들과는 두터운 교분을 나누었다. 이듬해 런던으로 건너가 영국 정계와 예술계의 인사들과도 활발히 사귀면서 빅토리아 시대 사교계의 명사로 떠올랐다. 자신의 예술을 보다 발전시키는 데 가장 적합한 환경을 발견한 그는 이후 영국에 정착한다.

제임스는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23편의 장편소설과 112편의 단편과 중편소설, 각종 평론과 여행기, 수십 편에 달하는 비평문 그리고 1만 통 이상의 편지를 남긴, ‘19세기 인물들 중 가장 정력적으로 살아간’(클리프턴 패디먼) 사람이었다. 이러한 그의 집필 활동은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끝을 맺게 되고, 1915년 영국으로 귀화해 1916년 2월 28일, 유럽인으로 생을 마친다.

그는 문학 인생 전반에 걸쳐서 구세계(유럽)와 신세계(미국)의 충돌이라는 국제적 주제를 다루며, 신구 문화의 갈등을 극복하는 더 나은 삶과 문명을 모색했다. 작가의 묘비에는 ‘대서양 양편의 한 세대를 해석한 사람’이라는 비문이 새겨져 있다.


옮긴이 - 김윤하

연세대학교에서 러시아문학과 프랑스문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나보코프 소설 창작의 연극적 기원>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 《프로이트주의》 《오리지널 오브 로라》 《창백한 불꽃》 《나보코프 단편전집》 등이 있다.


도서 정보



도서명: <보스턴 사람들>

주제 분류: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미국문학

펴낸곳: 은행나무
판형: 138*210mm / 패브릭 양장 한정판 / 712쪽 내외(미정)
정가: 23,000원
출간일: 2024년 2월 26일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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