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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구약 예언서의 공공신학 (이스라엘 예언자들의 공공성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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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사회와 유리되어 게토로 전락한 한국교회에 대한 세간의 비판이 거세다 보니 자연히 교회의 공적 책임에 대한 신학적 관심과 신앙적 성찰을 촉구하는 공공신학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개신교 안의 공공신학 담론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첫째, 공공신학 담론이 주로 조직신학, 윤리학, 종교사회학 측면에서 논의될 뿐 성서신학적 해석과 상상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둘째, 서구 신학자들이 주도하는 공공신학의 소개 차원에 머물 뿐 국내 학자들의 독창적인 문제의식과 접근법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한 성서신학자에 의해 매우 묵직하고 깊이 있는 공공신학 책이 나왔다는 것은 무척 뜻깊다.
    이 책은 구약성경의 예언서 중 기원전 8세기에 작성된 호세아서, 아모스서, 이사야서, 미가서 본문을 주석함으로써 여기에 담겨 있는 “성경적 공공성”의 근원을 밝히고 그 현대적 적용을 모색한다. 저자는 “토라적 공공성”이라는 개념을 토대로 구약성경의 공공성을 정리하면서, 토라적 공공성의 성경적 근원을 “출애굽기(계약법전)”, “신명기(신명기법전)”, “레위기(성결법전)”에서 찾는다. 이 세 법전에 기초하는 토라적 공공성이란 “땅”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모든 종류의 “경제적 공공성”을 의미한다. 땅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야웨 하나님이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선물로 수여한 “공공재로서의 땅”을 지칭한다.
    여기에는 구약성경을 관통하는 “야웨적 평등주의 사상”이 자리한다.

    이스라엘 백성은 야웨 하나님에 의해 창조되었고, 그래서 그분의 형상을 닮은 존재라는 것이 야웨적 평등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이 평등주의는 모든 이스라엘 백성에게 적용된다. 이러한 이스라엘 백성, 곧 언약 백성은 야웨 하나님이 허락한 “약속의 땅에 정착해서 사는 백성”이었다.
    이것이 토라적 공공성의 근간이다. 즉 토라적 공공성은 야웨 하나님이 수여한 공공재로서의 땅에 기초한다. 따라서 누구나 야웨 하나님이 선물로 수여한 땅에서 생산된 수확물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약속의 땅에 정착한 백성으로서 누리는 경제적 공공성이 바로 토라적 공공성의 핵심인 것이다.
    이러한 토라적 공공성은 이스라엘에서 왕정체제가 도입되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특히 솔로몬이 집권한 이후 이스라엘의 전통적인 “세습토지”는 국가에 의해 통제되는 “수녹토지”로 전환되고, 대토지 소유주가 증가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자유농민은 채무 노예나 소작농으로 전락하여 대지주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가 되었다. 달리 말해, 야웨 하나님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수여한 공공재로서의 땅이 소수 지배계층의 개인재산으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극심했던 시기가 기원전 8세기였다. 바로 이 시기에 호세아, 아모스, 이사야, 미가 예언자는 이스라엘의 지배계층이 야웨적 평등주의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이 책의 장점과 가치는, 이러한 기원전 8세기의 상황 및 공공성에 대한 요구를 역사적·주석적·사회과학적·비교문헌학적 연구방법론을 활용해 정밀하게 분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통해 오늘날의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를 짚어본다는 데에 있다.
    이 책은 “공공성”의 세 가지 요소를 “인민”, “공공복리”, “공개성”으로 규정한다. 이 세 요소를 위에서 서술한, 기원전 8세기 이스라엘의 상황에 대입하면 “인민”은 이스라엘의 자유농민을, “공공복리”는 땅을 빼앗긴 자유농민이 자신의 땅을 되찾아 거기로부터 생산되는 소산물을 향유하는 행위를, 그리고 “공개성”은 이러한 공공복리가 지켜지도록 예언자들이 “공론의 장”에서 지배계층을 견제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이 세 요소는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이 된다. 오늘날의 한국사회에서 “인민”은 무너진 청년 세대를, “공공복리”는 이 땅의 청년들이 생계를 위협하는 문제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삶을 향유하는 것을, 그리고 “공개성”은 이러한 공공복리가 유지되는 데 필요한 사회적 장치를 뜻한다. 이런 맥락 안에서 저자는 “공개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사회가 거대한 자본과 정치에 의해 교묘하게 조종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이를 타계할 주체가 바로 “공공신학” 위에 튼실하게 서 있는 “교회”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공공신학을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가운데 끊임없이 오늘의 상황 및 공적 이슈들과 대화하는 신학이며, 그 공적 이슈들에 대해 프락시스(praxis)로써 응답하는 예언자적 신학”으로 정의한다. 저자는 기원전 8세기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이야말로 오늘날의 공공신학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이라고 본다.
    또한 저자는 지금은 교회가 공교회로서 이들의 예언자적 사명을 계승해야 하는 시대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교회는 진리와 사랑으로 충만해질 뿐 아니라 사회에서 정의와 공의가 적용될 수 있도록 제3의 공적 영역으로서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하려는 핵심적인 메시지다.

    이처럼 이 책은 자칫 딱딱하게 보일 수도 있는 구약 예언서의 토라적 공공성을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를 향한 메시지로 적용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구약성경을 살아 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다시 한번 인식하게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교회의 예언자적 역할을 현대적으로 구현하기를 소망하는 목회자 및 그리스도인에게 매우 소중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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