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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힘든 삶에서 길어 올린
존재들의 힘
2016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문귀숙 시인의 첫 시집 『둥근 길』(문학들 刊)이 출간됐다. 그의 시에는 삶이 있고, 생활이 있으며, 이 무모한 세계를 건너갈 존재들에 대한 믿음이 있다. 이 점이 언어의 유희를 넘어 그녀의 시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취객을 싣고 자정의 경계를 넘어버린 택시운전사가 “어떤 넋두리도 용납되는 할증의 시간”에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길을 헤매다가 “더 이상 택시로는 갈 수 없는 길”에서 내비가 멈췄을 때, 시인은 노래한다. “그림자의 손가락 끝에 만월이 걸렸다”(「둥근 길」)고.
지루하고 어려운 삶의 이면에서 문득 올라오는 손가락 끝에 만월이 걸린 풍경은 아름답다. 힘든 세상의 쉽지 않은 여유가 이 구절 전체에 녹아 있는데, 이 결구를 다음과 같은 구절과 겹쳐 읽으면 가슴을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통증이 밀려온다.
아무것도
없는데 다 버려야 된다는 금언을 버리자
울음이 터졌다
- 「그런 날이 있었다」 부분
이 울음은 어떤 것일까? 쉽사리 의미를 허락하지 않는 울음은 오래 마음에서 눈물을 지어내는데, ‘아무것도 없는데 다 버려야 된다는 금언을 버리’는 행위가 바닥을 알 수 없는 삶의 차원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실은 사람들의 삶 전체가 바로 그 버림과 버리지 못함과 울음과 웃음의 연속일 것이다. 이 울음이 바로 그의 시편들을 날렵한 언어적 공교함으로 그치지 않도록 하는 힘이요, 이것이 문귀숙의 진면목이다.
「둥근 길」은 그래서 그의 동명의 시집 전체의 주제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그 길은 멀리 있어서 갈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이곳의 삶 때문에 잊어버려서 갈 수 없는 길이다. 그곳에 갈 수 없을 때 세상의 길은 ‘뾰족한 길’일 것이다. 그러나 그곳으로 가려고 할 때 그 길은 문득 ‘둥근 길’로 변할 것이다.
그곳이 어디인지 알고 싶은 독자들은 시집을 천천히 다시 읽어야 한다. 그러면 문귀숙이 오래 기다리면서 아직 가보지 않은 그 길이 나타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