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비밀 정보국 요원으로 해외를 떠돌며 무수한 임무를 완수해온 내트. 계속 현장에서 뛰고 싶지만 은퇴가 코앞에 다가왔고, 사무직을 끔찍이도 싫어하지만 자리 간수만 할 수 있다면야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다. 첩보 활동이 국가를 뒤흔들던 화려한 시절은 끝났다는 냉소를 머금고 있지만, 평생 정의의 편에 서서 살아왔다는 자부심만은 확고하다. 런던으로 돌아온 그에게 정보국은 뜻밖의 임무를 제안한다. 어쩌면 그의 긍지를 모조리 불사르고 재조차도 남지 않을 마지막 임무를.
철옹성 같던 정보국에도 시대의 변화를 타고 바람이 불었다. 더이상 여성은 단순 속기 업무만 하지 않고 가장 유능한 직원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적국의 구분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교묘해졌다. '대의' 뒤에 숨은 이들은 냉전 종식 이후에도 가면만 바꿔 쓴 채로 요원들을 낯선 곳으로 내몬다. '조국'이라는 감히 의심해서는 안 될 거대한 명분을 양 어깨에 짊어지도록 강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미국, 브렉시트를 향해 질주하는 영국. 격변하는 시대의 본질을 놓치지 않고 명민하게 꿰뚫어온 거장의 시선이 빛나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