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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필하모니아의 사계 2 (365일 클래식을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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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하모니아의 세계
    조물주께서 인간을 창조할 때 인간의 몸에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여러 개 의 창문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은 나이가 들어가며 자기 스스로 창문을 하나 둘씩 닫아 버린다. 어쩌면 살기 어려운 세상풍파 속에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또는 자신의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속살이 들여다보일까 꼭 꼭 창문을 닫는지도 모르겠다. 창문을 닫다 못해 거친 돌과 시멘트로 마음의 창문을 아예 없애버린다. 이런 삭막한 세상에 많은 예술가들은 일생을 통해 힘겹게 세상과 다시 환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마음의 창을 만든다. 예술이라는 창을 통해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이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건축가이자 화가인 프리드리히 훈데르트바서가 만든 창 속의 나무와 지붕 위의 잔디가 함께 어우러진 집에 있는 다양한 창문들처럼 음악, 미술, 문학, 연극, 발레, 영화 등 이들 모두 소통을 위한 다른 모습의 창들이다. 이런 창이 가득한 소통의 세계가 바로 조화를 사랑하는 ‘필하모니아의 세계’인 것이다.
    예술 중에서도 특히 음악에는 미술이나 문학과 달리 작곡가가 만든 창에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도록 다양하게 색을 칠하는 필하모니아의 전령들이 있다. 미술이나 조각, 문학 작품은 영원히 남아 화가나 작가의 의지와 개성이 그 작품을 접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바로 전달되지만 음악은 연주하는 지휘자, 연주가, 그리고 성악가들에 따라 그 작품의 감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베토벤 바이올린소나타의 악보만 들여다보면 아득히 먼 나라에서 전해온 암호들처럼 아무 느낌 없이 그냥 오선지 위에 음표들만 가득하다.
    그러나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나 아르투르 그뤼미오가 연주하는 그 곡을 들으면 가슴 저변에서부터 밀려오는 그 감동은 다르게 나타난다. 즉, 연주자에 따라 그 곡이 평생 가슴속에 남을 수도 있고, 그냥 바람처럼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연주가들이 단순한 음의 전달자가 아니고 예술가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곡가들이 만든 창문에 자기만의 개성 있는 색깔을 칠하여 좀 더 다양하게 재창조하여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그들은 작곡가들 못지않게 위대하기도 하다. 더구나 음악은 시간예술이기 때문에 같은 연주자라 할지라도 처한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른 연주를 하게 된다.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은 연도별로 다른 연주를 보여주고 있어 동일한 작곡가, 지휘자의 곡일지라도 매번 다르게 표현되는 것이다.
    「필하모니아의 사계 Ⅰ, Ⅱ, Ⅲ」에서 매 곡마다 ‘들을 만한 음반’을 소개하고 있는데 같은 명곡이라도 서로 다른 연주자의 음반을 비교 감상해보면 다른 예술장르에서와는 달리 그 섬세한 차이를 느끼면서 음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필하모니아의 세계’는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무궁무진하여 마치 세포가 개체분열 하듯 아직도 그 진화를 계속하고 있는 살아있는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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