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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정한 물음으로 다시 읽는 『무정』

    이광수를 언급하지 않고 한국 근대문학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무정』은 한국 근대문학의 출발점에 있는 작품으로, 이형식, 박영채, 김선형 등의 인물을 통해 식민지 조선의 신구 대립의 갈등, 지식인의 고민과 사랑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준다. 『무정』은 유학하고 돌아와 소위 신문물을 받아들인 지식인들도 무엇을 깨우친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던 시대, 전통적인 사상을 대변하는 구인물의 가치관이 붕괴되던 시대, 모순과 한계를 지녔음에도 식민지 조선을 위해 앞에 나서서 이끌어가는 인물이 필요했던 시대를 그리고 있다. 1910년대 구문물과 신문물이 위태롭게 공존하고 있었던 양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그리고 있다는 점은 『무정』의 근대문학으로서의 위치를 다시 한 번 가늠하게 해준다.
    『무정』을 읽다 보면 불쑥 화가 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때로는 지루하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감정에 솔직해지면서 유정한 질문을 던져 보길 바란다. 『무정』에서의 문제들은 지금 이 시기와는 무관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도 연애의 삼각관계로 인한 갈등을 겪는다. 집안에서 바라는 혼처와 내가 원하는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형식을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하면서,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렇게 질문을 던지면서 우리의 감정이 요동친다면, 그것이 바로 『무정』이 지닌 현대적 가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무정』은 이미 이광수 전집이나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그러나 독자가 읽기에는 분량이 지나치게 길었다. 한 권으로 분량을 조정한 이 책이 학생들에게 널리 읽히기를 바란다. 근대문학은 분명 현대의 시점에서는 한계가 있지만, 비판하면서 읽는 과정에서 또 다른 창의적 사고를 낳기 마련이다. 이 책은 한국 독자에게 주입식으로 각인되었던 『무정』의 문학사적인 가치에 집중하기보다 ‘내가 만약 이형식이었다면’, ‘내가 만약 박영채였다면’이라는 가정을 통해 독자 나름의 서사를 새롭게 써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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