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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균원 시집 「목탁귀」(An Ear to Moktak’s Knocking)는 한 가지 제재에 대하여 한글 시와 영시를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서로 마주하게 하는 한영상성(韓英相成)의 형식을 시도한다. 한국의 독자와 지구촌 독자 모두를 향해 우리말로 쓴 시를 영시로 재창조하고 두 판본을 나란히 제시하면서 시인의 시론을 함께 싣고 있다. 한국시의 세계화가 갈급한 상황에서 외계의 새로운 독자를 향해 우리 시를 영어로 재구성하는 일은 보편적 질서와 다양한 특이 지점에 관해 새롭게 성찰하고 전망하는 자세를 요구한다. 국문과 영문, 두 가지 시 형식의 병치는 문화의 차이와 닮음을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번역의 노역에도 불가피하게 초래되는 손실을 가시화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서로를 보완하고 시와 삶의 이해를 완수하는 데 보탬을 준다.
시집 「목탁귀」는 시의 호소력이 가장 평범한 삶의 세부에서 가장 튼실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낱낱이 입증한다. 양균원 시인에게 시적 상상력과 엄혹한 현실은 궁극적으로 이분법적 대립을 극복하고 더는 분리할 수 없는 일체를 이루는 경우가 잦다. 여기서 시의 영토는 삶을 초월하는 무중력 지대나 유아론적 심연이 아니라 세상의 현실에 몸과 마음이 함께 깃든 일상의 거처이다. 세상에 예언적 질서를 부여하는 명명자(命名者)의 지위를 거부하는 태도에서 양균원은 영미의 모더니스트 시인 중에서 월리스 스티븐스(Wallace Stevens)와 닮은꼴이다. 현실의 위압에 저항하면서 오직 인간의 정신력에 의존하되 끊임없는 부정의 자세로 세상의 위가 아니라 그 와중에서 대상과 마음을 주고받는다. 그렇게 형성되어가는 삶의 골격이 그가 써내는 시의 구조를 이루는 방식에서 양균원은 일견 일상적 소회를 피력하는 가사(家事) 시인으로 평가될 듯하다. 하지만 기실 그의 시의 핵심을 이루는 삶의 범상은 오랜 성찰과 감정의 퇴적층에서 추출되어 사실적이면서 동시에 비사실적인 비범의 양상을 드러낸다. 시를 세상의 대척점에 두지 않고 세상 안에서 시를 구현하려는 분투에서 그의 시는 떠들썩한 낭만주의적 시도나 아방가르드적 외침보다 더 진실하고 더 견고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