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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밤이 아닌 산책 (이미욱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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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욱의 두 번째 단편소설집 『밤이 아닌 산책』에는 ‘뿔’이 난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뿔은 표제작 「밤이 아닌 산책」에서처럼 직접적으로 이야기되기도 하고, 「여기 없는 날들」의 그녀가 그러하듯 통증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에버그린의 방향」 초반 준호의 무신경함이나 「사수의 의무」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가방에의 집착, 그리고 「이해 불가능한 시도」에서 인애와 혜란의 날선 대화는 모두 그 자신의 뿔에서 기인한 것이다. 비행기 옆자리 노부인의 알 수 없는 러시아말과 남편의 사소한 오해는 「사랑의 미로」의 주인공을 뾰족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때 뿔은 인물들이 겪은 상실과 결핍의 자리에서 자라난 상처이다. 「밤이 아닌 산책」과 「여기 없는 날들」, 「에버그린의 방향」은 모두 떠나보내야만 했던 그러나 차마 보낼 수 없는 이들이 심연에 자리하고 있으며, 「사수의 의무」와 「이해 불가능한 시도」에서 인물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에는 결핍에의 감각과 그로 인한 상처들이 존재한다. 「사랑의 미로」에서 사랑으로 충만한 신혼부부에게서 감지되는 어렴풋한 뿔 또한 앞으로 이들이 삶에서 겪게 될지도 모를 상처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이리라.
    이 날카로운 뿔들은 얼핏 주변 인물들을 향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실상 그것에 가장 깊게 찔리고 있는 이는 뿔의 소유자들이다. 자신의 가장 은밀한 상처인 뿔을 끌어안은 채 앓고 괴로워하며 살아가는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 각자의 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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