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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는 "내가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으면 소설을 결코 쓰지 않겠죠."라고 말했다. 인간사, 짧은 말로 단정 지을수록 오해는 짙고 이해는 멀다. 3년, 5년, 무기징역... 숫자로 결론 내리는 것이 법이지만 피해와 가해, 선과 악, 정의, 시스템의 빈틈, 환대나 희망 같은 것을 설명하기에 숫자는 너무 짧고 차갑고 딱딱하다. 숫자 안에 담지 못해 흘러넘친 이야기를 박주영 판사가 모아 이 책에 담았다.
부모에 의해 살해된 아이들, 동반자살을 모의했다가 살아나서 자살 방조죄로 잡혀 온 이들, 성범죄 가해자의 변호인에 "합법적" 2차 가해를 당하는 피해자, 교화의 기능을 할 수 없을 만큼 낙후된 소년원에서 어두운 미래를 기다리는 아이들. 축약된 단신 한 줄로 짐작할 수 없는 복잡한 얼굴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박주영 판사는 한 명 한 명의 주변을 거닐며 우리가 함께 답해나가야 할 질문들을 던진다. 영원히 완성형일 수 없는 법이 향해야 할 지점을 같이 고민해 보자고 손 내미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