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이영도가 7년 만에 발표한 신작 장편소설. 인기 작가 어스탐 로우는 백작의 초청으로 그의 별장 '오소리 옷장'에 방문한 뒤 이곳에서 살해된다. '어느 집에든 죽지도 살지도 않은 채 글만 쓰는 사람 한두 명쯤은 있'(10쪽)는 터. 어스탐 경은 살아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혼자일 때면 펜을 들어 쓴다. 심장에 단도가 꽂힌 채 이 사건의 용의자를 가명으로 등장시킨 '임사전언'을 집필한지도 어언 4년. 그는 작가답게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 이 이야기를 야심차고 게걸스럽게 계속해서 쓰고 어느덧 대하소설은 장장 9권에 달해 결말을 향해 간다. 어스탐 경의 유산관리인, 어스탐 경의 친족과 초청인, 용의자 검거를 앞둔 수사관 등이 오소리 옷장에 모여 이 글이 작가 어스탐 로우의 글인지, 언데드의 글인지에 대한 만신전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밀실이 만들어졌고, 막이 오른다.
도입부의 '장편은 단편을 쓸 시간이 없는 작가가 쓰는 거잖소.'(9쪽)라는 작품 속 대사와 32만자에 달하는 이 작품의 묵직함이 어우러지는 순간부터 피식 웃게된다. 이영도 세계의 인물들답게 등장인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대사와 역할을 활달하게 해낸다. 인물들의 열렬한 웅변을 듣다 실없이 웃다보면 묘한 훈기가 느껴지는 것이 영락없이 이영도의 소설. 판타지와 추리소설과 짧은 희곡까지, 형식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작가란 어떤 족속들이고 그들에게 독자가 어떤 의미인지 소설가는 오직 소설로 말한다. 그러니 독자는 읽고 또 다음 작품을 기다릴 수밖에. 이 작품을 읽은 후 함께 이영도 쓰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영도 필사노트 vol.1도 함께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