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대수롭지 않은 믿음 하나를 지니게 되었다. 소설이란, 작은 이야기(小說)이듯이 또한 소설(小雪)이기도 하다는 걸. 한 겹 홑이불로 잔잔하게 내려도 세상 모두를 덮어주는 눈이 폭설(暴雪)보다 격정적이라는 걸. 가난한 집 시렁 위의 홑이불처럼 외롭고 쓸쓸할 때마다 꺼내어 읽을 수 있는 게 소설이라는 걸. 그들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을 게다. ㅡ그들에겐 타고난 능력이 있었고 지금도 그 능력을 후대에 물려주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으면서도 악을 행하지 않았고 참과 거짓을 구분하지 않으면서도 거짓을 볼 줄 알았다. ㅡ나는 한 걸음씩 늦게 눈길 위 그들의 발자국을 쫓아가는 소설가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