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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사건, 다 잊어도 그들은 잊을 수 없었다.
장대비가 퍼붓던 날 마르삭고교의 여교사 클레르가 고급주택가의 자택 욕조에서 밧줄로 온몸이 꽁꽁 묶인 사체로 발견된다. 헌병대에 최초로 신고한 사람은 이웃집 노교수이다. 그 집에 내려다보면 살해된 여교사의 저택과 정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체의 목구멍에 손전등이 불이 켜진 채 끼어 있고, 정원의 풀장 수면에는 19개의 인형이 떠있다. 집안 가득 볼륨을 최대한 높인 말러의 음악이 흐른다. 약에 취한 듯 정신이 혼미한 청년 위고가 풀장 가장자리에 앉아 있다가 경찰에 체포된다.
학창시절의 추억이 녹아들어 있는 마르삭의 사건현장으로 출동한 세르바즈 경정은 피해자의 집에서 2년 전 겨울 치료감호소를 탈출해 사라진 연쇄살인마 쥘리앙 이르트만의 그림자를 발견한다. 저택의 전등이 환하게 불을 밝힌 가운데 풀장의 수면 위에서 물결이 일렁일 때마다 흔들리는 인형들, 욕조에서 공포에 질린 눈을 미처 감지도 못하고 익사한 여교사의 사체, 집안 가득 울려 퍼지는 말러의 음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이르트만이 과거에 남긴 행적과 닮아 있다. 끔찍하고 엽기적인 현장을 둘러보고 희생자의 신원을 파악한 세르바즈 경정은 매우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그의 딸 마르고가 마르삭고교에 다니고 있고, 현장에서 체포된 청년 위고는 딸과 같은 반이고, 위고의 엄마 마리안은 오래전 헤어진 연인이기 때문이다.
주네브 고등법원에서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무려 40여 명의 여성을 납치 살해한 쥘리앙 이르트만이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하는 치료감호소를 탈출한 이후 프랑스 경찰은 특별수사팀을 편성해 18개월 동안 추적했지만 결국 검거에 실패하는 한편 흔적조차 찾아내지 못했다. 이르트만은 뛰어난 머리로 교묘히 수사망을 빠져나가며 연쇄살인을 저질러온 인물이기에 그의 존재만으로도 위협이 된다. 그의 범죄대상은 언제나 여성이었고, 피해자의 시신은 단 한 구도 발견되지 않았다. 세르바즈 경정은 사건 현장을 꼼꼼하고 분석하고 나서 범인을 검거하기 위한 수사에 매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