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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초엽의 팬에게 2021년은 축복으로 기억될 것이다. 장편소설, 소설집, 짧은 소설을 (논픽션도 한 권 출간되었다.) 발표하며 숨 가쁘게 달려온 작가가 SF호러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유독성 화학물질 유출사고로 외부와 차단된 이르슐의 도시 므레모사. 좀비와 유령의 땅으로 불리던 이 도시가 첫 관광객으로 여섯을 초대했다. 한쪽 다리를 잃은 무용수, 관광학 연구자, 다크 투어리스트, 여행매거진 기자, 여행 유튜버, 그리고 목적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까지. 엄청난 경쟁을 뚫고 우회경로를 이용해 이 도시의 첫 목격자가 되려는 이들의 목적은 무엇일까.
김초엽과 <사이보그가 되다>를 함께 쓴 김원영의 저작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에는 1970년대에 일본에서 활동한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단체 '푸른잔디회'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이들의 '독창적인 행동강령'의 일부를 옮겨본다.
1. 우리는 우리가 뇌성마비자라는 것을 자각한다. (...)
4. 우리는 문제 해결의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5. 우리는 비장애인 문명을 부정한다.
므레모사의 귀환자들의 결의에 대해 김초엽의 소설은 이렇게 쓴다. '우리는 여기서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겠다. 방해하지 말라.'(100쪽) 금속 의족을 착용하고 시도하는 무용수 유안의 춤은 틀림없이 아름답겠지만, 유안이 더이상 아름답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유안의 의지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2022년을 열며 김초엽의 소설이 던진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말을 고른다. '아, 나는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도 좋아했었지' (200쪽)라는 작가의 말. '이런 이야기를 읽는 것도 좋아했었지' 생각하며 2021년을 보내고, 2022년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