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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적 지배를 의미하는 “가스라이팅”이 유래한 영화 「가스등」
    “서스펜스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이 연출한 영화 「로프」의 원작 희곡

    매닝엄 부인 [일어나서 벽난로 쪽으로 걸어간다.] 그렇다면 제 생각이 사실이군요! 아, 사실이었어요! 그럴 것 같았다니까요! 남편이 집 밖으로 나갔다가 곧장 돌아와서는, 맨 위층으로 올라가서 이리저리 걸어 다녔던 거예요. [벽난로를 향해 돌아선다.] 유령처럼 돌아와서 말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을까요?
    러프 [일어나서 매닝엄 부인에게 다가간다.] 지금부터 우리가 그걸 알아내야 하는 겁니다. 가장 흔한 방법으로는 지붕이나 비상구 따위를 이용했을 테죠. 그렇게 겁먹은 얼굴은 하지 마세요. 부인의 남편은 유령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부인도 정신이 이상해진 게 아니랍니다. [잠시 침묵하다가] 그런데 부인은 어떻게 남편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시게 되었나요?
    매닝엄 부인 저 등(燈) 때문이에요. 가스등 말이에요. 불이 흐려졌다 밝아졌다 하거든요.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드디어 이 말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있게 되었군요. 누구이신지 모르겠지만, 제가 다 말씀드리겠어요. [러프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본문에서

    “『가스등』은 여전히 최고의 스릴러 중 하나다. 3막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미 1막부터 엄청나다.” -《타임》

    “『로프』는 세월의 흐름을 잊게 할 만큼 아주 매혹적인 작품이다.” -《이브닝 스탠더드》

    상대방의 정신에 혼란과 불안을 끼쳐 스스로를 불신하고 자주적으로 사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심리적 지배를 의미하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유래한 작품 『가스등』과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인간의 오만과 자아도취를 극적으로 보여 주며 앨프리드 히치콕에 의해 영화화된 『로프』를 함께 수록한 패트릭 해밀턴의 희곡집 『가스등』이 민음사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문학의 귀재인 그레이엄 그린이 칭송하고,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도리스 레싱은 “심각하게 무시당해 온 작가”라고 한탄한 패트릭 해밀턴은, 불우한 가정 환경에도 불구하고 19세라는 이른 나이에 소설을 발표하며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과시한다. 특히나 인간의 취약성, 비겁하고 악랄한 본성, 날것 그대로의 욕망을 자기만의 고유한 시각과 문장으로 포착할 줄 알았던 해밀턴은, 찰스 디킨스를 방불케 하는 동시대적 감각과 호흡이 담긴 작품을 여럿 남긴다.
    그중 그에게 첫 성공을 안긴 작품은 바로 희곡 『로프』(1929)다. 1924년,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 작품은, 발표 직후부터 큰 인기를 구가하며 연극 무대 위에 패트릭 해밀턴의 이름을 깊게 각인시킨다. 오직 관객만이 진실을 미리 알고 있는 살인 현장에서 한갓지게 흘러가는 디너파티와 니체적 허무주의에 물든 장광설이 오가는 풍경은 『로프』의 서스펜스를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당대에 “실존적 스릴러”라고 평가받은 이 작품은, 당연하게도 앨프리드 히치콕을 단번에 매료했고 여전히 그가 연출한 영화 중 가장 “실험적인 작품”으로 남아 있다. 뒤이어 1938년에 발표한 희곡 『가스등』은 해밀턴에게 엄청난 명성을 가져다준다. 오늘날에는 조지 큐커가 감독하고, 세계적인 스타 잉그리드 버그만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가스등」(1944)으로 더욱 친숙하지만, 당시(1941~1944)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1295회나 상연되었을 정도로 기록적인 흥행작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세계 각지의 무대 위에 오르고 있는 『가스등』은 20세기 희곡 중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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