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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V섬의 검은 짐승 (양선형 중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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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길을 잃는 것은 소설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
    “인간의 편이 아닌 소설의 편에 선 소설가”(금정연)로 평가받으며 그간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 소설을 선보여왔던 양선형의 첫 중편소설이 나왔다. 이번 소설은 서해 접경지의 실제 공간으로도 유추가 가능한 V섬에 이뤄지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양선형만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전모를 파악하기 불가능한 이야기의 미로 속에서 환상적으로 고립되는 경험을 통해, 독자는 소설 읽기의 새로운 즐거움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구성되는 것은 현실인가, 이야기인가. 과연 우리는 이 차이를 분명하게 인지한 채 삶을 영위하고 있는가. 구성된(영상과 증언을 포함한 모든 텍스트) 것이 현실을 초과한 현실이라는 인식은 평범할 수 있지만, 구성하는 자가 스스로 자신이 구성한 현실 속에서 길을 잃은 채, 그것을 다시 재구성하는 과정의 반복이야말로 우리의 진짜 현실이라면, 미로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며, 그때에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소설’ 그 자체뿐일지도 모른다.

    “작가로서 언제나 내가 소설을 통해 갈망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이 길을 잃어버리는 일이다. 나는 비유나 수사로서가 아니라 진실로 그런 움직임이 글을 쓰는 나의 처소에서 현행적으로 계속되길 원하며, 길을 잃어버리면서도 길을 잃어버릴 수 있는 고유의 힘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_작가의 말

    선형적인 비선형을 통해 더듬거리며 수습하는 문학의 잔해
    이 소설을 읽으며 성급한 상상은 금지되어야 한다. 의식으로부터 뻗어 나온 언어의 다채로운 변형 속에서 소설의 문장을 소설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금지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오로지 V섬의 검은 짐승을 불러내기 위한 관찰과 기억에서 비롯된 주술적 서술의 방식만이 존재한다. 소용돌이 속에 소용돌이가 자라나고 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누설되듯 소용돌이들이 끓고 있다. 소용돌이의 질서와 형태를 만드는 일. 이야기의 맥락은 끊어지지 않는다. 김태용 소설가의 평대로 독자는 “그가 만든 비선형적 지도를 따라 기꺼이 소설의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더듬거리며 문학의 잔해를 수습하며, 다른 층위의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다.

    “양선형은 나를 싣고 간다. 어디에서? 모르겠다. 어디까지? 모르겠고, 여기는 일단 아니고, 실려서 나는 가고, 저기도 아닌데, 상관없고, 나는 파도에 실려 가고, 잎사귀에 실려 가고, 떠내려가고, 실려 가는 것은 나, 나인 것 같고, 실려 가면서 생각을 한 것 같은데, 무슨 생각? 상관없고, 읽다 보면 쓰고 싶고 쓰다 보면 읽고 싶고, 이런 굴레가 생겼고, 상관없고, 양선형, 보간법이라고 쓰고 싶고, 끝도 없고, 양선형, 시작도 없고.”_박지일 시인

    “『V섬의 검은 짐승』은 모험 소설, 해양 소설, 성장 소설, 심령 소설, 내면 소설, 관념 소설, 약물 소설, 사변 소설, 동물 소설, 이 모든 소용 없는 장르를 뒤섞어 버리는 미친 소용돌이다! 양선형은 검은 짐승의 탈을 쓰고, 스프처럼 끓고 있는 의식의 질서와 형태를 만들며, 쓰고 있다. 쓰고 있다고 믿는다.”_김태용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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