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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녹두 전봉준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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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부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민중혁명 지도자로 산화한 영혼에 바치는 서사시

    역사책 속에 나오는 태생과 환경이 비범한 인물들 가운데서 전봉준은 하나의 혁명 같은 존재이다. 조선 후기 대부분의 농민들처럼 주목받지 못한 채 빈곤하고 고된 일생을 숙명으로 받아들일 평민으로 자랐으나 마침내 한국 근대 민중사의 절정인 동학농민전쟁의 지도자가 되고 세도정치의 폐해와 제국주의의 위협 아래 신음하던 조선 후기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체제를 주창한 진보적 사회정치가가 되었다는 점에서 전봉준은 민중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이번에 나온 《녹두 전봉준 평전》은 전봉준의 이와 같은 일생의 변모를 다룬 책으로, 조선 후기 평범한 농촌지식인이 한국 근대 민중사의 절정인 동학농민혁명을 진두지휘한 민중의 명장으로 우뚝 서는 과정을 우선 놀라운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전봉준의 일대 변신을 경이롭게 바라보고 다루기를 먼저 선택함으로써 사료와 기존의 연구 자료가 미처 다 풀어내지 못한 논란거리들(전봉준과 대원군과의 관계, 김개남 장군과의 관계 등)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관심사를 전개하는데, 특히 동시대의 대다수 농민들과 같은 삶을 이어가면서도 팍팍한 조선의 현실을 직시한 채 좋은 세상을 실현하고자 보국안민의 길을 궁리하던 전봉준이 동학에 입교하여 그 길을 찾고자 했으며, 나라를 구하고 백성을 위하는 길이 반봉건, 반외세의 투쟁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그에게 민본주의와 동양 사상의 주체성을 강조한 동학이 정신적 지주이자 농민을 기반으로 하는 집단적 활동의 원천으로 보였을 것이라는 부분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책은 1894년 고부에서 일어나 이듬해 3월 처형되기까지 전봉준이 진두지휘한 동학농민전쟁은 19세기 말 이 땅의 민중이 어떻게 역사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는지를 보여준다. 접전과 휴전 시기를 아울러 1년 4개월 남짓한 전쟁 내내 동학농민군의 최고지휘자 자격으로 전봉준이 고시한 격문과 통문들을 살펴보고 특히 전주화약이 체결된 이후 집강소 설치와 운영을 중심으로 그가 지휘한 농민군의 활약상을 주목하면 동학농민전쟁을 당시 지배계급과 외세에 대한 단순한 ‘저항’으로만 치부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독자들은 동학농민전쟁이 저항을 넘어서서 우리 근대사에 어떤 비전들을 가지고 있었는지, 농민들이 구체적으로 지향한 사회적, 경제적 방향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전국에 집강소가 설치되고 유능한 ‘공화주의자들’이 정사를 맡으면 농민군들은 생업(농업)에 복귀하여 그 본분에 충실하고자 한다”는 전봉준의 발언을 반추하며 그 답을 가늠해볼 일이다. 또한, 현존하는 사료와 기존의 학문적 연구 결과의 틀을 벗어나 여러 편의 시를 비롯한 문학 작품을 옮겨놓은 서정성이 강한 평전이어서 딱딱한 역사 속 인물서가 아니라 마치 한 권의 영웅시를 읽는 듯한 감흥도 얻을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범부 전봉준이 동학농민군의 지도자로 변모하면서 봉기했던 때를 고질적으로 닮은 시대를 살고 있다. 분단과 외세의 극복은 여전히 우리 시대의 절박한 과제다. 무슨 영웅이나 대단한 애국자는 아닐지라도 이런 동시대의 현실을 직시한 채 우리 사회의 비전을 모색하고자 고민하는 분들에게 특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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