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콘느를 비롯한 바흐-부조니 작품집에 이어 백건우가 데카에서 두 번째로 내놓은 앨범. 이번 앨범에서 백건우는 포레의 여러 가지 작품들을 섭렵하고 있다. 평소 무대에서 라벨 등의 프랑스 작품들을 즐겨 연주했던 독특한 스타일로 그 기대를 유감없이 충족시키고 있다. 그의 해석 스타일이 독특하다고 한 것은 대부분의 작품들을 대함에 있어서 엄숙함에 가까운 진지함이 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바로크 작품에서 시작된 원전연주의 움직임은 그 범위를 점점 넓혀, 최근에는 포레의 작품들을 당시의 레라르 피아노로 연주한 음반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대개 살롱 음악 풍의 가볍고 예쁜 모습들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이 음반에서 들려주고 있는 백건우의 명상적인 해석은 그들과는 정반대 편에 서 있는 것으로, 순간적인 만족보다는 오래 곁에 두고, 반복해서 듣게 만드는 깊이가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백건우 특유의 진지함과 포레의 서정성이 최선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만족스럽고, 자랑스러운 연주로 가득한 음반이다.
글 / 박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