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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식민지 시기를 다룬 책들은 수없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독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책들은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너무 식상한 이야기들의 되풀이였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 ‘제국과 식민지 사이의 경계 인식의 문제’라는 진부하지 않은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의 제1부 ‘식민/피식민 사이의 문화 번역’은 일본 제국이라는 권역 안 인구나 제도의 ‘이동’에서 비롯된 식민-피식민 사이의 경합과 공모의 양상에 주목하며 주로 식민자의 문제를 다뤘다. 그리고 제2부 ‘식민지 조선의 공간과 장소 표상’에서는 근대 이후 한국인들이 ‘이동’이라는 행위와 관념을 통해 어떻게 개별의 구체적인 공간과 장소를 새롭게 발견하고 자기 구성의 동력으로 활용했는지에 대해서 살피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전혀 들어보지도,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들이 불과 100년 전 우리의 삶 주변에 자리잡고 있었음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 동시에 식민지 시기에 관한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해석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가 분명히 존재했고, 그 세계는 당시의 우리를 그리고 어쩌면 현재의 우리까지도 마취시키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