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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편의 슬픈 공포영화 같은, 기묘하면서 섬뜩하고 음란한 아이들의 세계 »

    불의의 교통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은 7세 소녀 마리나가 나타난 날부터 고아원의 평범했던 일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사고 당시 화상을 입어 입술 아래부터 피부 가죽이 벗겨진 상처가 나 있는 마리나는 외모뿐 아니라 정신세계까지도 또래 소녀들과는 어딘지 모르게 달라 보였다. 아이는 자신의 이름과 똑같은 이름을 지어준 커다란 눈의 인형 ‘마리나’를 마치 가족을 대신하는 인생의 동반자처럼 꼭 끼고 있었다. 이 기묘한 느낌의 아이에게서 고아원 친구들과 선생님은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야릇한 매력을 느낀다.

    두 명의 내레이터가 있는 매우 흥미로운 소설인데 한편으로 마리나는 그녀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을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아원 소녀 중 한 명이 사건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이 작품은 유년기의 잔혹함을 다룬 성장소설과는 다르다. 나와 타자 간의 관계에서 사랑과 증오가 서로 다르지 않음을, 나와 다른 그 무엇을 향한 동경심과 거기에서 생겨나는 권력 관계를 이야기한다.

    전세계 18개국에 판권이 판매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 소설은 마리나의 시점과 ‘우리’라고 하는 고아원 소녀들의 1인칭 복수 시점을 번갈아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저자가 묘사하는 어린이들의 세상은 그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섬뜩하고 기묘한 세계 그 자체이다. 고아원의 어른들은 어린이의 세계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주변인들일 뿐이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어린이들을 순수한 존재가 아닌 음탕한 죄악의 본능을 숨기고 있는 인물들로 그리고 있다. 아이들은 충동적이면서 동물적이다. 고아원 소녀들이 마리나가 씻는 모습과 아이의 몸에 있는 상처를 몰래 훔쳐보는 장면에서 이런 특성이 드러난다. 그러한 행위를 통해 소녀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면서 마리나처럼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상처를 인식한다.

    시적이고 함축적이면서 유머러스한 문체로 쓰여진 이 작품은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연약한 인간들의 슬픔과 욕망을 매우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작품은 1960년대 브라질 리우데자이루의 사건을 모티프로 쓰여졌는데 고아가 된 소녀와 고아원의 소녀들의 트라우마와 외로움에 관한 소설이다.

    « 욕망은 거대한 칼이다. 칼자루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

    처음 다른 소녀들은 마리나를 조금 괴롭힌다. 선생님이 보지 않을 때 약간의 폭력을 가하기도 하고 마리나가 움찔하는 반응을 보며 즐거워한다. 그러나 자신의 특별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알 수 없는 자신감에 차 있는 마리나라는 소녀에게 다른 소녀들은 곧 매료된다. 마리나는 다른 고아 소녀들에게 자신이 만든 놀이를 제안한다. 그것은 어린아이의 놀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폭력적인 규칙 아래 시행 되는 기이한 인형 놀이였다. 게임의 규칙은 이러했다. 매일 밤 소녀들 중 한 명이 인형이 된다. 다른 소녀들은 인형이 된 소녀의 옷을 벗기고 화장을 해주고 정해진 인형 옷을 입힌다. 그리고 그 인형을 가지고 논다. 인형은 주인들에게 착한 인형이 될 것, 주인들은 인형에게 친절히 대해줄 것. 그것이 이 게임의 규칙이었다. 매일 밤 고아원의 소녀들은 마리나의 주도하에 놀이를 시작한다.

    그녀는 “오늘 밤 우리는 게임을 할 거야”라고 말했다.
    무슨 게임이야, 마리나?
    그냥 내가 아는 게임이야.
    어떻게 놀아?
    오늘 밤에 말할게.
    지금 말해주면 안 돼?
    아니. 오늘 밤.
    그리고 그녀는 결국 그들에게 자신의 게임을 소개한다. 매일 밤, 당신 중 하나는 인형이다.
    어느 날 밤 마리나는 스스로를 인형으로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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