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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한국과 일본의 서양음악 수용 과정을 묻다
「국가와 음악」은 서양식 군대의 도입과 함께 등장한 드럼 신호/행진곡과 교실에서 어린이들이 부르는 노래(唱歌)를 일본 서양음악의 출발로 상정하고, 그 사회정치적 배경을 꼼꼼히 짚어 나갑니다. 둘 다 19세기 후반 일본의 근대화 프로젝트와 직결되는 실용적 수단이지요.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면서 ‘그럼 우리나라에서는?’이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됩니다. 바로 이 책의 효능입니다. 또 한 가지, 우리가 상식으로 여기는 ‘감상을 위한 음악’이라는 개념이 서양음악 도입 초기부터 통용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됩니다. 결국 이 질문이 남습니다. “동아시아의 소리 문화는 서양과의 만남 이후 어떻게 전개될까?”
일본 사례를 통해 우리의 근대를 사유하려는 인문주의자를 위한 책
이 책에서 다룬 시대적 배경은 비단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공통 분모입니다. 오랜 쇄국 끝에 떠밀리듯 서양 열강에 문호를 개방했다는 점에서 두 나라는 같은 길을 걸었지요. 두 나라의 운명은 식민자와 피식민자라는 정반대의 처지로 귀결되지만,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와중에 우리 지식인들은 일본을 통해 서양의 근대를 수용했습니다. 식민 치하에서 설계된 공교육 체계가 일본의 영향을 받았음은 말할 나위도 없고, 더 나아가 군사독재 시기의 교육은 근대 일본의 ‘국가주의 교육’에서 여러 요소를 빌려왔습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 다루는 쟁점들이 한국의 독자에게도 다양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메이지 정부의 근대화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역사 애호가를 위한 책
1868년에 들어선 메이지 정부는 최단시간 안에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 열강의 반열에 들고자’ 효율적인 (동시에 무자비한) 근대화 프로젝트를 단행합니다. 이는 일본 연구자 이안 부르마가 지적했듯이, 세계사에 유래가 없는 혁명적 과정이었습니다(Inventing Japan: 1853-1964).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이들의 목표는 봉건적 영주의 ‘백성’을 근대국가 일본의 ‘국민’으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유신 직후 유럽과 미국 탐방에 나선 이와쿠라 사절단은 수만 명이 함께 부르는 ‘성조기여 영원하라’ 합창에 매료되었고, 여기에서 중요한 힌트를 얻습니다. 이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노래하는 대중을 양성하는 교육입니다.
가창 중심의 학교 음악교육의 기원을 설명하는 교양서
유럽과 미국을 순방하면서 공동체를 연결하는 음악의 힘을 절감한 메이지 정부는 학교 교육에 ‘노래 부르기’(唱歌)를 도입하기로 결정합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교과서와 교사인데, 미국의 사례를 모델로 삼아 사업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문부성의 젊은 관료 이사와 슈지는 보스턴의 한 사범학교에 입학하여 초등교사 양성 과정을 이수하고, 명망 있는 음악교사인 루터 메이슨에게 노래 훈련을 받습니다. 이사와는 귀국 후 메이슨을 일본에 초빙하여 초등교육용 ‘소학창가집’을 출판하고, 교사 양성을 위해 도쿄 음악학교(현재 도쿄 예술대학의 전신)를 설립합니다. 이처럼 일본 서양음악의 출발은 철저히 현실적이었습니다.
공적(公的) 음악 교육의 가치와 지향을 고민하는 분께 드리는 책
메이지 정부가 날카롭게 간파했듯이, 음악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입니다. 이는 ‘지금, 여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한국 사회는 역사 서술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나친 정치화가 염려될 정도입니다.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적기는 하지만, ‘음악 교과서’에 어떤 노래를 포함시킬지를 결정하는 것도 매우 정치적인 이슈입니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노래만큼 ‘착한’ 세뇌 수단도 없습니다. 이 책은 메이지 일본의 음악교육관을 통해, 이 시대를 위한 음악교육의 가치와 지향을 성찰하도록 이끕니다.




