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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졌듯 누구도 죽음을 경험할 수는 없다. 생과 사의 경계를 넘어 죽음으로 넘어가는 순간이 따로 존재한다면, 오늘날 이 순간은 대체로 의사와 환자가 함께 열어젖히는 문틈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죽음의 풍경을 그린다면, 마취에 빠진 환자보다는 메스를 잡은 의사가 맡는 게 나을 테고, 그 가운데 괜찮은 죽음의 가능성을 찾아보려면, 의사가 환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하는지, 환자가 의사를 무엇으로 신뢰하고 자신을 맡기는지 따져봐야겠다.
저자 헨리 마시는 수십 년 동안 수술대에서 환자의 뇌를 가르며 생사를 마주한 그리고 결정한 외과의사다. 그는 환자와 동고동락하며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 이야기를 풀어낸다. 때로는 환자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때로는 그곳에서 구해내기도 하면서, 삶에서 죽음에 이르는 길을 감각하고 관찰하고 사색하고 반성하며 보다 나은 수술, 보다 나은 죽음을 고민했다. 게다가 목숨만 살릴 수밖에 없는 수술, 죽을 환자와 죽음에 대해 말해야 하는 상황, 의사도 피할 수 없는 병과 죽음이라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특수한 죽음의 경계를 몸과 마음으로 겪었다. 그가 찾아낸 괜찮은 죽음의 조건이라면 믿을 만하지 않을까. 목숨을 걸 필요도 없이, 이 책을 읽기만 해도 되니 천만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