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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동심원을 그리는 이정연의 시
마흔넷에 첫 시집을 낸다고 고백하는 이정연 시인의 시집 『유리구슬은 썩지 않는다』가 출간되었다. “열일곱 살부터 남몰래 품어온 시인”의 꿈을 수줍게 담은 시집이다.
염무웅은 그의 시집에서 세 개의 동심원을 보았다고 말한다. 개인의 사적(私的) 세계와 열성적인 교사의 모습, 그리고 역사의 비극 앞에 선 한 사람으로서, “세 개의 동심원을 그리면서 하나의 중심을 향”하는 이정연의 시들은 독자의 마음을 잔잔히 울린다.
자유방임형 엄마인 나 역시 / 산부인과 가위로는 어쩌지 못하는 / 탯줄 한 가닥 움켜쥐고 있었구나 / 내가 바라는 내 아들의 모습에서 / 조금씩 벗어나는 모습이 낯설어 야단을 치면 / 맞받아 자기 할 말 다하는 / 여전히 나와 똑같은 이 아이가 / 엄마품보다 훨씬 넓어 / 나는 이제 가늠도 되지 않는 / 두근두근거리는 자신의 길을 따라 / 집을 나선다 (「탯줄」 부분)
내가 만약 꽃이라면 / 연잎 사이로 얼굴 내민 / 연꽃이고 싶네 (「연꽃」 부분)
딸이자 아내이고 엄마이며, 편안한 이웃이기도 한 이정연의 노래는 아름다운 서정시가 된다. 또한 교사로 교실과 운동장에서 만나는 일상은 “즐겁고 때로는 침통한 전투일지”이다.
스치기만 해도 / 생채기가 생기는 꽃잎들 / 교실이라는 사각 링에서 / 은밀하게 치고받으며 / 관계의 맷집을 키운다 (「열다섯 봄꽃들을 응원함」 부분)
이정연 시가 마지막으로 향하는 지점은 “은폐된 역사의 비극”이다. “평온해 보이는 일상의 지표 아래” 묻혀 있는 “상상을 초월하는 참혹함”을 그는 외면하지 못한다. 일상의 따뜻함과 서정을 노래하던 그의 시는 역사 앞에서 “유리구슬처럼 초롱초롱한 눈을 뜨고 ‘유족의 나라’를 지키는 불침번이 되고자” 한다.
어린아이 정강이뼈 아래서 발견된 / 유리구슬 하나 / 푸른 눈을 동그랗게 뜨고 / 육십칠 년 동안 무얼 지켜보고 있었나 (「유리구슬은 썩지 않는다」 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