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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의 미학으로 존재를 뒤흔드는 시작선
『뼈 없는 뼈』는 시인 박정원의 여섯 번째 작품집이다. 박정원의 작품은 역설적 세계가 펼쳐지는 시적 근원을 여백의 미학에 두어 언어로는 채울 수 없는 흔적으로 그것을 메우지 못하는 존재의 내면을 뒤흔들어 버린다. 역설적 공존의 의미망을 통해 시로 구현되는 내면에는 그의 시적 여백이 고통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언어 이전의 시적 묘사는 언어 이후 정치적 세계와 만나게 되는데, 그것은 그의 깊은 마음의 시학으로 사물들의 세계를 제3자적 입장에서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편!
바보 의자
사무실 의자가 마당 한 쪽으로 치워져 있다
오랫동안 몸을 내주었던 그가
나무토막처럼 굳어 있다
자리에 연연치 않겠다더니
왜 목숨을 놓았을까
수사기관에서는 그의 주검을 부검키로 했다
아무나 앉아도 되었던 의자
그 자리를 위해 끼니를 거르는 것도 예사였고
해진 방석을 안은 채 다리 하나가 빠진 의자처럼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쌓일수록
그의 집 기둥은 한쪽으로만 기울어져 갔다
설상가상, 지난해 유방암으로 아내와 하직했고
한 해에 두 번쯤 발표되는 승진자 명단엔
그의 이름이 빠지곤 했다
이틀 후 자살로 결론이 내려졌다
그가 앉았던 책상 서랍 속에서
유서도 발견되었다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동료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들이 떠돌았다
어린 자식들은 누구 어깨에 얹혀사느냐고
그가 지킬 자리가 꼭 그 의자뿐이었느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