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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댐 건설로 인해 고향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문순태의 소설 『징소리』. 실제로 장성댐은 4,800명의 주민을 고향에서 강제로 밀어내 삶을 해체시켜 버렸다. 고향과 아내, 친구마저 잃어버린 주인공 ‘칠복’에게 그가 딛고 살아온 땅이 사라졌다는 것은 그의 존재가 뿌리 뽑혔음을 의미한다. 고향을 다시 찾고 싶어 발버둥 치는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고향은 무엇이며, 고향이 없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일깨운다.
현대인에게 고향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고향을 망각 속에 묻은 채 살아간다. ‘징소리’는 잊고 살았던 희미한 고향의 기억, 그 어딘가를 정확하게 불러낸다. 어느 한곳에 단단히 뿌리내릴 수 없어 여기저기 떠돌 수밖에 없는 삶. 탄탄한 뿌리 없이 불안하게 흔들리며 살아가는 오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희망을 찾아가려는 칠복의 힘찬 징소리는 우리의 굳어 버린 가슴을 여전히 찡하게 울리고 있다. 책을 덮고 나도 한참 동안 그의 징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강제로 뿌리 뽑힌 그 모든 깊고 아픈 상처를 징소리가 어루만져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