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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터지는 사춘기, 유쾌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나다
어쩌면 기성세대들은 청소년 자녀나 혹은 제자들과 어떻게 해야 친하게 지낼 수 있는지 모르는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자신들의 원칙과 바람을 일방적으로 적용한다면 관계가 소원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비록 불완전하나도 그들에게도 자기 나름의 인생철학이 있고 인간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경구 시인은 그러한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 같은 시를 그들에게 선물한다. 시집에 실린 62편의 시들은 예리한 포착과 따듯한 공감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들이다.
전학 가고 일주일 후/ 우연히 길에서 만난 작년 담임선생님/ 마침 점심때라 잘 됐다며/ 내 손을 덥석 잡고/ 끌고 들어가는 바로 옆 칼국수 가게
매운 칼국수/ 담임선생님도 나도 후끈후끈/ 땀까지 흘리며 먹는다
다 먹고 칼국수 가게를 나오다/ 잠깐 기다리라며/ 바로 옆에 서점에 들러/ 책 한 권 사서 나오셨다
“자, 받아라,/ 아참, 이젠 담배 안 피우지?”/ 대답 없이 고개 숙인 나에게/ 어깨를 툭, 치셨다.
선생님께 꾸벅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무슨 책인가 펴보았다
작년 국어시간 좋아하는 시 한 편 낭송하기/ 내가 낭송한 흔들리며 피는 꽃이 있는 시집이었다
그리고 책갈피 사이에서/ 툭, 떨어진 3만 원/ 그날 밤 나는 빈 집 마당에서 쪼그리고 앉아
달 보며 울었다/ 마지막 담배라고 다짐하며/ 달 보며 울면서 피웠다
달이 여러 겹으로 출렁거렸다/ 달 속에서 선생님의 얼굴이 보였다
- 전문
“우연히 길에서 만난 작년 담임선생님”은 “마침 점심때라 잘 됐다며/ 내 손을 덥석 잡고” 가게로 들어가 칼국수를 사주고는 내가 좋아하는 시집에 3만 원을 넣어주는 참 고마운 분이다. 선생님의 사랑 때문에 화자는 마지막이라 다짐하며 담배를 피운다. 청소년기는 진지한 고민에 젖어드는 시기다. 시인은 사춘기를 지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왜곡하지 않는다. 그래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일탈로 여겨지지 않는다. “달 보며 울면서” 선생님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지 않은가? 그들이 이 시를 읽으면 지금 겪고 있는 슬픔이나 아픔을 거리를 두고 살펴보게 될 것이다. 시인의 경험 속에 들어가 있던 것들이 ‘시’의 옷을 입고 표현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웃음을 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시는 학교 앞에서 사 먹는 불량 식품 같다. 맛있고 정직하고 생생하다. 시인은 청소년들이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즐기기 원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모든 것을 한껏 응원한다. 그래서 시들이 놀이도 되고 힘도 된다. 이 시집은 2018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