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책 | eBook | 알라딘 직접배송 중고 | 이 광활한 우주점 (1) | 판매자 중고 (18) |
| 11,700원 | 출간알림 신청![]() | - | 6,100원 | 4,250원 |
나는 지금 지방 국립대 영문과를 나온 취업 준비생 딸을 둔 50대 초반의 엄마이다. 졸업 전부터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딸아이를 보며 30년 전 여상을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겪은 수습 시절을 떠올린다. 우리나라 최고의 조미료 회사에 수습직 판촉여사원으로 입사한 나는 입사 첫 날부터 직장 선배이며 팀장인 고안나 주임이 보여준 정식 여직원의 당당함을 넘어 거만하기까지 한 태도를 보며 어떤 일이 있어도 정직원 유니폼을 입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발효조미료에서는 당당한 선두였지만 천연조미료 자리를 다시다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미원에서는 맛나를 출시했다. 맛나의 대대적인 홍보를 위해 급조된 여직원인 나는 도시의 슈퍼마켓을 돌며 온갖 경험을 다 겪게 된다. 고안나 주임이 말하는 ‘매대 매출학’을 머릿속에 두며 점차 싸움꾼을 넘어 전사가 되어간다. 정직원이 되기 위한 서울행 티켓을 따기 위해, 동료들보다 선배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며 고 주임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
더 많은 홍보와 매출을 위해 준비한 진주 개천예술제 축제의 날, 드디어 일이 터진다. 미원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홍보 내용이 새어나갔는지 라이벌 다시다에서도 똑같이 매대를 준비하고 심지어 CM송까지 틀며 수준 높은 홍보 전략을 펴는 것이다. 승진을 위해 오로지 오늘을 기다린 고 주임은 그곳에서 나의 어릴 적 동네 오빠인 제일제당의 주임인 성현오빠를 보고 오해를 하게 된다. 고 주임은 성현오빠에게 내가 이용당했다고 생각한다. 의심은 싸움이 되고 싸움은 더 크게 확대되어 축제의 날은 난장판이 된다. 지점장님까지 축제위원회에 호출이 되는 사태를 맞이한다.
그 탓으로 축제위원회에 불려간 나는 이번 일의 범인으로 몰린다. 오로지 정직원 유니폼을 입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린 나에 대한 혐오감과 환멸을 느끼게 된다. 축제의 장에는 마칭밴드부의 찬란한 유니폼이 빛나고 있었다. 여고시절 한때 입었던 고적대의 유니폼을 바라보며 그 옷을 입기 위해 친구를 이용한 것을 떠올린다. 모든 수습들은 그저 일벌일 뿐이고 모든 사람들은 먹이사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스스로 유니폼 입기를 포기한다.
자신이 생각했던 유니폼은 땀으로 만들어진 정직한 유니폼이 아니었다. 타인을 이용하고 밟고 올라서야만 입을 수 있는 얼룩진 유니폼이었던 것이다. 그저 화려한 것만 추구한 자신을 반성하며 유니폼은 결코 유토피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나는 나에게 맞는 유니폼을 찾으러 길 위에 선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자신의 유니폼을 찾기 위해 베트남 행을 택한 딸의 선택에 격려와 용기를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