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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문턱 너머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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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전체의 아픔을 통찰하는 시선

    미국 현대시단을 대표하는 시인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선집 『문턱 너머 저편』. 이 시집은 저자의 풋풋한 대학생 시절의 작품부터 원숙한 여성 시인이 되어 출간했던 작품에 이르기까지 반세기에 걸쳐 썼던 시 중에서 선별한 작품을 엮은 것이다. 저자는 페미니스트 시인으로서 남성들이 알고 싶어 하지 않았던 여성의 내면적 현실을 공시적, 통시적으로 재현하며, 남성 중심적인 역사와 신화에 균열을 가하고 그 틈새에 ‘여성’의 위치와 주변부의 역사를 끼워 넣고자 헌신해왔다. 더불어 여성뿐만 아니라 ‘여성’의 이름과 위치를 점한 다양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가부장적 사회의 침묵 속에서 구해내고자 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초국가적 시인으로 존경받으며 전 세계 시인과 독자들에게 지속적인 감동을 주고 있다. 에서부터 까지 50여 년에 걸친 저자의 시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 114편이 수록되어 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덩어리

    야생당근꽃 한가운데 박혀 있는 핏덩어리.
    몇 년 동안 난 그걸 본 적이 없어,

    수년간 금속성의 시각으로 살았기 때문이야,
    풀잎들은 반짝이는 안구를 스쳐 지나갔어

    태양도 스위스 호수에서 졌고.
    거품이 이는 초원도, 은하수도.

    그런데 거기에, 줄곧, 조그만 진홍색 거미가
    혼례식의 하얀 거미집 속에 앉아 있었어,

    명백한 순백색 속으로
    그의 진홍빛 침 끝을 찔러 넣을 준비를 하고 말이야.

    놀랄 일도 아니지, 안구가, 회복되는 중에는,
    오랫동안 뿌연 피막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된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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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이 쓴 글이 등대처럼 나를 지켜줬다고 느낀 순간이 드물게 있다.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가 그랬다. 그의 시를 읽을 때마다 내 안에서 차오르는 힘이 너무 좋아서, 나는 내가 쓴 두 번째 장편소설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의 제목을 아예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에서 빌려왔다. 소설을 쓰면서 너무 지쳐버린 적도 있었고, 그래서 일어서지 못할 것만 같은 때도 있었고, 일어선다 하더라도 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할 것만 같은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가 내게 손짓해주는 듯했다. 가끔은 내 발밑을, 가끔은 저 먼 곳을 비춰주는 빛 같은 시들이다.
    임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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